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백·김창룡, 서천에서 꽃피운 중고제 판소리
이동백·김창룡, 서천에서 꽃피운 중고제 판소리
  • 허정균 기자
  • 승인 2023.05.11 11:44
  • 호수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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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환 명창, 군민 대상으로 중고제 소리 강습
▲서천군문화예술창작공간 공연장에서 중고제 소리를 가르치는 박성환 명창
▲서천군문화예술창작공간 공연장에서 중고제 소리를 가르치는 박성환 명창

박성환 명창이 서천 군민을 대상으로 중고제 소리 강습을 시작했다.

4일 서천군문화예술창작공간(미곡창고) 공연장에는 중고제 소리를 배우려는 주민 10여명이 박 명창의 선창을 열심히 따라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판소리의 발상지를 전라도로 알고 있다. 그러나 서편제, 동편제 이전에 경기 충청 지역의 고제古制-중고제中古制가 있었다. 이동백, 김창룡, 김창환, 정정렬, 송만갑은 근대 5명창으로 불리는데 이들 중 서천 출생의 이동백과 김창룡은 중고제 소리를 했고 김창환과 정정렬은 서편제, 송만갑은 동편제 소리였다. 시간적으로 볼 때 판소리는 고제-중고제-동편제.서편제로 진화했다고 볼 수 있다.

이날 중고제 소리 강습을 한 박성환 명창은 정광수(丁珖秀, 19092003)로부터 적벽가를 배웠다. 정광수는 본래 동편제 소리를 했는데 동편제 적벽가에는 삼고초려 대목이 없다. 그러나 중고제의 적벽가는 삼고초려 대목부터 시작한다. 삼고초려 대목이 없는 동편제 적벽가를 민적벽가라고도 한다. 그래서 정광수는 1930년대에 중고제 판소리의 이동백을 찾아가 그로부터 적벽가를 배웠다.

그의 연세 90이 넘었을 때 한 소리꾼이 이동백의 중고제 적벽가를 배우러 정광수를 찾아갔다.

철지난 소리라 못 풀어먹어

하면서 거절했으나 4번째 찾아갔을 때 허락을 받고 돌아가실 때까지 5년 동안 모시며 중고제 적벽가를 배웠다. 그가 바로 박성환 명창이다. 이동백 명창의 손제자인 셈이다.

박성환 명창은 이날 소리 강습에 앞서 중고제 판소리에 대해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판소리의 발생기로 볼 수 있는 초기 8명창으로 고수관(서산), 송흥록(웅포), 모흥갑(경기), 권삼득(익산), 염계달(여주), 김제철(충남), 방만춘(서산) 등이 대표적으로 거론되는데 이들은 대부분 경기, 충청지역에서 생존하며 활동했던 명창들이다. 금강유역인 강경을 거점으로 김성옥이 중고제 판소리를 집대성 했으며 그의 아들 김정근이 서천 장항으로 이주해 그의 아들 김창룡과 이동백으로 이어지며 중고제 판소리의 본맥을 이루었다.

그는 서천이 중고제 판소리를 꽃피운 고장인 만큼 후학들이 배워 이어나가야 한다며 이날 단가 백발가가 일부를 가르쳤다. 백발가에 이어 사철가를 가르칠 예정이다.

박성환 명창의 중고제 소리 강습은 서천군문화예술창작공간에서 매주 목요일 저녁 7시에 열리며 8월말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중고제 판소리에 관심있는 서천 군민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으며 수업료는 없다. 전화문의는 956-3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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