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은자무적론’이냐 ‘학습무적론’이냐
■ 송우영의 고전산책 / ‘은자무적론’이냐 ‘학습무적론’이냐
  • 송우영
  • 승인 2023.05.11 12:16
  • 호수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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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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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재주라도 있다면 돈벌이가 쉽다.<소예이리小藝易利> 그마저도 없다면 공부를 해야 한다.<불연위학不然爲學> 남송 이학가 진공석의 말로 전하며 출전은 공자님의 문도 금뢰琴牢에게서 시작된다.

논어 499문장을 통털어 금뢰에 대한 기록은 단 1회가 전부다. 논어 자한편 9-6문장의 기록이 그것이다.

태재가 공자님의 서열 세 번째 제자 자공에게 물었다.<태재문어자공왈大宰問於子貢曰> “공자님께서는 성인이십니까?<부자성자여夫子聖者與> 어찌 그리도 다 능하신 것이 많은지요<.하기다능야何其多能也>”

자공은 대답하기를<자공왈子貢曰> “진실로 하늘이 풀어놓으신 성인일 것이고<고천종지장성固天縱之將聖> 또 능함이 많으십니다.<우다능야又多能也>”

공자님께서 이 말을 전해 들으시고는 말씀하신다.<자문지왈子聞之曰> “태재가 나를 아는구나.<태재지아호大宰知我乎> 나는 어려서 천하여<오소야천吾少也賤> 비루한 일에 능함이 많다.<고다능비사故多能鄙事> 군자가 모든 일에 능해야 하는가.<군자다호재君子多乎哉> 그렇지 않다.<부다야不多也>”

다른 제자들이 이 말씀을 이해 못하니 제자 금뢰가 쉽게 풀어 설명해주기를<뢰왈牢曰> “예전에 공자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으셨지.<자운子云> 나는 시험으로 등용되지 못했기에 재주를 익혔노라.<오불시고예吾不試故藝>라고.”

논어 위정편 2-4문장에 따르면 오십유오이지우학吾十有五而志于學이라했다. 공자님은 15세에 공부에 뜻을 두셨다는 말이다. 여기서 주목할 바는 공부에 뜻을 두신 것이지 공부를 잘했다 못했다를 말함이 아니다. 공부라는 것은 평생공부로 어려서는 이삼십 개를 공부하고 조금씩 성장하면서 하나씩 덜어내어 20대에 이르면 열 개를 공부하고 30대에 이르면 다섯 개를 공부하고 40대에 이르면 세 개를 공부하고 50대에 이르면 두 개를 공부하고 비로소 시간이 인생을 두어 바퀴쯤 지난 60대에 이르면 나름 살만치 살아왔으니까 완숙한 경지에서 단 한 권의 책을 읽고 쓰고 외우고를 공부하는데 그것이 바로 공자님의 말씀이 가장 많이 기록된 논어라는 책이다. 하여 일생을 두고 읽어야하는 좌우서가 논어인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공자님을 사숙한 맹자님 말씀에 본래 현자는 밝은 법도를 가지고<현자이기소소賢者以其昭昭> 남을 밝게 해 주는 거다.<사인소소使人昭昭> 그러나 지금의 현자는 자신의 어두운 어리석음으로<금이기혼혼今以其昏昏> 남을 밝히려 든다.<사인소소使人昭昭-맹자진심장구하20-1>”

공자님은 스스로 밝히셨듯이 날 때부터 다 아신 것은 아니었다. 논어 술이편7-19문장은 이렇다. 공자님 말씀에<자왈子曰> “나는 날 때부터 아는 자가 아니니라.<아비생이지지자我非生而知之者> 옛것을 좋아하여<호고好古> 빠르게 찾아가서 공부한 것이니라.<민이구지자야敏以求之者也>”

이렇게 열심을 더한 공부가 세월과 함께 켜켜히 쌓이다보니 어느새 경지에 이르렀는데 이를 제자 증자에게 자랑하신 부분이 논어 이인편4-15문장에 기록되어 있다. 공자님 말씀에<자왈子曰> “증삼아,<삼호參乎> 나의 도는 하나로 모든 것을 관철시키느니라.<오도일이관지吾道一以貫之>” 이것은 공자님의 공부방법이다. 훗날 증자는 이 방법으로 공부해서 성인의 반열인 종성宗聖의 자리에까지 오른다.

일찍이 공자님께서는 나는 아는 것이 없노라<무지야無知也-논어자한편9-7>”고 고백한 바 있으시다. 그럼에도 그가 얼마나 공부에 매진했는가를 논어 공야장5 -27문장은 이렇게 밝히고 있다. “십 호 정도의 마을이면<십실지읍十室之邑> 그곳에는 반드시 충성과 신의가 나 정도의 사람이 있을 것이나,<필유충신여구자언必有忠信如丘者焉> 그것은 내가 공부를 좋아하는 것만은 못할 것이다.<불여구지호학야不如丘之好學也>

당나라와 송나라 때에는 두 개의 무적론이 존재한다. 학습무적론學習無敵論과 은자무적론銀子無敵論이 그것이다. 학습무적론은 공부하면 천하를 거머쥘 수 있다는 말이고 은자무적론은 돈은 귀신도 부릴 수 있다는 말이다. 후학의 선택은 둘 중 하나다. 사마광을 존숭한 장정견의 말에 따르면 나든 너든<엄야복야俺也僕也> 저자거리든 시장이든<방야시야坊也市也> 살아남는 길은 공부다<학야습야學也習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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