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서 남으면 그것은 내 지식이 되는 거고 듣지 않아 알지 못하면 알지 못한 만큼 살아가야 하는 것은 누구를 탓할 일도 못된다. 들어서 알기 위하는 과정에 배움이 있으며 배움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순간이라도 놓거나 허투루 한다거나 게을리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명심보감 권학편에서 주문공朱文公 주자는 오늘 배우지 않고 내일이 있다고 말하지 말라<물위금일불학이유래일勿謂今日不學而有來日> 라고 경책한다. 명심보감明心寶鑑은 고려 충렬왕 때 예문관대제학藝文館大提學을 지낸 추적秋適이 1305년에 성경현전聖經賢傳에 전해지는 현자들의 금언을 채록하여 엮은 책으로 훗날 원나라 말기에 출생하여 명나라 초기를 살다간 인물 범입본范立本<본명 범근范瑾 자字는 종도從道>이 추적秋適의 명심보감을 저본으로 증편해서 명나라 상류층의 기본 교양서로 읽혔다는 책이다.
명심보감 천명편 초두는 맹자님의 말씀으로 시작된다. “맹자왈孟子曰 순천자順天者는 존存하고 역천자逆天者는 망亡이니라” 풀어쓰면 “맹자님 말씀에 하늘을 따르는 자는 보존될 것이며 하늘을 거스르는 자는 망하느니라”이다. 이 말의 출전은 맹자孟子 이루장구상離婁章句上7-7문장으로 “맹자님 말씀에<맹자왈孟子曰> 천하에 도가 있으니<천하유도天下有道> 작은 덕은 큰덕에게 부림을 당하며<소덕역대덕小德役大德> 작은 현자는 큰 현자에게 부림을 당하며<소현역대현小賢役大賢>, 천하에 도가 없으니<천하무도天下無道> 작은 것이 큰 것에 부림을 당하며<소역대小役大> 약한 것은 강한 것에 부림을 당하며<약역강弱役強> 이 두 가지는 하늘의 일이니<사이자천야斯二者天也> 이러한 하늘의 일에 따르는 자는 보존되며<순천자존順天者存> 이러한 하늘의 일을 거스르는 자는 망하느니라<역천자망逆天者亡>”
이글에 대한 주자의 집주는 이렇게 기록한다. “작다 하여 작은 대로만 있으면 그것은 작은 것 이상일 수 없으니 애쓰고 노력하여 작은 것을 크게 한다거나 그것도 아니되면 작으나 쓸모 있게 하여 더 훌륭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이 말인즉 공부하라는 말에 대한 주자의 에둘러 표현하심이다.
하늘은 산과 들에 그리고 강과 바다에 이르기까지 천하 만물은 내시었는데 그중에 유독 사람에게 이르러 공부라는 것을 인류 성인 공자님을 통해 후학들에 알게 하시었다. 논어 자한편 9-6문장은 이렇게 기록한다. “태재가 자공에게 물어 말하기를<태재문어자공왈大宰問於子貢曰> 공자님은 성인이십니까<부자성자여夫子聖者與> 어찌 다 능하십니까?<하기다능야何其多能也> 자공은 말한다<자공왈子貢曰> 진실로 하늘이 그분을 성인으로 풀어놓으신 겁니다<고천종지장성固天縱之將聖> 그래서 많은 것에 능하도록 하신 겁니다<우다능야又多能也>”라고 답했다.
여기서 능하다 하심은 여러 해석이 있을 수 있으나 공자님의 지식의 깊고 넓음의 함량으로 이해하는 것이 가장 문장에 합한다. 공자님께서는 출생이 불운하셨고 성장과정이 불행하셨고 날마다의 생활은 불안 그 자체였다. 그러한 환경과 처지 속에서도 오로지 공부하나만으로 관직에 오르시기를 오늘날의 법무부장관의 직위에 준하는 대사구大司寇의 위位에 오르셨고 관직 밖에서는 소왕素王<왕으로 취임은 안했으나 왕의 덕을 갖춘 탓에 세상 사람이 붙여주는 칭호>의 위位에 오르셨고, 사후에는 성인으로 추앙된 인물이시다. 공자님은 어려서 어떻게 공부하셨을까 그 어떤 문헌에도 공자님의 어린 시절 직접적인 공부과정에 대한 직설적 기록은 아직까지는 미문未聞이나 주문공 주자의 소학 책 초두의 기록으로 미루어 짐작은 할 수 있다. ‘쇄소응대진퇴灑掃應對進退’가 그것이다. 공부의 첫째는 쇄소灑掃의 공부이다. 사람은 누구나 잠을 자야 하고 쉬어야 하니 거처가 있어야 한다. 거하는 곳을 깨끗이 청소하고 관리하는 것이 쇄소공부이다. 그 다음 공부가 응대應對의 공부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로 다른 사람과 부대끼며 살아야 한다. 이때에 남을 피해주지 않는 응대應對의 배려가 있어야한다. 그다음 공부가 진퇴進退의 공부다. 가정이나 사회의 가장 기본은 사람을 향한 출입의 예절이다. 사람은 나아감과 물러섬이 반듯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