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를 지켜보며
대학입시를 지켜보며
  • 뉴스서천
  • 승인 2002.03.07 00:00
  • 호수 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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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지옥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만큼 우리나라는 대학입학의 관문이 높기만 하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마다 비장함이 서리고, 그런 자식을 둔 부모들도 걱정하랴, 준비하랴 바쁘기만 하다. 건강에는 무엇이 좋은지, 어떤 학원 강사가 잘 가르치는지, 집중력에는 어떤 것을 사용해야 하는지 서로의 정보를 교환하며 어머니들까지 대학 입학에 모든 신경을 곤두세운다.
얼마 전, 서천 남자고등학교에서 재학생 한 명이 서울대학교 농대에 합격했다. 이 친구는 다른 두 명문대학에 합격한 행복한 학생이었다. 그런데 학생의 집이 가난해서 대학교에 진학하는 일은 엄두도 못내었다. 본인의 전공을 생각하면 다른 두 대학에 진학하여야겠지만, 당장 필요한 등록금 마저 없는 실정이라 현실을 무시할 수 없었다. 서울대학교에 진학한다면 학교동문회에서 지원하는 장학금, 지역 인사들이 제공하는 장학금으로 대학에 갈 수 있었다.
이 학생의 진학을 놓고 많은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
‘서울대학교면 뭐하냐, 과(科)가 제일 하위인데…’
가정 형편 때문에 소신껏 진학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여럿이 얘기하던 중, 다른 사람의 말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하였다.
‘과(科)가 농업이면 어때요. 그래도 서울대인데…’
겨우 농대이면서 요란하게 현수막을 이 곳 저 곳에 부쳐댄다며 빈정거리는 사람들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농대라는 이유만으로 그 학생의 실력을 저하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는 그가 우리 나라 최고의 학부에 입학할 만큼 당당한 실력을 지녔음을 인정해야 한다. 3년 동안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을까? 다른 친구들은 부모의 따뜻한 배려 속에 좋은 것을 누리며 공부할 동안, 가정 형편이 어려워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을 그 부모의 마음과 오직 공부에만 몰두했을 학생의 모습이 떠오른다.
가고 싶은 진로를 포기하며 선택해야 했던 그가 지역 사람들의 편협된 생각으로 움추려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과연 무엇이 옳은 선택이었는지 지금은 알 수 없지만 최후의 결과는 그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느냐에 달려있다.
또한, 서울대이지만 농대 라고 인정하지 않는 우리의 잘못된 인식속에 우리 나라의 농업은 자꾸 쇠퇴하고 있다. 1차 산업인 농업이 3차 산업의 선호도를 따라 잡을 수는 없다. 그러나 최고의 학부에서 공부한 재원들이 이 나라의 농업 전반에 관한 정책을 소신껏 펼칠 수 있다면, 몇 해 전 농민들이 농산물과 농기계를 앞세우고 여의도에 모여들었던 농업의 현실과는 사뭇 달라졌을 일이다.
다행스런 일은 많은 대학이 신설되고 있고, 지방대학에서도 학교 특성을 살린 신설학과로 전문인을 양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제 우리의 자녀들은 지금보다 넓어진 대학의 문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도외시되는 학과이더라도 소신있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하며, 세상의 잣대로 학문의 높고 낮음을 평가하지 않는 풍토가 필요하다. 그래야 개인과 인류의 발전을 위한 학문의 장으로 커갈 때 진정한 큰 학문(大學)을 이룰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양선숙 / 편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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