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후쿠시마 핵발전소 단지의 4기가 폭발했다, 수습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방사성 물질이 후쿠시마 앞바다로 빠져나갔다. 요즘은 원자로에 방치된 핵연료 덩어리에서 쏟아내는 방사능을 물로 씻고 걸러낸다고 주장하지만 안전한 수준인지 파악하기 어려운데, 초기 방사성 물질은 고스란히 후쿠시마 앞바다에 쌓였을 게 틀림없다. 그중 무거운 플루토늄이 적지 않고 여전히 남아 있을 텐데, 반감기가 2만 4000년인 플루토늄의 독성이 문제다.
‘지옥의 여신’이란 병명을 가진 플루토늄 1그램이면 6000만 명이 폐암에 걸리게 할 정도의 방사능 독성을 지녔다고 전문가는 주장한다. 핵발전소 한 기당 1년이면 1톤 이상의 플루토늄이 생성되니, 생각해 보자. 방어의 몸집을 너끈히 키울 정도로 해산물이 풍부한 후쿠시마 앞바다에 얼마나 많은 플루토늄이 있을까? 상상 이상일 텐데, 우리 당국은 후쿠시마 앞바다를 거쳐 제주도로 온 방어를 구별하는가? 그러니 이맘때든 아니든, 방어, 특히 자연산 대방어가 아무리 기막히더라도 그 맛을 피하고 싶다.
일본은 폭발한 핵발전소 주변에 핵오염수를 130만 톤 정도 저장해 놓고 있는데, 오는 4월부터 30년 동안 조금씩, 태평양에 방류하겠다고 한다. 우리나라와 중국을 포함해 많은 국가가 강력히 문제를 제기하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방임하에 슬금슬금 희석해서 내버리겠다는 것이다. 자국 내에 처리해야 마땅하고 방류 이외의 방법이 있지만, 막무가낸다. 다분히 비용 때문이리라.
사용한 이후의 핵연료에 200여 가지 방사능물질을 포함한다. 폭발 초기 후쿠시마 앞바다에 거침없이 쏟아낸 방사능물질은 돌이킬 수 없다지만 독성은 여전할 텐데, 이후 발전소 터에 저장한 핵오염수는 안전할까? 다핵종 제거설비(ALPS)로 두 차례 정화해 방사성 수소만 남았다고 일본은 주장한다. 그럴까? 분명하다면 정화 과정과 결과를 명명백백하게 공개해야 마땅하지만, 한사코 마다한다. 후쿠시마 앞바다의 어류에서 기준치를 크게 초과하는 어류가 잡히는 이유를 일본은 설명하지 못한다.
일본 정부의 주장을 잠시 접고, 생각해 보자. 가장 작은 물질인 수소는 사람이 만든 어떤 장치도 걸러낼 수 없는데, 방사성 수소의 반감기는 13년이 넘는다. 물 분자에 포함되는 수소는 생명체의 주요 구성성분이다. 그러므로 방사성 수소는 바다로 방류하자마자 생명체의 몸으로 들어갈 테고, 방사능을 내보며 먹이사슬을 타고 퍼져 나갈 것이다. 반감기의 10배의 시간이 지나야 안전하다고 하니, 130년 이상 지나야 우리는 마음 놓을 수 있다.
방사능은 거리가 가까울수록 독성이 강하다. 거리 제곱에 반비례하는 방사능이 몸 안에서 독성을 내뿜는다. 방사성 수소만이 아니다. 곧 방류하려는 후쿠시마 핵오염수 내에 수소보다 위험하고 반감기가 긴 방사성 물질을 다수 포함한다고 전문가는 경고한다. 그런 물질이 30년 이상 번져 나가면 태평양은 물론이고 동해와 서해 역시 안전하지 못할 것이다. 핵오염수를 방류하는 순간 일본은 자국민과 이웃 국가에 씻을 길 없는 범죄 국가로 낙인될 것이다.
제주도 청년들이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하고 우리 정부는 후쿠시마 수산물의 수입 금지와 더불어 40여 수산물의 방사능 검사를 강화할 계획이라지만, 그 정도로 안심할 수 없다. 방출 200일이면 후쿠시마 핵오염수가 제주도 해역을, 280일이면 동해에 영향을 미친다고 독일의 한 연구소에서 주장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25기 이상의 핵발전소를 가동하는 우리나라는 어떤 태도로 일관하는가?
사회적 합의로 자국의 모든 핵발전소를 폐쇄하기로 한 독일은 현재 거의 완료했다. 안전하게 관리할 거라 믿은 일본의 사고에서 위험을 직시한 독일은 자국민과 미래세대를 위한 응당한 조처를 했는데, 우리는 어떤가? 세계적으로 6기 폭발한 핵발전은 안전을 장담할 때 가장 위험했다. 철저한 안전관리와 시민감시보다 폐쇄가 가장 확실한 안전인데, 우리는 미래세대에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어떤 근거가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