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 / 반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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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기복 칼럼위원
  • 승인 2022.11.11 11:13
  • 호수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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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복 칼럼위원
권기복 칼럼위원

여보, 이태원에 큰 사고가 났대요.”
무슨 사고?”

텔레비전 켜봐요.”

지난 1030, 새벽 2시 경이었다. 아내의 말을 듣자마자 텔레비전을 켰다. 특보로 방영되는 화면 속 장면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이미 사망자가 120명이 넘었고,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었다. ‘어떻게 저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라는 경악스러운 충격에 빠졌다.

결국 이태원의 핼러윈 축제는 내외국인을 통틀어 313명의 사상자를 내는 대참사로 대한민국 역사에 또 하나의 슬픈 오점을 남겼다. 당일 이태원의 그 자리에서 직접 상황을 겪었거나 대중매체를 통해 지켜본 사람들 모두 10여 일이 지난 지금까지 망연자실한 상태이다. 앞으로 이 충격과 공포에서 벗어나는 데에는 10년 세월이 더 지나야 할지 모른다.

이번 참사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도 상반적이다. 특히 기성세대들은 핼러윈 축제가 우리 문화도 아닌데, 왜 젊은이들이 열광하는지 모르겠다는 의문을 던지고 있다. 그러나 20세기 말부터 영어학원과 유치원을 다닌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아주 익숙해진 놀이 축제이다. 원래 핼러윈은 서양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축제이지만, 요즘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놀이 축제로 자리매김한 만큼 모두가 인정해야 한다.

그럼 이제 사건 속으로 들어가 보자. 축제 이전부터 10만 명 이상의 젊은이들이 운집할 것을 충분히 예측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방치한 이들의 무관심과 안전불감증에 치를 떨지 않을 수가 없다. 그동안 코로나 대응 k-방역으로 세계적인 찬사를 받은 바 있던 우리나라가 어쩌다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무지한 나라가 되었는가! 어쩌다가 세계 각국으로부터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는가!

이웃 국가인 일본을 비롯하여 수많은 나라들이 이번 이태원 참사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고 있다니, 이 얼마나 참담한 일인가! 지금도 군중 속에서 깔리고, 끼인 채 비명과 절규하는 이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곳에 교통안전을 담당하는 경찰이 한두 명만 있었어도 이런 참혹한 뉴스거리가 없었을 일 아닌가! 참사 발생 이후에도 사건을 단순화하려 하고, 남의 책임으로 돌리려는 당국자들의 행태를 보면서 더욱 안타까운 심정이다.

정부에서 156명의 사망자에게 위로금 2000만 원과 장례비로 1500만 원을 지급한다고 하자 이에 반대하는 국민청원 서명운동이 일어났다. 이미 동의 수가 5만 명이 넘어서 국회 상임위에 계류된 상태라고 한다. 이번에 있을 수 없는 참사가 발생하고, 국민의 혈세를 들어가게 만든 당국자에게는 인색하게 굴고 싶은 심정이겠지만, 유가족들을 유념하여 주길 바란다. 그분들에게 또 다른 슬픔과 절망을 안겨드리지 말아야 한다.

어처구니없는 참사로 유명을 달리한 고인들이여! 부디 영면하소서. 대한민국 국민은 무관심과 방치로 그대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무책임한 태도로 사건을 호도하고 단순화시키려 한 자들을 국민의 힘으로 철저히 응징할 것입니다. 앞으로는 이번 참사와 무책임한 대응 태도를 반면교사로 하여 안전하고 행복한 이 나라에서 후손들이 마음 편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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