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 / 시를 찾는 마음
■ 모시장터 / 시를 찾는 마음
  • 김윤수 칼럼위원
  • 승인 2024.02.01 08:55
  • 호수 11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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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수 칼럼위원
김윤수 칼럼위원

시를 읽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위안을 받게 된다. 상상의 날개를 펼치며 많은 생각을 하는 동안 시 속의 화자를 이해하고 공감하고, 타인에 대한 이해와 교감을 넘어 시 속에서 나 자신을 발견하고 마음의 울림과 눈물을 마주하기도 한다. 시는 인간의 본성과 현실을 깨닫게 하고, 아픔과 슬픔을 통해 힘든 이웃과 사람과의 관계를 생각하게 한다.

장옥관 시집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에서 안 되겠지예라는 제목의 시를 소개해 본다. -아내와 딸/ 돈 긁고 마음 모아 열어놓은 가게/ 열흘이 가도 한 달이 가도/ 고요하기만 한 가게// 오늘 아침엔 셔터 올리자마자 사람 그림자 얼핏 비쳐/ 돌아보니 남루한 한 사내// "미안하지만, 돈 천 원 줄 수 없어예?" 나도 몰래 버럭 성질내며 "돈이 어딨능교, 며칠째 개미새끼 한 마리 얼씬대지 않구만" 그 사내, 참 미안한 표정으로 "그렇지예, 안 되겠지예..."/ 군말없이 돌아서는 것이었다.// 그제야 정신 번쩍 들어/ '미안하지만...' 그 한 마디 온종일 맴돌며 자꾸 부풀어오르니// 축축한 마음 조금이라도 말려볼 요량에/ 흰 종이 위에/ 이따위 얼룩을 남겨본다네-

마야 안젤루라는 시인은 우리가 시를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시는 사람을 물들이기 때문이라고 했으며 인생은 숨을 쉰 횟수가 아니라 숨 막힐 정도로 벅찬 순간을 얼마나 많이 가졌는가의 비중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이병률 시인은 시는 여행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며 나쁜 공기로 가득 차 있고 세속적인 욕망으로 가득한 내부를 세척해 주고 환기시켜준다라고 했으며 시는 여행처럼 우리를 어딘가로 견인해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킨다라고 말했다. 소설가 김연수는 시를 읽는 즐거움은 오로지 무용하다는 것에서 비롯한다. 하루 중 얼마간을 그런 시간으로 할애하면 내 인생은 약간 고귀해진다라고 했다.

시는 상투적인 일상과 일상적인 언어를 허물고, 존재와 삶에 대한 성찰을 함축하고 있다. 시는 가장 짧지만 강력하고 감동적인 대화이다. 누군가는 책을 읽는 행위가 인생의 해상도를 높이는 것이라 했는데, 시야말로 인생을 가장 정교하고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한자어 시()를 풀어보면, 언어()와 사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하였는데, 그렇다면 시는 존재의 집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시를 통해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정호승 시인은 고통스런 세상에서 다른 사람의 시를 통해 비슷한 정서와 감정을 확인하고 맞장구치는 순간 고통은 저절로 승화된다시 속에 자신의 삶이 얼마나 투영되는지를 발견해나가면 된다고 주관적이고 부담없이 시와 친해지라고 권고한다. “시를 읽을 때 왜 이렇게 썼을까, 무슨 뜻일까하고 생각할 필요없다. 그러면 시가 너무 어렵게만 느껴진다. 이 시가 내 삶에 어떻게 투영되는가를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라고 했다. 신경림 시인의 말처럼 시 읽는 재미라는 게 다른 사람이 못 가진 행복을 하나 더 가지고 사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해 본다면 시를 읽는 행위가 덜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시를 읽지 않고도 우리는 아무 문제없이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시를 읽으면서 관계를 바로잡고 상처를 어루만지고 세상을 조금 다르게 낯설게 바라보고 내면을 성찰할 수 있다면, 오늘 하루 묵묵히 잘 견디며 살아온 자신에게 시를 선물해보는 것은 어떨까. 마지막으로 김종삼 시인의 묵화라는 시를 소개해본다. -물먹는 소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오늘 하루도 함께 지냈다고/ 서로 발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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