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하 문집 ‘진택집’ 번역 출간한 이양규씨
신광하 문집 ‘진택집’ 번역 출간한 이양규씨
  • 허정균 기자
  • 승인 2023.02.22 12:24
  • 호수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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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공부의 길…초서체 해독·서예에도 ‘일가’

 

▲이양규씨
▲이양규씨

석북 신광수의 동생으로 서천에서 태어난 진택(震澤) 신광하(申光河 1729~1796))는 고령 신씨 명가의 후손이었으나 곤궁한 선비였다. 1751(영조 27) 사마시(생원과 진사를 뽑는 시험)에 합격했으나 서천 바닷가에서 방풍(防風)을 캐어 팔고 끼니 해결을 위해 도토리를 주운 사람이었다 한다.

일생 동안 시문(詩文)을 좋아하여 삼천리강산을 유람하며 지은 시를 <남유록(南遊錄)>·<사군록(四郡錄)>·<동유록(東遊錄)>·<북유록(北遊錄)>·<백두록(白頭錄)>·<풍악록(楓岳錄)>·<서유록(西遊錄)> 등으로 묶어서 그의 문집 진택집(震澤集)’2000여 수의 시를 남겼다.

특히 오십 중반의 나이에 결행한 백두산 등반은 그를 유명하게 만들었다. 그가 한양으로 돌아오자 사람들은 환호하며 그를 기사(奇士)’로 대접했다 한다. 국왕 정조도 그의 백두산 시를 읊조릴 정도였고 7년 후에는 내리 다섯 번 장원 급제를 하게 되어 의금부도사(義禁府都事형조좌랑·인제현감(麟蹄縣監우승지·공조참의를 거쳐서 첨지중추부사(僉知中樞府事좌승지 등을 역임했다.

▲이양규씨가 번역 출간한 ‘진택선생 문집’ 표지. 표지의 사진은 백두산 천지의 봄 풍경
▲이양규씨가 번역 출간한 ‘진택선생 문집’ 표지. 표지의 사진은 백두산 천지의 봄 풍경

 

진택 신광하의 시를 번역하여 책으로 묶어낸 서천 사람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현재 서천읍 군사리에서 생업에 종사하며 서천읍 농촌중심지 활성화사업 주민위원장일도 맡아보고 있는 이양규 씨가 바로 그다. 뉴스서천이 지난 21일 그의 일터를 찾아가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서천읍에서 태어나 자라 서천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언제부터 어려운 한문 공부를 시작했는지 물어보았다.

언제부터랄 것도 없이 틈나는 대로 글씨를 쓰고 한자를 공부했습니다.”

지난해 1월부터 그는 신광하가 남기고 간 진택집을 번역하기 시작했다. 시의 번역은 단순히 해석에 그칠 수 없다. 작가의 시세계에 빠져들어야 제대로 번역할 수 있는 2의 창작인 것이다.

진택 선생은 서천 분이라 더욱 관심이 갔지만 그의 시에는 서민들이 이야기가 나옵니다. 사대부들이 노래하는 산수의 경치가 아니라 그 자신이 겪은 가난한 생활 모습이 드러나고 서민들의 애환이 담겨 있습니다. 특히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쓴 시에 그 지방의 고유 풍습이나 물산, 지명 등이 들어있어 각 지자체에게도 훌륭한 자료가 될 것 같습니다.”

진택 선생이 남긴 시문 중에 해교잡영 海僑雜詠이란 제목의 시가 있는데 이 시 가운데에 견도(犬島)’라는 섬 이름이 나온다. 오늘의 개야도이다. 이양규씨는 견도란 이름이 생긴 유래를 설명해주었다.

개의 형상을 닮아 붙인 이름이 아닙니다. 옛날에 중국 어부들이 표류하다, 아니면 금강 하구에 고기를 잡아가려고 이 섬에 자주 출몰했던가 봅니다. 그래서 이 섬에 개들을 많이 길러 외지인들의 침입을 막고자 했습니다.”

그는 한 일()’ 자 한 자에도 24개의 뜻이 있다고 한다. 그는 그 한자가 쓰인 의미를 완전히 알 때까지 파고 들었다.

목은 이색 선생이 낙향해서 지내며 쓴 글 중에 부의浮蟻라는 술을 마신 이야기가 나옵니다. 떠있는 개미라는 표현인데 왜 개미라는 한자를 썼을까. 이게 무슨 뜻인지 20여일을 끙끙댔는데 우연히 동동주를 마시게 되었습니다. 술집 주인에게 밥알 뜬 게 오래되면 어찌 되는지 물었습니다. 옆으로 갈라 퍼진다는 말을 듣고 무릎을 쳤습니다. 밥알이 퍼져서 여섯 다리를 펴고 떠있는 개미 형상이 되는 겁니다.”

이번에 그가 번역해 펴낸 진택집 1, 2권은 표지 사진은 백두산의 봄 풍경이다. 앞으로 출간할 3, 4, 5, 6, 7, 8권은 차례대로 백두산의 여름, 가을, 겨울 모습을 담을 예정이라 한다.

▲이양규씨가 쓴 초서제 글씨. 逢山開道 遇水架橋(봉산개교 우수가도:삼국지에 나오는 조조가 남긴 말)
▲이양규씨가 쓴 초서제 글씨. 逢山開道 遇水架橋(봉산개교 우수가도:삼국지에 나오는 조조가 남긴 말)

 

그는 초서체 해독에 이미 정평이 나있기도 하다. 모르는 어려운 글씨가 나타나면 대부분 오역을 하거나 두루뭉술 넘어가는데 그는 이를 용납지 않는다. 정확한 글자를 알 때까지 탐구심을 발휘한다. 이러한 지식이 오래 쌓이다 보니 초서체 해독을 하는 데에도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이러한 실력이 차츰 알려지며 그에게 번역 의뢰가 들어오고 전국에서 고문서 해독을 부탁해오고 있다. KBS진품명품이란 프로에 나오는 고문서 해설자도 그에게 물었다고 전했다.

▲충남도청의 청탁으로 써준 초서체 글씨
▲충남도청의 청탁으로 써준 초서체 글씨

초서체로 쓴 고문서 해독뿐만이 아니라 그는 서예에도 일가를 이루었다. 이미 대한민국서예전람회에서 다수의 입선작, 특선작을 냈지만 요즘은 출품을 안 한다고 말했다. 또한 추사 김정희의 글씨를 연구해 두 편의 논문을 낸 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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