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의견, 들을 수 있도록 귀를 열어라’
‘주민의견, 들을 수 있도록 귀를 열어라’
  • 이후근 기자
  • 승인 2004.08.20 00:00
  • 호수 2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초단체에서 제정하는 ‘지방자치단체 조례’는 각급 행정법령 중 주민들의 실생활에 가장 밀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상위법인 각종 법령의 입법취지가 최종적으로 자치단체의 조례의 제정과 시행에 의해서 실현된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따라서 조례를 입법예고할 때 주민의견 청취의 절차·방법 등을 명시하고 있다. 실제로 몇몇 모범적인 자치단체는 다양한 주민의견 수렴을 통해 독특하고 특색 있는 조례를 만들어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경우를 찾을 수 있다.

얼마 전 본지는 “주민의견 접수 단 1건도 없다”라는 제목으로 서천군 입법예고제도의 부실한 운영과 이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을 보도 한바 있다. 주민들의 실질적인 생활과 밀접한 조례를 제정하기에 앞서 사전 의견을 수렴하고 공론화시키는 노력이 미진했음을 지적하며 군의 적극적 대응을 요구했던 부분이다.

그러나 군은 유일하게 서천참여연대가 제출했던 ‘서천군사회단체보조금지원조례(안)에 대한 의견’을 심의한 결과를 통보하면서 어떤 설명도 없이 “반영하지 못했다”라는 한 장의 공문으로 일을 마무리 지으려한다는 것이다.

특히 서천참여연대가 보조금지원의 투명하고 공정한 집행을 위해서는 필수적이라며 제안했던 심의위원회의 공정한 구성에 관해서는 단 한마디의 설명도 없었다.

심의위원 전원을 군수가 입맛대로 위촉할 수 있게 해놓고 도대체 심의의 공정성을 무엇으로 보장할 수 있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또 군은 위 의견에 대해 ‘서천군조례규칙심의위원회’에서 심의가 이루어졌음을 밝히고 있지만, 정작 서천참여연대는 “그런 사실이 있었는지도 몰랐고 결과만 통보받았을 뿐이라”며 군의 무성의한 대응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어차피 입법예고제의 목적이 주민참여라면 의견제출자에게 어떠한 방법으로든 심의위원회에서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줬어야 옳았다. 현재 군은 사전 주민의견 청취를 위해서 고작 홈페이지에 입법예고 사실을 공고하는 정도의 노력밖에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왕에 제출된 의견마저도 당사자에게 언제 어디서 심의가 이뤄졌는지 조차 알려주지 않는 다는 것은 군 행정에 있어 경직성과 폐쇄성을 드러낸 것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어차피 이 시대 자치행정에 있어 ‘주민참여’는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아니었던가? 열린 행정으로 가는 첩경은 정책결정과정에서 구성원들의 의견수렴·조율을 충실히 반영하는데 있을 것이다.

‘사회단체보조금지원조례’가 마련된 지자체에서도 “과거 관변단체 편중 지원이라는 관행을 답습하고 있어 일부 시민단체들이 감사를 청구하는 등” 보조금 배분과 관련된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만약 이대로 ‘보조금지원조례’가 제정된다면 군과 주민들, 주민들 간의 마찰과 갈등이 있을 것임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새로운 시대 지역공동체를 이끌어가야 할 다른 한 축인 시민단체들은 군의 조례 제정에 무관심했던 것을 반성하고 참여방안들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 현재 주민들의 의사를 대변할 변변한 시민단체가 없다면 이를 건설하기 위한 지역 공동의 노력들을 한곳으로 모아야 할 때인 것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