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공부한 사람은 세상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 송우영의 고전산책 / 공부한 사람은 세상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 송우영/서천서당 훈장
  • 승인 2024.11.27 15:41
  • 호수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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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 송우영
우농 송우영

논어 자장편19-22 문장은 이렇게 기록한다.

공자님께서 돌아가신 6년쯤 지난 무렵에 위나라 대부 공손조가 자공에게 물어 말한다.<위공손조문어자공왈衛公孫朝問於子貢曰> 중니는 누구에게서 공부하셨는가?<중니언학仲尼焉學> 자공은 말한다<자공왈子貢曰> 문왕과 무왕의 도는<문무지도文武之道> 아직 땅에 떨어지지 않아<미추어지未墜於地> 사람에게 남아 있나니<재인在人> 현자는<현자賢者> 그 큰 것을 배워 기록하며<식기대자識其大者> 불현자는<不賢者> 그 작은 것을 배워 기록합니다.<식기소자識其小者> 현자라면 문왕과 무왕의 도를 지니고 있지 않은 사람이 없으니<막불유문무지도언莫不有文武之道焉> 누구에겐들 배우지 않았겠습니까?<부자언불학夫子焉不學> 이러하거늘 공자님께서 또한 어찌 일정하신 스승님이 있으셨겠습니까<이역하상사지유而亦何常師之有>”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 공자님의 공부 이력을 밝힌 것은 이거다하고 단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다만 이러저러한 문헌들에 조금씩 기록된 부분을 찾아서 인용할 뿐이니 이 또한 공자님 사후 몇 백 년이 지난 기록인지라 정확하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후학으로서 참고할 수 있는 정도 만큼이니 제하의 독자는 이 점 또한 혜량을 당부하는 바이다.

공자님은 15세 무렵에<오십유오이지우학吾十有五而志于學 논어위정2-4> 공부에 뜻을 둔 이래 역도원酈道元의 수경주水經注에 따르면 17세 무렵에 노자로부터 장례예법을 익혔으며 공자성적도孔子聖蹟圖에 따르면 공자님은 29세에 노나라의 악관樂官 사양자에게서 거문고를 배우시는데<공자학금사양자孔子學琴師襄子> 십 일이 지나도록 진도를 나가지 않으셨다.<십일부진十日不進>

이 장면은 공자가어孔子家語변락해辯樂解 편에도 기록을 볼 수 있고 또 논어 미자편18-9문장에는 사양자가 섬으로 도망하다시피 숨어드는 것까지 기록한다. 경쇠치는 악관<격경擊磬> 양은<> 바다 가운데 섬으로 들어가고<입어해入於海> 논어 팔일편 3-23문장과 논어 태백편 8-15문장에 따르면 노나라 악장은 태사大師 였고 그에 속한 악관이 사양자이다. 논어미자편 18-9 문장에 따르면 악장 태사 지를 포함, 모두 여덟 명의 악사들이 한날한시에 노나라 궁궐을 떠나 각자 다른 장소로 도망간다. 이는 아마도 노나라가 공자님 사후에 혼란기를 맞아 궁궐을 떠난 것으로 이해되는 부분이다.

그리고 공자님은 35세에 이르러 주나라 노자를 찾아가 예를 배운다. 주나라에 가서<적주適周> 노자에게 예를 물었고<문예어노자問禮於老子> 돌아와서는<기반旣反> 제자들이 많이 늘었다.<이제자익진而弟子益進> 이렇게 볼 때 공자님은 공부를 매우 좋아하셨던 것만은 사실이다. 논어 술이편7-19문장에 따르면 공자님 말씀에<자왈子曰> 나는 날 때부터 아는 자가 아니다<아비생이지지자我非生而知之者> 옛것을 좋아하여<호고好古> 빨리 가서 구하여 공부하는 자이다.<민이구지자야敏以求之者也>” 공자님은 날 때부터 아는 자가 아니라고 분명히 밝히셨다.

그런 그가 훌륭한 인물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공부를 좋아해서 에서 시작된다. 태어나는 것이야 불가 논외의 일이다. 다만 공부를 좋아하면 언젠가는 훌륭한 인물이 될 수 있다는 꽤 단순한 순진하기까지 한 이 말은 공자님을 보면 이해되는 부분이다. 공부를 좋아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축복일 수 있다. 그것이 예능이 됐든 기술이 됐든 공부를 한다는 면에서는 우선은 좋은 일이다. 공부라는 것은 행함으로 드러나는 일이다. 공부를 많이 했다고 하면서 행함이 그릇 되면 이는 부끄러운 일 정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경을 치는 일에 이를 수 있다. 논어 위령공편15-5문장은 이렇게 기록한다. 자장이 행함을 물으니<자장문행子張問行> 공자님 말씀에“<자왈子曰> 말이 충직하고 신뢰되며<언충신言忠信> 행실이 돈독하고 경건하면<행독경行篤敬> 비록 오랑캐 나라라 하여도<수만맥지방雖蠻貊之邦> 행해질 수 있거니와<행의行矣>” 공부라는 것은 다른 사람의 사표가 되는 일이다<학위인사學爲人師> 그러하기에 행동은 세상의 모범이 되어야한다<행위세범行爲世範> 그것을 처음 실천한 이가 공자님이신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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