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촌음을 아껴서라도 공부는 해야 한다
■ 송우영의 고전산책 / 촌음을 아껴서라도 공부는 해야 한다
  • 송우영
  • 승인 2023.05.25 10:24
  • 호수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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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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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남북조시대 경학가 도홍경陶弘景은 말한다. 사람을 읽고 사물의 이치를 밝히는 데는 어려서부터 공부만한 것이 없나니 그 공부의 시작은 대학으로 들어가서 맹자로 나와야 한다고 했다.

일찍이 맹자는 대학에 나오는 수제치평을 두고 수신과 제가가 이루어진 다음에야 치국과 평천하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비자의 말은 다르다. 수신과 제가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해서 치국평천하를 못하란 법은 없다고 했다. 상당히 위태로운 말임에 분명하나 일견 타당하기도 한 말이다. 왜냐면 세상은 그만큼 다양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가난한 사람이 행복한 경우는 없다는 극단의 말을 했다 전하는 전략의 성인 모성謨聖 귀곡자는 가난한 사람이 출세라는 것을 하려면 최소한 셋 중에 하나는 능해야 한다고 했다. 공부가 빼어나든가, 법에 능통하든가, 재물이 많든가이다. 셋 중에 하나라도 능하지 못하다면 밤길에 돌밭을 달리는 거와 같다고 했다.
그래서 귀곡자는 공부하겠다며 찾아온 제자들을 혹독하게 공부시키기로 호가 난 인물이다. 거기서 버텨낸 인물이 종횡가縱橫家로 합종책合縱策의 소진蘇秦과 연횡책連橫策의 장의張儀. 여기서 나온 말이 차라리 닭의 대가리가 될지언정<영위계구寧爲鷄口> 소 꼬리가 되는 일을 없으리라.<무위우후無爲牛後>”이다. 굉장히 날선 말임에 분명하다. 그만큼 공부에 대한 결기가 묻어나는 말이기도 하다.

노자의 말에 따르면 공부는 천리 길을 걷는 첫걸음과 같다고 했다. 천자문에서는 이를 독초성미篤初成美라 했다. 공부는 처음 시작할 때부터 정성껏 해야 끝이 좋다는 말이다. 물론 남아의 인생은 처음이 다소 부진했다고 해서 글렀다고 함부로 단정 지을 수는 없는 법이다. 당나라 시인 시성 두보는 친구의 아들 소혜蘇傒가 가난에 절망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는 장문의 편지를 쓴다. 그 내용 중 일부를 옮기면 이렇다.

남자의 일생은 관 뚜껑을 덮어봐야 비로소 결정되나니 자네는 아직 젊었거늘 어찌하여 산속에 숨어 지지리 궁상을 떨며 한탄을 일삼는 단 말인가. 심산궁곡은 자네와 같은 젊은이가 살기에 족한 곳은 아니라네,”

이 편지를 읽은 청년은 궁벽산골을 떠나 호남으로 가서 벼슬했다 전한다. 여기서 나온 유명한 고사성어가 개관사시정蓋棺事始定인 거고. 옛날이나 지금이나 공부를 빼고 뭔가를 이뤄보겠다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다. 특히 어려서는 벼슬도 할 수 없고 그렇다고 돈을 벌어 거부도 될 수 없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공부뿐인데 그런데 문제는 어려서 무슨 까닭인지를 모르나 공부를 안 하는 자녀가 있다는 데 그 문제의 심각성은 있다.

한비자는 자신의 책 한비자 오두편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요즘 공부 안 하는 자녀들은<금유부재지자今有不才之子> 부모가 꾸짖어도 고치려 하지 않으며<부모노지불위개父母怒之弗爲改> 마을 어른이 꾸짖어도 움직이려 하지 않으며<향인초지불위동鄉人譙之弗爲動>, 스승이 가르쳐도 변하지 않는다.<사장교지불위변師長教之弗爲變> 부모의 사랑과<부이부모지애夫以父母之愛> 마을 어른의 지도와<향인지행鄉人之行> 스승의 가르침<사장지지師長之智> 이렇게 세 가지로 최고의 가르침을 더해도<삼미가언三美加焉> 끝내 움직이지도 않으며<이종부동而終不動> 털끝만큼도 고치려 하지 않는다.<기경모불개其脛毛不改> 그러나 고을 관원이<주부지사州部之吏> 병사를 이끌고<조관병操官兵> 법령을 집행하며<추공법推公法> 이런 간사한 자를 색출하면<이구색간인而求索奸人> 이내 두려워하여<연후공구然後恐懼> 태도를 바꾸고<변기절變其節> 행동을 고친다.<역기행의易其行矣> 그러므로 부모의 사랑으로<고부모지애故父母之愛> 자식을 가르치기에 부족하다면<부족이교자不足以教子> 반드시 고을 관원의 엄한 형벌로 다스려야 하나니<필대주부지엄형자必待州部之嚴刑者> 백성은 호의를 베풀면 그것이 권리인줄 알고 교만해 지지만<민고교어애民固驕於愛> 권력에는 복종한다.<청어위의聽於威矣> 어려서의 공부는 첫째는 학교 교과서 공부가 있을 것이고 그 다음으로는 자기계발 수양서의 인성수신 공부가 있을 것이니 촌음을 아껴서라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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