■ 송우영의 고전산책 / 어려서 공부가 얕으면 자라서 사는 게 곤하다
■ 송우영의 고전산책 / 어려서 공부가 얕으면 자라서 사는 게 곤하다
  • 송우영
  • 승인 2022.10.28 13:47
  • 호수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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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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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일은 공부다. 논어 학이편 첫 줄은 이렇게 명토 박는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불역열호不亦說乎>”

스승으로부터 나아가 배운 바를 집에 돌아와 익힌다 하니 배우는 제자로서는 기쁘기가 또한 한량없었으리라. 은 세상에서 최고의 보람이요 인간 삶의 낙이다. 이를 요임금은 습인락習因樂이라 불렀고. 스승에게서 배운 바를 학인락學因樂이라 하는데 이는 배울 때의 즐거움이고 습인락은 집에 돌아와서 복습 예습함에 배운 바의 기쁨을 복습하면서 다시 한번 기쁨을 누린다는 말쯤 된다.<古今藏隱逸書卷25>

일찍이 요임금은 허유許由에게서 배웠고<요지사왈허유堯之師曰許由> 허유는 설결齧缺에게서 배웠으며<허유지사왈설결許由之師曰齧缺> 설결은 왕예王倪에게서 배웠고<설결지사왈왕예齧缺之師曰王倪> 왕예의 스승은 피의被衣.<왕예지사왈피의王倪之師曰被衣>

하루는 요임금이 스승 허유에게 왕의 자리를 맡아달라고 정중하고 간절히 말한다. 제 자신을 돌아보건데 부족한 게 많습니다.<오자시결연吾自視缺然> 부디 천하를 맡아주십시오.<청치천하請致天下> 이에 허유가 손사레를 치면서 답한다. 뱁새가<초료鷦鷯> 깊은 숲에 둥지를 튼다 해도<소어심림巢於深林> 나뭇가지 하나면 충분하며<불과일지不過一枝>, 두더지가<언서偃鼠> 황하의 물을 마신다 해도<음하飮河> 배만 채우면 그만이라오<불과만복不過滿腹>, 그러니 당신은 돌아가시오<귀휴호군歸休乎君>, 나에겐 천하가 쓸모없다오<여무소용천하위予無所用天下爲>,

요임금을 가르친 허유는 자가 무중이며<허유자무중許由字武仲> 양성괴 마을 사람으로<양성괴리인야陽城槐里人也> 사람됨이 의에 근거하고 올바른 도리를 실천하며<위인거의리방爲人據義履方> 그릇된 자리에 앉지 않으며<사석부좌邪席不坐> 그릇된 음식은 먹지 않았다<사선불식邪饍不食>전하는 인물이다<나라 황보밀皇甫謐 고사전高士傳59쪽 김장환역 예문서원>. 공자께서 나시기 얼추 100년 전 기원전 600년 전쯤에 기록이라 전하는 서경書經에는 요임금의 일들이 기록되어있다. 요임금 시대를 함포고복含哺鼓腹이라하여 밥 배불리 먹고 아무데나(?) 드러누워 손가락으로 배를 까딱 까딱 두드리면서 노래 흥얼거리며 쉰다는 태평성대의 시대이다.

그렇다면 요임금은 어떻게 공부했을까. 논어 태백편 8-19문장을 이렇게 기록한다. 공자님 말씀에<자왈子曰> 크도다<대재大哉>, 요의 임금 됨이여<요지위군야堯之爲君也> 높고 높도다<외외호巍巍乎>, 오직 하늘만이 큰데<유천위대唯天爲大> 오직 요 임금만이 본받았도다<유요칙지唯堯則之>. 넓고 넓도다<탕탕호蕩蕩乎> 백성이 능히 그 공덕을 이름할 수 없도다<민무능명언民無能名焉>. 높고 높도다<외외호巍巍乎>, 그 공을 이룸이 있나니<기유성공야其有成功也> 밝도다<환호煥乎>, 예악의 법도여<기유문장其有文章>.

위 문장에서 오직 요 임금만이 본받았도다라고 하는 유요칙지唯堯則之에서 자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은 문장의 연결조사나 보조격으로 이용될 때는 으로 읽히며 본받거나 공부한다 할 때는 규칙을 따른다는 으로 읽히는데 곧 본받을 효를 내함한다.

주자는 논어 학이편 1-1문장 학이시습에 주를 달면서 학을 일러 효라 했다. 곧 배운다는 것은 본받음이다. 이를 명말청초 학자 고염무顧炎武는 효를 풀이하기를 효는 칙과 같은 의미라고 봐야한다 했다. 곧 공부를 통해서 성현의 말씀을 익힌다는 말이다. 물론 공부를 했다고 해서 모두가 다 세상이 말하는 그런 류(?)의 성공을 하는 것은 아니다. 공자께서 논어 자한편 9-21문장에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싹만 틔우고 꽃을 피우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묘이불수자유의부苗而不秀者有矣夫> 그러나 꽃까지는 피웠으나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도 있다<수이부실자유의부秀而不實者有矣夫> 유자학염시가우幼子學厭始加憂라 했다.
자녀가 어려서부터 공부를 싫어한다면 집안에 큰 우환의 시작이라는 말이다. 고래로 어느 집안이건 어려서 공부가 얕으면<유천학幼淺學> 자라서 사는 게 곤하다 했다<장익곤長益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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