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산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저 산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 최현옥
  • 승인 2002.05.09 00:00
  • 호수 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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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 풍수지리가 이돈직 선생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은 안락하며 밝은 곳, 깨끗한 물을 얻을 수 있으며, 햇빛을 많이 받고 찬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이런 곳에 삶터를 일구어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살아가고자 했던 우리 선인들, 그 뜻을 이어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가고 싶은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바로 풍수지리 연구가 이돈직씨(66·기산면 월기리·사진). ‘저 산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라는 고산자 김정희 말을 항상 가슴에 품고 사는 이씨는 풍수와의 만남이 숙명이었단다. 태생부터가 풍수지리 연구집안에서 태어난 것을 비롯하여 초등학교때 지도 그리기는 취미의 차원을 넘어서고 있었다.
이씨는 농사를 지었지만 풍수에 마음을 빼앗겨 젊었을 때부터 전국의 명당이 있는 곳이면 몇 날 며칠 산을 헤매며 공부를 했다. 그러면서 50대가 되자 자연을 보면 자연스럽게 풍수의 이치가 깨치어 지고 제자가 모이면서 본격적인 풍수 연구가로 활동하게 되었다. 지금은 서천향토문화연구회회장, 비봉지리연구회 자문위원을 비롯하여 二·五 풍수지리연구회에서 인자수지, 설심부, 청오경 등을 강론하고 있다.
풍수는 말 그대로 풀이하면 바람을 막고 물을 얻는다는 뜻의 장풍득수(藏楓得水)를 줄인 말로 우리 조상들이 오랫동안 쌓아온 땅의 대한 깨달음과 자연에 대한 세심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만든 삶의 지혜이다. 그러므로 이씨는 풍수를 단순히 자연의 법칙만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치부하는 것은 오산이며 풍수를 통해 기(氣)라는 우주적 환경의 흐름에 따르면서 자연의 법칙과 사람의 생사를 비롯하여 영혼의 문제까지 접근한 삶의 지리로 봐야 할 것을 강조한다. 영혼의 문제까지 접근하는 풍수지리, 이씨는 풍수를 공부하려면 불교와 기독교, 유교 등 종교 섭렵의 필요성을 말한다.
그는 풍수를 미신으로 치부해 버리거나 묘 자리 찾는 것으로 보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 이것은 일본인이 민족정기를 말살하기 위해 만들어낸 말 일 뿐이므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 또 산업화와 문명의 발달이라는 명목아래 무자비하게 국토가 파헤쳐져 환경파괴가 일어나는 모습을 볼 때 마치 자신의 몸 한 부분이 잘려 나가는 기분이다. 그는 풍수를 통해 환경파괴를 막는 차원을 넘어 생활철학을 수립하여 인간의 사사로운 욕심을 버려야 함을 강조한다.
그래서 풍수는 덕과 인을 중요하게 여긴다. 먼저 지고지순한 마음을 갖고 만물을 대해야 자연의 흐름이 읽혀지고 명당이 주어지기 때문. 또한 그런 사람들에게 좋은 자리가 주어 져야 하는 것이 이씨의 생각. 효의 실행이라는 명목아래 과시 욕으로 호화스럽게 치장되는 묘를 볼 때 씁쓸함이 커지는 것도 그 때문. 현재 전 국토의 묘지 화를 운운하며 납골당이 들어서는 모습을 볼 때 그는 좁은 국토를 생각하며 자연과 조화를 이룬 묘자리 문화 형성의 필요성을 본다. 즉 사후에 한 자리 빌려 가는 정도는 아름다운 일인 것이다.
풍수를 통해 세상을 보는 이치를 깨달았다는 이씨는 앞으로 땅과 인간의 공존, 맑은 물과 푸른 숲, 온갖 새와 짐승들이 자유롭게 살아가고 그 곳에 터를 잡아 대동의 삶을 일구는 인류가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가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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