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 / 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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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용혁 칼럼위원
  • 승인 2023.02.04 07:21
  • 호수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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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혁 칼럼위원
최용혁 칼럼위원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같은 나일까?’ 너무나 당연하다면, 다시 묻겠다. ‘1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은 나일까?’ 이것도 너무 당연하다면, ‘10여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은 나일까?’ 역시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지난 10여년, 다른 경험, 다른 선택으로 다른 현실을 살아가는, 지금과는 약간 다른 인간이 될 여지는 누구에게나 있었다. 다시 말하면, 지난 10여년의 경험과 학습이 만들어 낸 결과가 지금의 인 셈이다.

나는 많은 돈을 벌수도 있었다. 더 공부하고 더 집중해서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전문가가 될 수도 있었다. ‘니까짓 게 무슨하는 속엣말이 귓가에 천둥처럼 들린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10여년 또는 1년의 노력이나 하룻밤의 각성으로 전혀 다른 인간이 된 사람이 없지 않다. 그런 인간들이 우리 사회를 개척해 왔다. 드물다. 아주 드물다. 어제와 다른 자신이 되기란, 어제와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사회적으로 인정받기란 정말 정말 어려운 일이니까. 오히려 자신을 적절히 제어하지 못해 천길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건만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하루아침에, 내 안의 괴물이 맥락 없이 뛰쳐나와 쓰레기, 인간 말종, 사이코패스 라는 손가락질을 당하지 않고 이만큼 적절히 그리고 적당히 자신을 통제하며 2023년을 맞이하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한 일이기는 하다.

10여 년 전의 시점에서는 어떤 가능성도 확률적으로 존재했다. 누구나 위인이 될 수도, 인간 말종이 될 수도 있었다. 어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로 우리는 1년 후의 나, 10년 후의 나를 상상한다. ‘좀 더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좀 더 높이 올라갈 수 있을까’, ‘좀 더 편안해 질 수 있을까혹은 이러다 망하는 건 아닐까’, ‘다들 나를 떠나고 버려지지 않을까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특징 중 하나는 예측하고 행동한다는 것이다. 예측은 미래에 대한 예견이 아니라 현재를 만들어 내는 시스템이다. 인간의 뇌를 예측기계라고도 표현하는데 모든 현재는 뇌가 항상적으로 예측하는 결과이다. 과거의 경험과 학습을 기반으로 한 예측이 일상을 자연스럽게 구성한다. 존경하는 사람을 오랜만에 만났을 때와 마음에 들지 않는 정당의 선거 후보를 어제 보고 오늘 또 볼 때 손을 맞대는 0.1초에서 0.2초의 시간 안에 어떤 형태의 악수를 할 지 결정해야 하는데, 우리 뇌는 모든 경험을 동원하여 어떤 상황에서도 어색하지 않게 손끝의 감각과 얼굴 표정 등을 지시한다. 예측하지 못하면 사회적 현실이 붕괴되거나 생존이 위협 받기도 한다. 산에서 멧돼지를 만났을 때 싸워야 할지 도망가야 할지, 부당한 권력에 저항해야 할지 술자리 안주로나 삼을지, 피곤한 일상에 젖어들고 말지 아니면 단호하게 떨쳐 일어설지, 우리는 늘 과거의 경험과 학습을 바탕으로 예측하고 행동한다. 어떤 결정도 가능했지만 거의 모든 예측은 가장 큰 확률을 벗어나지 않는다. 늘 그냥 그렇게 산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를 나답게 산다고도 봐 주고, 그 모양 그 꼴로 산다고도 하는 것이다.

가령,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면, 이전과는 다른 예측의 결과를 만들어내고 싶다면, , 현재를 다르게 구성하고 싶다면, 예를 들어 좀 더 친절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 어떤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다음 세대에게 이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면, 사회적으로 보다 가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아니, 돈을 더 많이 벌거나 더 많은 인기를 얻고 싶다면, 막말로 운명이라는 것이 있어 이것을 바꾸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강호의 선생님들은 한결같이 두 가지를 제시한다.

우주적 존재로서 해야 할 공부, 사회적 존재로서 해야 할 적선. 이것 말고는 없다. 어떻게? 무지무지하게 성실하게. 어금니를 악물지 않으면 이전의 경험과 학습의 총량을 넘는 새로운 예측 시스템을 가질 수 없다. 한 번 주고 마는 정처럼 덧없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작심삼일만큼 전형적이고 진부한 농담이 없다는 것도. 나이를 먹었다면 훨씬 더 많은 변명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하던 대로, 살던 대로 그렇게 짠한 인간이 되고야 말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3, 좀 더 크고 높고 외로운 목표를 가지게 되길. 행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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