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서천문화원 전시실에서 천산 최명규 작가의 서화전과 시화집<시를 쓰고 싶었다>의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이 기간 동안 서천문화원에는 2018년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로부터 명인으로 선정된 최명규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기 위한 발길이 이어졌다.
문산면의 한 가난한 가장에서 태어난 그가 거의 독학으로 대학 과정까지 마치고 시·서·화 삼절의 경지에 오른 것은 뼈를 깎는 노력이 아니고서는 이룰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자신이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글을 써서 이번 전시회에 내걸었다. 맹자 고자장구에 나오는 다음 대목이다.
天將降大任於是人也 (천장강대임어시인야)
하늘이 장차 그 사람에게 큰 사명을 주려 할 때는
必先苦其心志 (필선고기심지)
반드시 먼저 그의 마음과 뜻을 흔들어 고통스럽게 하고
勞其筋骨 餓其體膚 空乏其身 (노기근골 아기체부 공핍기신)
힘줄과 뼈를 지치게 하고 그 육체를 굶주리고 궁핍하게 만들어
行拂亂其所爲 (행불란기소위)
그가 하고자 하는 일을 흔들고 어지럽게 하나니
所以動心忍性 (소이동심인성)
그것은 타고난 작고 못난 성품을 인내로써 담금질하여
曾益其所不能 (증익기소 불능)
일찌기 할 수 없었던 하늘의 사명을 능히 감당하도록 그 역량을 키워주기 위함이다.
현재 서천문화원 원장으로 그 많은 가을 행사에 빠뜨리지 않고 참석하는 와중에도 이런 전시회를 준비한 것을 보면 얼마나 부지런한 성품인지 알 수 있다.
전시실에 들어서자 완숙의 경지에 오른 70여점의 작품에서 나오는 기氣가 전시실에 충만했다. 그는 끊임없이 변화와 새로운 창작을 꿈꾸며 살아왔다고 한다. 매, 난, 국, 죽을 소재로 한 문인화 외에 게나 새우, 새, 물고기, 연꼬, 곤충 등 다양한 소재의 그림과 서예 작품들이 전시돼 명인다운 필력을 보여주었다.
“글씨는 바로 그 사람(書如其人)이고 그림 또한 그 사람(畵書如其人)이다”이라는 말이 있다. 작품 하나하나가 바로 작가의 성품이자 인품일 것이다.
그가 두 번째 펴낸 서화집 <시를 쓰고 싶었다>에는 아름다운 서천의 자연 속에 그가 겪어온 인생 역정이 담겨있다.
엄니도/아버지도/시앙풀로 배 채우고 토하는/형님을 끌어안고//종다리 울음보다 작게/소리없이 우셨다//봄은 그렇게/우리에게는 붉은 울음이었다<보릿고개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