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로 접어들면서 요즘 소아과를 찾는 아이들의 증상으로 단연 기침이 가장 흔한 증상이다.
기침 환자를 진찰하고 처방을 내면서 자주
고민에 부딪치는 일이 있다. 환자와 병에 따라서는 오히려 기침을 하는 편이 병에 더 좋을 것으로 판단되는데 기침을 멎게 하는 약을 처방해야 할지
아닐지 판단이 쉽지 않을 때가 있다.
역설처럼 들릴는지 모르겠지만 설사 환자에게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지사제(설사를 멎게 하는
약)를 쓰지 않는 게 치료의 원칙이다. 기침을 하는 환자에게는 기침약을 쓰지 않아야 하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한 예를 들어보자. 환부에서 고름이 흐르는 상처가 생겼다면 고름이 잘 흘러나오도록 해주는 것이 옳은 치료일까 아니면 상처를 꼭꼭 막아
고름을 가둬 놓는 것이 좋은 방법일까. 굳이 답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의사들은 흔히 ‘감기를 치료하는 것이지 기침을
치료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한다. 기침은 우리 몸의 호흡기에 침입한 병원체를 제거하기 위한 파수꾼이다. 급하게 물을 마시다 사래가 들면 갑자기
기침이 나와 기도로 물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듯이 기침은 우리 몸을 방어해 주는 안전장치라 할 수 있다.
우리 신체의 생리 기능은
목적에 부합하도록 이루어졌다. 보통의 감기보다는 기관지염이나 폐렴에서 더 심한 기침이 일어난다. 이것은 보다 심한 질병에서는 기침을 더 활발하게
일으켜 몸을 방어하려는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기침이 있다고 함부로 기침약을 사용하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오히려 기침을
더 늘리고 쉽게 기침을 하도록 해주는 약을 사용해야 병이 빨리 치료되는 경우가 많다. 기침을 억제하는 약은 우리 몸의 방어선을 무력화시켜
병원체와의 전투에서 우리 몸을 불리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잘 듣는 약’이 좋은 약은 아님을 이해할
것이다.
감기에 흔히 기침이 생기지만 기침을 보인다고 모두 감기는 아니다. 아이들이 기침을 한다면 우선 소아과의사의 진찰을 받고
정확한 진단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기침의 원인이 감기가 아닌 특정 질환이라면 의사는 이에 따른 적합한 치료를 처방할
것이다.
단순한 감기에서 오는 기침이라면 다소 심하고 오래가더라도 그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고 빨리
좋아지도록 재촉할 필요도 없다. ‘잘 듣는’ 약, ‘쎈’ 약을 처방해 달라고 주문할 필요는 없다. 주사를 맞아야 감기가 빨리 낫고 치료가 잘
된다고 믿지 않기를 바란다.
감기 치료에는 특효약도 비결도 없다. 충분히 쉬고 물을 많이 마시는 것 말고는. 필자의 감기가 시작된
것도 일주일을 넘은 것 같다.
<서해내과병원 소아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