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기록 활동가들의 열정과 노력, ‘서천의 이야기’ 이어가
지역 정체성 보존의 핵심, 기록이 만든 서천의 과거와 마래
*이 기사는 충남도미디어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뉴스서천은 27일 오후 2시부터 서천군미디어문화센터 라디오녹음 부스에서 충남 미디어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지역 언론 지원사업 연합사업 ‘서천군민의, 군민을 위한 라디오 팟캐스트 시즌 4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마을기록 활동가들을 만나 기록 활동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한 시간 가량 진행된 방송내용은 라디오 팟캐스트와 영상으로 각각 제작해 뉴스서천 페이스북과 유튜브, 인터넷 신문에 게재될 예정이다.
이번 방송에는 사방팔방 서천 이야기 마을기록단 동아리 방갑주 회장과 김석환 총무, 오정례 회원, 그리고 서천군에서 마을기록 활동가 양성과정(기초 및 심화) 운영 담당 주무관인 자치행정과 교육지원팀 조선예 평생 교육사가 참여했다.
군, 마을기록 중요성 감안, 8년째 마을기록 활동가 양성 나서
마을기록은 해당 지역의 역사, 문화, 지리적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어 지역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로, 축적된 마을기록은 학생들의 교육과 연구자들의 지역연구, 지역민의 정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자료로 활용된다.
서천군을 포함한 전국의 지자체들이 지역 공동체의 정체성 강화와 문화적 가치를 보존하는 마을기록 활동 중요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실제 서천군도 2017년부터 평생교육 프로그램의 목적으로 ’마을기록 활동가 양성과정(기초 및 심화 과정)을 개설해 운영해오고 있다. 2021년부터는 마을기록 활동가들이 기록한 기록물을 ‘사방팔방 서천 이야기’란 마을기록 활동집을 책으로 묶어냈다.
올해로 4년째 마을기록 활동가 양성 업무를 맡은 자치행정과 조선예 주무관은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이 40%를 넘긴 상황에서 더 많은 마을기록 활동가를 양성, 기록물을 생산,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은데 생각만큼 속도를 내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도 직접 마을기록 활동에 참여해 보람을 느꼈다는 조선예 주무관은 “최근 3년 동안 마을기록 활동가들이 기록한 200여 편의 마을기록 카드를 보면서 내가 태어나고 자란 서천에 대해 모르는 것 투성이였다”면서 “마을기록 활동가들이 활동하지 않았다면 사라지거나 모르고 넘어갈 수 있는 내용이 기록으로 재탄생된다는 점과 사방팔방 서천 이야기 마을기록단의 열정적 활동을 미력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 보람과 긍지를 느낀다”고 말했다.
네 번째 마을기록 책자 발간…초등생용 스토리북 제작과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실제 지난해 발간한 세 번째 사방팔방 서천 이야기에는 서천읍 삼산리 갈꽃비 재료 채취에서부터 생산 전과정(홍성윤 마을기록 활동가)을 비롯해 서천 대목장 1호 정영진 선생에 대한 회고(오정례), 비인 성내리 미군 부대(방갑주, 김석환, 이대옥), 1950년대 서천읍 화성1리 역사(김윤중) 등 63편의 마을기록이 글과 사진, 동영상 등으로 모아졌다.
특히 이 책에는 마을기록 활동가들이 기록한 마을기록카드를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분류할 수 있는 마을기록 카드 양식과 마을기록 카드 분류표가 부록으로 수록돼 있다.
조선예 주무관은 “첫해 20~30여 개에 불과했던 마을기록 카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60여 편의 마을기록카드가 생산되면서 마을기록 활동가들의 열정적인 활동에 깜짝 놀랐다”면서 “올해도 네 번째 ‘사방팔방 서천 이야기’ 발간과 함께 초등학생용 스토리북도 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선예 주무관은 “현재 스트리북 제작을 위해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해 그동안 마을기록활동가들이 작성한 마을기록 카드 중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교육적 가치가 큰 ‘판교 도토리묵 이야기’ ‘시초 부엉바위 이야기’ ‘심동리 독지가’ 등 마을기록 8편 선정을 마친 상태”라면서 “스토리북에 들어가는 글과 그림 모두 작가와 화가 회원이 각각 맡아 훌륭한 작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군은 제작된 스토리북을 교과서에 ‘우리 지역 알기’ 분야가 있는 관내 초등학교 3~4학년 학생들에게 배포하고, 학교 측과 협의를 통해 동아리 회원들이 직접 학생들에게 소개한다는 계획이다.
