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 콘서트 후기
서천 콘서트 후기
  • 뉴스서천 기자
  • 승인 2004.06.03 00:00
  • 호수 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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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흐린 날씨, 운전하기에 좋은 날씨다.
가는 길에 모내기를 하기 위해 물이 가득한 논이 넓게 펼쳐있고 햇빛이 반사된 은회색 들판이 내 가슴을 들뜨게 한다.

뉴스서천 주최의 Double Concert, 단독 콘서트가 아니니 부담도 적고 내일은 태안에서 공연이 있으니 집으로 가지 말고 서천에서 하루를 보내며 낯선 고장에서 여행의 즐거움을 맛보리라 했다.

일찍 도착해 공금란 기자의 안내로 금강하구, 서해바다가 바로 눈앞에 있는 백악관cafe에서 Irish coffee. 아! 우리나라의 서해안이 이렇게 멋지구나, 이렇구나! 생전처음 갖는 내 눈의 호사로움에 몸과 마음이 들판만큼, 바다만큼 펼쳐지는 듯하다.

800석을 거의 다 메운 군민회관 공연장. 나는 Mania들만 아는 가수인데 반응이 어떨까 하는 불안감은 첫 곡 리멘시타(깐쏘네)가 끝난 후 곧 사라졌다. 인구 6만이 조금 넘는 작은 읍, 농업과 어업이 산업의 전부라는, 태어나는 아이보다 돌아가시는 분이 더 많다는 다소 서글픈 현실의 일상 속에서 고향을 사랑하는 분들이 공연을 주최하고 관람하고 또 마음을 함께 하는 자리였다.

그런 분들의 마음이 왜 내게 전달되지 않으리오.
동시에 많은 사람들과 아무런 이해 관계없이 인간 본성의 아름다운 감성의 교감, 이것이 공연장에서 맛보는 가수만이 가질 수 있는 기쁨이다.

앵콜이 3번이나 나와서 12곡을 불렀지만, 사실 더 하고 싶었다. 지루할까봐 약간 아쉬워야하니까 그만 끝냈지만, 좋아서 하는 일이니 노래를 많이 부를 수 있다는 건 복 터진 게 아닌가.

공연 후 근처 식당에서 자연산 광어회, 술, 이야기…
이제 눈의 호사에서 입의 호사까지, 아 행복해라!

산호텔에 숙소를 정하고 Hotel Restaurant에서 공금란, 신태봉 氏, 허재호 氏, 그의 아내와 또 다시 자리를 함께 했다.

서울에서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나오고 서울 생활권에서 평생을 지내온 나는 좋게 말해서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중심시대에 중심부에서 살아왔지만, 생활과 마음의 중심을 잠지 못한 ‘변방인’이었다.

사람들은 이미배는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다소 도도한 가수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고백컨대 그런 외양은 나의 내부의 허허로움 때문이 아니었을까. 내가 충만한 사람이라면 타인에게 자연스럽고 편안한 사람으로 보여져야 하는 게 아니었을까.

그분들과 대화에서 가족간, 이웃간의 사랑, 고향을 사랑하는 견고한 뿌리의식이 기초가 된 삶, 그래서 가질 수 있는 따뜻함, 배려, 또 문제의식 이런 것들을 느꼈다.

물론 우리나라 행정의 맹점인 개인의, 지방의 소외 때문에 생기는 문제점이 없을 수 없었다. 그러나 나와 그분들과의 차이점은 고향을 중심축으로 돌아오는 삶과 도시 중심에 있어도 마음의 중심을 못 잡고 이방인으로 사는 삶의 차이였다.

그 삶에는 사랑과 평화가 있고 이방인의 삶은 공허함이 항상 도사리고 있지 않은가.
이제는 경제발전(좋게 말해서 경제발전이지 돈이 모든 것의 중심이 되는)이 목적이 아닌, 인간 개인의 행복이 목적인 삶, 그래서 자방자치제가 역시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한 번의 작다고 생각했던 지방공연이 내게는 큰 감명으로 큰 에너지를 준 공연이었다.
가수 / 이  미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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