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리·탱자나무에 도장 새기던 소년
상수리·탱자나무에 도장 새기던 소년
  • 허정균 기자
  • 승인 2024.08.08 21:04
  • 호수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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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작품 남기고 귀향…조각가 조성화
▲작품전시관의 조성화 조각가
▲작품전시관의 조성화 조각가

1966년 경주 불국사 석가탑을 보수하기 위해 해체하다가 발견된 불교 경전(무구정광대다라니경)8세기에 인쇄했던 목판본 현존하는 목판 인쇄물로 세계의 공인을 받았으며 현재 국보 126-6호로 지정되어 있다.

인쇄란 하나의 판을 만들어 이를 이용해 여러 개의 인쇄물을 복제하는 일을 말한다. 이는 인류 문명사에서 혁명을 불러왔다. 대량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공적인 업무에서 도장을 새겨 날인하는 것도 인쇄의 한 분야로 볼 수 있다. 한국전쟁 이후 전후 복구를 위해 전국 각지에서 많은 공사판이 벌어졌다. 이때 노동을 제공한 댓가로 노임을 받을 때 날인하는 데에 도장이 필요했다. 도장이 없어 상수리 열매에 이름을 새겨 이를 이용하기도 했다.

서천읍 태월리에 있는 작품전시관 입구
서천읍 태월리에 있는 작품전시관 입구

서천읍 화금리에서 태어나 살던 조성화 소년은 이를 유심히 보고 상수리 열매에 도장 새기는 일에 빠져들었다. 소년의 재주는 이는 탱자나무를 잘라내 어엿한 완제품 도장을 생산하는 일로 발전했다. 딱딱한 나무에 글자를 새기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소년은 이 일에 빠져들어 중학교 시험에 낙방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조각가 조성화의 예술 인생의 출발은 이같은 도장 새기는 칼질에서부터 시작됐다.

서천고등학교에 입학한 그는 서울로 가서 이 일을 계속하기 위해 1학년 마치고 자퇴를 했다. 부모님도 그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이 때 5살 위 형이 그의 편이 되어주어 큰 힘이 되었다.

그는 서울로 올라가 고등학교에 편입을 했고 이어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각과에 합격해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했다. 대학 시절인 1970년에 제19회 국전에 입상했으며 20, 22회 국전에도 입상해 그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어 1973~1995년 홍익조각회전에 참여했으며 1986년에는 전국 조각가 100인 초대전에 참여했다. 용인에 거주하며 활동하며 미국 플러턴시 국제교류전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한응 열사상. 이한응(1874년~1905)은 대한제국의 관료이자 외교관. 순국 열사로 묘가 용인에 있으며 용인시에서 기증을 요구하고 있으나 조성화 작가는 다시 제작해주겠다며 사양하고 그가 애장하고 있다.
▲이한응 열사상. 이한응(1874년~1905)은 대한제국의 관료이자 외교관. 순국 열사로 묘가 용인에 있으며 용인시에서 기증을 요구하고 있으나 조성화 작가는 다시 제작해주겠다며 사양하고 그가 애장하고 있다.

1986년 과천 승마경기장 애마상 청동마 2기 제작을 시작으로 그의 작품은 전국 각지에 남겨지게 되었다. 서울 롯데호텔 신관 로비 청동여인상 3, 국회의사당 헌정 50주년 상징조형물,국방부 육···해병 청동 국군용사상, 천안 독립기념관 제5전시실 독립투사 및 의열단 강우규 이봉창 외 21인 부조 등 그의 작품들은 전국 각지에 산재해 있다. 대전 특허청 중앙홀, 거제도 포로수용소, 포항시 장기곶 등대 박물관, 계룡대 육군본부 육군 명예의 전당, 영월군 상동읍, 수원시립박물관 등 이루 다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장소에서 그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서천읍 군사5리 어린이 놀이터에서도 그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조각가로서 완숙의 경지에 이른 그는 2015년 서천문화원 초대전으로 고향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이어 70대 중반이 되어 귀향했다. 1965년 고향을 떠난 지 56년 만이었다. 그가 살고 있는 서천읍 태월리 공동체비전고 뒷편에 그의 작품전시관이 있다. 그곳에 가면 그의 작품들과 함께 그가 조각가로서 예술혼을 불태우며 살아온 행적을 잘 살펴볼 수 있다. 그는 남은 인생을 고향을 위해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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