조선예 주무관은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하는 동아리에 올해 도비를 확보해 활동비를 지급할 수 있어 다행”이라면서 “지난해 한 권을 발행하는 데 5만 원이 넘게 들어갔는데 예산이 부족해 책자를 많이 발간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군 자치행정과 평생학습팀은 내년 군청홈페이지 재단장에 맞춰 평생학습포털에 마을기록 아카이브 공간을 마련하여 많은 사람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동아리 회원의 다양한 직업군과 기록내용 다채
서천의 마을기록 활동이 활발해진 것은 2022년 ‘사방팔방 서천 이야기 마을기록단 동아리가 구성되면서다. 회비로 운영되는 마을기록단은 현재 16명의 회원이 활동하면서 개별 관심분야에 대한 개별 기록물과 함께 마을기록 대상지로 선정된 마을을 찾아 마을단위 기록물을 생산하고 있다.
방갑주 회장은 “올해 마을기록 활동가 과정 수료자 중 4~5명이 회원 가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옴에 따라 내년부터는 20여 명이 회원이 활동하게 되면 지금보다는 좀 더 다양한 방면에서 풍성한 마을기록 카드가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앞으로 동아리를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는 말처럼 앞으로 회원들과 함께 마을기록 활동에 박차를 가해 전국에 ‘마을기록 하면 사방팔방 서천 이야기 마을기록단’이란 등식이 성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동아리를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동아리에 회원 수가 많고 회원들의 관심 분야가 다양하다 보니 작성되는 마을기록 카드가 다양하다”는 방갑주 회장은 “기억 남는 마을기록으로 오정례 회원이 발굴한 ‘반쪽짜리 꿈을 이룬 가수 강기순씨의 이야기를 감명 깊게 읽으면서 따뜻한 인류애를 느꼈다”고 말했다. 1956년생인 강기순씨는 1974년 오아시스레코드사가 주최한 ‘전국 남녀 가수선발대회’에 출전해 배호의 노래를 불러 특별상을 받았고, 앨범을 내자는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7남매의 장남인 강씨가 공무원이길 바라는 공무원이셨던 아버지의 완강한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해오다 2022년 가수의 꿈을 이루게 됐다. 이후 그는 대전교통방송 가족 노래자랑, 문산면민 체육대회, 장항꼴갑축제 등 군내 지역축제 무대에 서고 있다.
방갑주 회장이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 중 하나가 마을 지명이다. 그가 조사한 비인 선도리 망생이 마을의 경우 주민들이 옛날부터 마을의 형상을 ‘배(船)형국’이라고 하여 무거운 배는 가라앉게 된다고 믿고, 마을에 흉과 화를 피하기 위해 비석을 땅 위에 세우지 않고 땅 속에 묻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유승광 향토사학자는 “고려 시대 풍습 중 하나인 매향으로, 마을 주민들이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며 땅에 돌에 글을 새기거나 향나무를 묻었다”면서 “망생이 마을에서는 돌이나 향나무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발견됐다”고 말했다. 망생이 마을 주민들은 용왕 맞이(당산)에 제사를 지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마을기록 활동가의 노력으로 갈꽃비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서천읍 삼산리의 갈꽃비 제작 전 과정도 마을기록 카드로 남길 수 있게 됐다”면서 “갈꽃비 제작 기록이야말로 마을기록이 왜 중요한지를 바로 보여주는 사례이자 마을기록 활동가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라고 평가했다.
사방팔방 서천 이야기 마을기록단 회원은 다양한 직업군이 모여 있다. 이번 방송에는 2011년 서울에서 문산 금복리로 귀촌한 이후 서천군 미디어 문화센터에서 운영하는 라다오 팟캐스트 서천 FM.에서 ‘어제 오지 그랬슈’란 프로그램으로 방송을 진행한 오정례 회원은 자신이 사는 문산면에 관심을 두고 마을기록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발간된 ‘세 번째 사방팔방 서천 이야기에는 ‘반쪽짜리 꿈을 이룬 꿈을 가수 강기순씨의 이야기’를 비롯해 ‘금복2리 삼지적송과 제사’, ‘금복2리 서천 대목장 1호 정영진 선생에 대한 회고’, ‘금복리 우농서당’ 등 4건의 마을기록카드가 수록됐다.
