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예술단 혼’의 ‘꽃 피면 봄 잎 지면 가을인 줄 안다지’ 첫 공연이 25일 오후 장항읍 기벌포복합문화센터에서 열렸다.
이 공연은 서천의 한산세모시짜기와 저산팔읍길쌈놀이, 부채장, 그리고 태안의 설위설경 등 충남의 무형문화유산을 소재로 한 음악, 무용, 소리가 결합된 무용극이다.
지난 8일 개관한 기벌포복합문센터의 300여석의 객석은 이날 관람객들로 거의 메우며 성황을 이루었다.
흰옷 입은 사람이 무대에 오르며 공연이 시작됐다. 이들의 성악과 소리로, 춤동작으로 막을 열자 이어 무형무화재 서천부채장이 만든 부채를 손에 든 화려한 무용이 펼쳐진다. 1막 ‘운금(雲錦)’은 이처럼 구름을 수놓은 비단처럼 환히 빛나고 성품이 고운 규수에게 운명처럼 찾아온 사랑을 표현했다. 기묘사화에 휘말린 남편 유여주를 따라 비인으로 낙향하여 빈한한 삶을 산 조선 중기 시인 임벽당 김씨를 모티프로 삼았다 한다.
2막 ‘소녀에서 여인’으로 에서는 모시베에 스며있는 여인들의 애환을 표현했다. 신영락이 쓴 백저사의 시가 들려오며 모시짜기를 하는 여인이 등장한다. 고단한 나날과 반복되는 일상, 쉼없는 노동의 손길에 젖어든 붉은 핏빛은 팽팽한 모시 가닥 위에서 속절없이 춤을 춘다.
3막 ‘잎과 무릎에 붉은 꽃 피다’에서는 넝쿨처럼 얽히고 긁히는 여인의 몸짓이 한올한올 엮이는 모시를 형상화 한다. 값진 모시꽃을 피워나가는 것은 여인들의 입과 무릎이다. 여기에 몽골사람들이 연주한 장엄하고도 비장한 음원을 삽입하여 현실에 최선을 다하며 삶을 이어가는 모습을 표현했다.
4막의 주제는 ‘모시꽃 피다’이다. 모시는 꽃을 피우지 않는다. 다만 여인들의 고통과 시련을 통해 완성된 한산세모시가 바로 모시꽃이다.
60분 동안 이어지는 춤사위에서 잠시도 눈을 떼기 어려웠다. 11월 7일과 8일, 오후 2시와 7시 2회씩 총 4회의 공연의 서천읍 문예의전당에서 펼쳐진다. 11월 21일에는 충남도청 문예회관에서 공연이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