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공부는 실천에 옮겼을 때 그친다
■ 송우영의 고전산책 / 공부는 실천에 옮겼을 때 그친다
  • 송우영
  • 승인 2023.01.20 06:59
  • 호수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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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우영/서천서당 훈장
송우영/서천서당 훈장

율곡 공께서 찬하신 격몽요결擊蒙要訣 초두는 이렇게 시작된다.

인생사세人生斯世에 비학문非學問이면 무이위인無以爲人이니 소위학문자所謂學問者는 역비이상별건물사야亦非異常別件物事也.”

이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쓴다면 사람으로 태어나 이 세상에 살면서 공부하지 않는다면 사람으로서 무익할 수 있나니 이른바 공부라고 하는 것은 또한 이상하다거나 별다른 사물이 아니다.”

이 말의 전거는 북송 때 사람 범조우范祖禹의 스승인 정호程顥와 정이程頤 형제의 말에서도 찾을 수 있다. ‘불학난위인不學難爲人이 그것이다. ‘공부하지 않는다면 사람 노릇하기가 어렵다쯤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정호程顥와 정이程頤의 문도였던 범조우는 어려서부터 발군의 실력자가 아니었다전 한다. 공부에 대해서 그다지 크게 열정적이 아니었다는 그가 공부로 현달한 데에는 집안 어른이 이끄시는 종학宗學 공부가 있어서였다. 종학 공부라는 것은 집안의 가장 나이 많으신 할아버지께서 자식이 아닌 문중의 손자 손녀들을 모아놓고 가문을 일으키기 위해 공부를 가르치는 가숙家塾을 말하는데 남아는 숙당塾堂 여아는 양당孃堂에 거하며 경전을 공부하기 위한 기초공부를 하는데 공부한 후 남아는 17세에 이르면 출사지학出仕之學이라 하여 벼슬에 오르기 위한 공부를 하기 위해 스승을 찾아 떠난다. 이렇게 10년 공부를 마치고 출사하는데 비해 범조우는 정호程顥와 정이程頤의 혹독한 사사師事로 인해서인지는 몰라도 17세에 입문하여 23세의 나이에 진사시 갑과 장원으로 등과한다. 범조우는 여느 집안 자녀보다 늦은 나이인 13세 때 종학에서 공부를 시작해서 23세에 정호程顥와 정이程頤 형제의 문도를 거쳐 약관에 등과했으니 그야말로 10년 종학을 이룬 인물이라 하겠다.

옛 사람은 공부를 한다고 할 때 크게 두 개의 기준점을 놓고 선택을 한다. ‘나라를 다스릴 공부를 할 것이냐, 나를 다스릴 공부를 할 것이냐이다. 나라를 다스리는 길로 공부의 목표를 세웠다면 치가덕목인 왕도정치 제왕학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할 것이고 내 한 몸 다스리는 것으로 인생을 마칠 것 같다면야 수신제가 덕목에 관한 공부에 치중해야 할 것이다. 논어에는 이 두 가지 예가 다 기록되어있는데 논어 공야장 5-5문장에 스승 공자께서 제자에게 벼슬을 권하는 장면은 이렇다.

하루는 공자님께서 제자 칠조개에게 벼슬을 권한 일이 있으시다.<자사칠조개사子使漆雕開仕> 그러자 제자 칠조개가 답한다.<대왈對曰> 저는 벼슬하는 것에 아직 자신이 없습니다.<오사지미능신吾斯之未能信> 또다른 대목은 논어 위정편 2-18문장이다. 공자님의 막내 제자이면서 유자계열의 학파였던 자장이 큰 스승 공자님께 벼슬을 구하는 공부에 대하여 묻는다.<자장학간록子張學干祿> 이에 공자님 말씀에<자왈子曰> 많은 가르침을 받되 모르겠거든 그냥 놔두고,<다문궐의多聞闕疑> 그 외에 나머지 것에 대해서는 말을 삼가한다면<신언기여愼言其餘> 허물이 적을 것이고,<즉과우則寡尤> 많은 경전의 글들을 보되 알 수 없는 글들은 그대로 놔두고,<다견궐태多見闕殆> 그 외에 것에 대해서는 행동을 삼가한다면<신행기여愼行其餘> 후회가 적을 것이며<즉과회則寡悔> 말에 허물도 적을 것이고<언과우言寡尤> 행동의 후회도 적을 것이고<행과회行寡悔> 아마도 그쯤 되면 그 속에 벼슬이 있을 것이다.<록재기중의祿在其中矣>

논어 태백편 8-12장에 “3년을 공부하고 벼슬을 구하지 않는 사람을 얻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자왈子曰 삼년학三年學 부지어곡不至於穀 불이득야不易得也> 여기서 삼년미등과수지三年未登科收志라는 말이 나왔다. 벼슬을 구하는 공부를 삼 년씩이나 했음에도 벼슬에 오르지 못했다면 다시 생각해 보라는 말이기도 하다.

순자荀子는 순자 유효편儒效篇에서 공부에 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듣지 않는 것은 듣는 것만 못하고,<불문불약문지不聞不若聞之> 듣기만 하는 것은 보는 것만 못하고,<문지불약견지聞之不若見之> 보기만 하는 것은 아는 것만 못하고<견지불약지지見之不若知之> 알기만 하는 것은 실천하는 것만 못하다.<지지불약행지知之不若行之> 공부는 그것을 실천에 옮겼을 때 그친다<학지어행지이지의學至於行之而止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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