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내고향 북녘 땅아!
그리운 내고향 북녘 땅아!
  • 최현옥
  • 승인 2002.04.18 00:00
  • 호수 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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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상봉 위해 삼팔선 넘는 김애란 할머니


사람은 누구나
가슴깊이 그리움의 별 하나
걸고 살지만
···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저 별들은
누구의 가슴에 사무치는 그리움인가.
-별이 뜨는 그리움 중-

세계 유일의 분단 민족 대한민국! 이 땅 이산가족의 가슴속에는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이산의 슬픔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돌이 되어버린 별 하나가 있다. 산천이 다섯 번을 변했건만 그 속의 그리움은 변치 않고 한이 되어 저 하늘을 수놓고 있다.
“샥시 나 진짜 북한 가는 거 맞아? 가게 되는 거지…”
제4차 이산가족 상봉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오른 것이 믿어지지 않는 김애란(80·장항읍 창선동)할머니는 기자를 보자마자 오히려 되묻는다. 전국의 천 만 여명이나 되는 이산가족 중 1백명을 뽑는 상봉단에 들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더구나 지난해 10월 25일 상봉을 3일 앞두고 9·11 테러사건이 발생하여 북한경계령이 내려지면서 상봉이 취소되어 만남이 언제 이루어질지 불확실하기만 했다. 그에 따른 실망감으로 김씨는 몸져누웠으며 무기한으로 연기된 일정은 언제 다시 남북대화가 전개될지 몰라 만남에 대한 희망마저 잃어버린 상황.
그러던 중 지난 4월 5일 상봉 날짜가 다시 확정 발표되면서 김씨는 사랑하는 두 명의 여동생, 덕실(68)씨와 순심(61)씨를 만나게 될 수 있게 된 것.
김씨가 이렇게 이산의 고통을 겪게 된 것은 다름 아닌 민족상잔의 비극인 6·25때문.
당시 김씨는 평안북도 종주로 시집을 갔으나 갑자기 터진 전쟁으로 남편 최씨가 UN군, 국군과 함께 전쟁터에 나갔고 연합군이 패하면서 김씨 부부는 부모형제와 뿔뿔이 헤어져 남하, 겨우 목숨만 유지한 채 군산 피난민촌에 정착하게 됐다.
그러나 김씨의 불행한 운명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어렵게 남편과 함께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지만 생업을 위해 어업에 종사했던 남편 최원목씨가 또다시 백령도 인근에서 조업 중 북한에 피랍 되고 만 것.
이로 인해 김씨는 부모형제와의 생이별에 이어 사랑하는 남편과도 같은 조국 하늘 아래서 지금까지 45년간 생이별을 해야 하는 아픔을 겪고 있다.
김씨는 이렇게 분단 52년 동안 두 번의 이산에 아픔을 가슴에 안고 살았다. 남편을 잃고 홀몸으로 자식을 키우며 생에 대한 고달픔을 삭힌 김씨, “이제 눈물샘도 말라서 눈물도 안 난다”며 단호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백발이 성성하고 깊이패인 주름을 대하고 있노라면 김씨의 눈 안 가득 절제를 통한 애절함이 묻어 나온다.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 알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어렸을 때의 추억을 되뇌는 김씨는 벌써 북에 가서 형제자매를 만난 듯 하다.
김씨는 오는 28일 2박 3일에 걸쳐 금강산에서 두 자매와 짧은 만남을 갖고 또다시 긴 이별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런 현실을 보며 할머니는 하루 빨리 통일이 되어 이산가족들의 가슴에 맺힌 한이 풀리기를 바라고 일세대가 죽기 전 한 사람이라도 이산가족을 만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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