그는 “마을기록 활동가로 마을을 찾아다니며 조사하고 기록하는 일이 너무나 재미있고, 다른 회원들이 작성한 마을기록 카드를 통해 내가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됐고, 기록 하나하나가 너무 소중하게 다가왔다”면서 “지난해에는 인물에 초점을 둔 마을기록카드를 작성했다면 올해는 금복2리 마을사업과 관련된 마을기록 카드 작성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록을 통한 타 지역 마을기록단과의 교류 확산
방갑주 회장, “마을기록 활동가 지원을 담은 조례 제정되길…”
사방팔방 서천 이야기 마을기록단 살림살이를 도맡아 하고 있는 김석환 총무는 “16명의 회원이 마을기록 활동 초기부터 관심 분야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열심히 기록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심부름꾼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세 번째 사방팔방 서천 이야기를 통해 1990년대 서해병원의 문화행사를 비롯해 판교우체국 신설, 군사리 서천 열쇠집 기록과 마을단위 기록에선 각 마을안내시설, 생활편의시설, 주민복지시설, 용수시성, 종교시설, 교육시설 등에 대한 마을기록 카드를 생산했다.
특히 그는 비인 월명산과 산성, 비인 성내리 비석거리, 성내리 옛날 우물, 비인 읍성, 성내리 미군 부대, 성내리 신 비인시장 등 방갑주 회장, 이대옥 회원과 함께 공동으로 마을기록 카드를 작성하는 등 다방면에 걸쳐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마을단위 기록을 할 때 개인적인 관심분야인 그 마을의 공간을 사진을 찍듯이 기록으로 옮긴다, 마을의 현재 모습을 담고 마을 특성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기능적으로 분류하면 대략 4~5가지의 기록카드가 만들어 진다, 이러한 방식으로 공간을 기록하다 보면 주제를 분류할 수밖에 없어 마을기록 카드의 양이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총무로 열심히 하는 것과 일을 잘하는 것과 다르다”면서 “잘하지 못하는 것은 회장님을 포함한 동아리 회원들이 계속 채워주셔서 든든하게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사방팔방 서천 이야기 마을기록단 동아리는 자체적으로 회원 역량 강화를 위해 매월 1회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연 2회 정기 보수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마을기록 선진지 견학도 다녀오고 있다.
방갑주 회장은 “매월 1회 실시하는 아카데미는 회원들의 개별 기록을 공유하고 회원 상호간에 자연스러운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기록을 수정 보완하는 활동”이라면서 “한 달에 한 번씩 여는 아카데미를 통해 회원들 스스로 마을기록 활동에 대한 동기부여와 함께 동아리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방팔방 서천 이야기 마을기록단은 동아리 자체 역량 강화는 물론 다른 지역 마을기록 활동가들과의 교류도 활성화할 방침이다.
올해 사방팔방 서천 이야기 마을기록단은 선진사례로 서천을 찾은 전북 남원시 마을기록활동가 양성 과정 참여자들과 함께 그간 활동상황을 공유한 뒤 마서면 월포리를 찾아 공동으로 마을 답사 활동을 벌였다.
또한 8월에는 노영미 대표가 운영하는 예소아카이브에서 진행된 '기록과 만남 서천사람들이야기' 프로그램을 함께하면서 서천을 찾은 여행관련 인플루언스와 젊은세대와의 만남의 시간을 가진 바 있다. 9월에는 경북 의성군 의성문화원 기록수집팀도 서천을 찾아 기록단 활동을 소개하기도 했다.
김석환 총무는 “우리 동아리가 견학하러 가거나 다른 지역에서 서천을 견학 온다는 자체는 저희에게는 커다란 소득”이라면서 “우리가 의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동아리가 기본적으로 해온 활동의 자연스러운 결과로,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기조로 동아리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방갑주 회장은 3년째를 맞이하고 동아리 운영 방침에 대해 “자율성에 방점을 두어 운영하되 동아리 활동의 기본 목적인 회원들이 마을기록 활동을 꾸준히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방 회장은 “회원들의 왕성한 활동으로 마을기록카드가 200여 개 이상 모아진 상황에서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이 시급하고, 마을기록 활동가들이 지속적으로 마을기록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위한 조례가 제정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