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추억 묻어나는 호떡 사세요”
“옛 추억 묻어나는 호떡 사세요”
  • 최현옥
  • 승인 2002.04.18 00:00
  • 호수 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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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호떡장사 나동섭·양숙자 부부
21세기가 되고 외국의 먹거리가 판을 쳐도 서민들의 좋은 먹거리인 호떡. 이처럼 호떡이 사랑을 받는 이유는 호떡을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입안 가득 터지는 설탕물이 과거 배고팠던 시절 삶에 대한 고달픔과 역경을 풀어주는 향수이기 때문이 아닐까?
“거 참∼ 신기하네. 이거 장날마다 먹는디 질리지도 않혀”
장항 신시장안에서 나동섭씨(64·남)와 양숙자씨(63·여)가 운영하는 호떡집은 말 그대로 불이 난다. 장을 보러 나왔다가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호떡 한 접시를 나누는 아저씨, 집에 사가려는 할머니, 호떡 만드는 빠른 손놀림이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는 아이들과 아주머니가 줄은 선다.
나씨는 “여러 장사를 전전하다 천한 일이지만 한번 해보자고 시작한 일이 벌써 30년째 들어서고 있고, 호떡 장사를 통해 자식도 키워내게 되었다”며 오랜 세월동안 애용해주는 주민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란다.
부부의 일과는 새벽 2시 30분부터 시작. 밀가루 반죽이며 떡 안에 들어가는 속을 만들어 6시면 장에 나선다. 이른 시간 호떡을 구우면 고소한 향이 장항 5일장을 뒤덮으며 아침을 거르고 장사를 하는 아주머니들부터 허기를 달래기 위해 문전성시를 이룬다. 처음 장사를 시작할 때 호떡을 만드는 기술이 없어 어려움이 많았지만, 노력에 노력을 거둔 결과 두 부부만의 노하우를 개발했다. 그리고 재료사용에 있어 정직을 신념으로 순수한 국산만을 사용하여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그 결과 하루에 20kg짜리 밀가루 두 포대를 반죽해도 오전이면 거의 바닥을 보일 정도.
이렇게 종일 뜨거운 불 앞에 앉아서 고된 일을 하다보니 양씨는 몸이 편할 날이 없다. “나이가 들면서 여기저기 신경통이 생겨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찾아주는 손님들을 보면 절로 힘이 난다”며 한시도 일손을 놓을 수 없다고 한다.
연신 밀가루 반죽을 주먹만하게 떼어 흑설탕을 넣고 철판에서 지져내는 양씨의 노련한 손놀림을 주시하는 손님들은 기다림의 지루함을 잊은 듯 하다. 부부 역시 손님들이 호떡을 한아름 안고 집으로 향하는 모습에서 행복을 찾는다.
30년 호떡을 구우며 어느새 둥근 호떡을 닮아버린 부부를 보며, 가난했지만 호떡하나로 마음만은 넉넉했던 시절을 회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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