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농사는 아예 포기하는 게 속이 편할 것 같습니다.”
24일 서천군 시초면에서 만난 농민 A씨는 “벼 경작면적 중 75%가 벼멸구 피해를 본 데다, 20~21일 집중호우로 일부 논에서는 벼가 바닥에 넘어지는 도복 현상이 발생했다”면서 “돈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수확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A씨에 따르면,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농협과 군이 공동으로 방제를 실시했으며, 자비를 들여 드론을 이용해 액체와 분말 농약을 뿌렸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한다.
서천군농업기술센터가 19일 발표한 벼멸구 발생 동향에 따르면, 벼멸구 발생 면적은 530ha로 전체 논벼 면적(9,710ha)의 5% 수준이다. 하지만 벼멸구가 서식하기 좋은 폭염이 지속되면서, 서천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찰벼뿐만 아니라 일반 벼인 ‘친들’ 등 다양한 품종으로도 확산 중이다.
지역별 벼멸구 피해 면적은 ▲한산 181.7ha ▲기산 80ha ▲문산 69ha ▲서천읍 43.6ha ▲화양 40ha ▲마산 39.2ha ▲판교 22ha ▲비인 16.8ha ▲종천 14.3ha ▲시초 12ha ▲마서 3.9ha ▲장항 2.4ha ▲서면 2.4ha 순이다.
피해가 가장 심각한 한산면에서는 소곡주 제조용 찰벼(다복찰, 백옥찰, 동진찰)를 재배하는 농가뿐만 아니라, 한아름찰벼를 계약 재배(한산농협-CJ브리딩)하는 24개 농가 105ha에서 피해가 모두 발생했다.
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피해 품종은 찰벼(한아름찰, 다복찰 등)와 통일벼 계통의 다수확 품종인 대방, 만복, 남찬, 새일미 등이다.
벼멸구는 중국 남부 지역에서 기류를 타고 서천 등 서해안 지역으로 넘어오는 해충이다. 올해 서천에서 처음 비래가 확인된 시점은 6월 11일이었으며, 본답에서는 7월 30일 비인 성북리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벼멸구는 비래 이후 고온 환경에서 2~3세대를 거치며 급격하게 번식했고, 수면 위 10cm 이내의 벼대에 집단으로 서식하며 벼대에서 수액을 빨아먹는다. 피해가 심한 벼는 완전히 말라 죽어 폭탄을 맞은 것처럼 주저앉는다.
농업기술센터 측은 “벼멸구가 벼 밑둥에서 집중적으로 서식하기 때문에 방제 효과를 높이려면 약제를 충분히 살포하고, 특히 볏대 아래까지 약액이 도달하도록 해야 한다”며 “농약 안전 사용 기준에 따라 멸구류를 중점적으로 방제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벼멸구 피해를 본 농가들은 벼 수확 시기를 지난해보다 앞당겨 피해를 최소화할 계획이다. 각 농협은 농가들의 벼멸구 피해 신고를 받아 손해평가사의 평가를 토대로 보험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농민들이 보험금을 받기 위해서는 수확 10일 전까지 보험 가입 농협에 피해 사실을 신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