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같은 영화 속 이야기
그림 같은 영화 속 이야기
  • 공금란 기자
  • 승인 2004.10.08 00:00
  • 호수 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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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 26명 시문중학교 관악부
▲ 10월 1일 군민의 날 시문중 관악부의 연주에 주민들이 감동했다. 1만여 명 군민들이 운집한 운동장, 힘차게 관현악이 울려 퍼진다.2003년 4월에 창립된 시문중학교 전교생이 참여한 관악부의 연주에 관중들이 숨을 죽인다. 전교생이래야 1학년 여섯, 2학년 열, 3학년…이처럼 요즘 농촌엔 학생들이 없다. 읍내학교의 학생 수도 급격히 주는 마당에 면단위에 있는 사립중학교는 오죽하랴.시문중학교는 문산면 내에 위치해 있으면서 시초면과 문산면의 중학생들을 배출해 내던 학교로 한때는 제법 학생 수가 많았었다. 하지만 지금 어느 농촌이나 그러하듯, 젊은이들이 없으니 중학생 자녀를 둔 가정이 귀하디귀하다.게다가 시골이라 할지라도 도로사정이 좋아지고 집집마다 차를 가지고 있을 정도가 되어 읍내학교로 진학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시골학교는 그 존재 가치마저 위협받고 있는 처지가 되었다. 사정이 이럴진데 시문중학교도 예외는 아니다.이 작은 학교에 10여 년 전, 고등학교 때 밴드부에서 튜바를 불고 군생활 3년을 악단에서 복무한 음악선생님이 부임했다.“컴퓨터 사양이 업그레이드 될 때마다 학교의 컴퓨터를 교체한다 어쩐다 하면서 다른 분야는 예산을 투자하는데 음악 쪽은 늘 뒷전이어서 속상했습니다” 시문중 관악부를 이끄는 천석우 선생의 말이다.“그래서 한번 좀 많다 싶은 예산을 요구했더니 그동안 늘 소외 된 것을 반영했는지 받아주더라구요, 그래서 기왕 여기에 조금만 더 투자하면 관악부를 꾸리겠더라구요” 지금이야 이렇게 쉽게 말하지만, 교세가 자꾸 기울어가는 시골학교에서 쉽게 된 일이 아니라는 걸 알고도 남는다.천석우 선생은 무엇보다 김문자 교장의 “열심히 해보겠다는 사람을 지원하겠다”는 말이 결정적이었고 큰 힘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해서 관악부가 탄생하기까지 10년이 넘게 걸려 지난 2003년 4월에야 그 꿈이 이뤄졌다.
그 뒤 매일 점심시간에 모이고, 일주일에 두 번 정기적으로 만나 연습을 해왔다. 방학 때면 합숙훈련도 마다하지 않았다.

“개중에는 하기 싫어하는 녀석들이 없진 않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아주 좋습니다” 누군가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고 갈채를 받게 되면 자신감이 생기고 탄력을 받는 법 아니겠는지. 지금 시문중 관악부가 바로 그렇다.

지난 10월1일 군민의 날 식전행사에서 멋진 연주를 보여줌은 물론, 크고 작은 군내 행사에 초청을 연주를 하게 됐다. 불과 1년 반 만에 변변한 밴드부 하나 없는 서천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연주단이 탄생한 것이다.

그냥 학교에서 한다니 한번 지켜나 보자는 분위기였던 학부모들 역시 시골에선 감히 접해볼 엄두도 내지 못하는 튜바나 색소폰 같은 신기한 악기들을 무료로 배우고 익히는 것을 환영하지 않을 리 없다.

모두가 대만족이다. 이런 만족과 기대가 커가니 천 선생은 이제 은근히 부담이 생긴다. “경연대회 같은 것에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그게 좀 부담스럽습니다” 13일에 충남도 중고등학생 음악경연대회에 서천군 대표로 나가게 된 것에 대한 부담이다.

천 선생이 아쉬운 것 하나가 생겼다. “재능 있는 학생도 있어서 욕심 같아선 음악을 전문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고교진학이랄지 대학공부도 했으면 좋는데…” 음악공부가 원체 돈이 많이 드는 학문이라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한다. 실제로 음악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학생이 있지만 농촌에서 어디 그게 쉬운 일인지 가정형편이 여의치 않아 속만 태우고 있다.

   
▲ 시문중 학생들 문산저수지주변을 청소하고 있다.
시문중학교는 69년에 문을 열어 올해 32회 졸업생까지 배출했다. 교화 동백꽃의 꽃말인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실천하듯 가족처럼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천방산자락, 문산저수지 곁에 자리한 아름다운 학교, 지난해 9월에는 농업기반공사서천지사와 자매결연 맺고 ‘내고향 물 살리기 운동’에도 앞장서 틈틈이 전교생이자 관악부 학생들은 저수지 청소에 나서기도 한다.

이렇듯 순수하고 깨끗한 영혼을 가진 시문중 관악부, 전교생 모두 음악이든 다른 무엇이든 소중한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해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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