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낳으실 때 괴로움 다 잊으시고…”
“낳으실 때 괴로움 다 잊으시고…”
  • 최현옥
  • 승인 2002.05.09 00:00
  • 호수 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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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심청이 서원식 군
“어머니가 쓰러진 날만 생각하면 죄송스러운 마음이 앞서요. 평상시와 달리 아침에 인사도 안하고 투정만 부리다 등교했거든요”
어머니(신열숙·43)에 대한 극진한 간호로 주위 사람들에게 현대판 심청이라 불리는 원식군(서천고·19)은 지난해 12월만 생각하면 막막함이 앞선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인 어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수술을 받고 풍으로 전이돼 말도 못할 뿐 아니라 왼쪽 수족에 마비가 왔기 때문이다.
원식이는 그 날부터 지금까지 어머니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친구들이 새벽의 단잠에 빠져 있을 시각에 일어나 어머니의 식사를 챙기고 아버지(서순배·46)의 세탁소일을 덜기 위해 가게청소는 물론 여러 잡일을 도맡는다. 또한 고등학교 3년임에도 불구하고 집안 일을 돕기 위해 야간자율학습을 불참하면서까지 집에 돌아와 청소며 빨래 등 집안일을 모두 대신한다. 하지만 원식이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며 엄마가 아프고 나서 엄마의 자리에 대한 소중함과 사랑에 대해 알게되었다”며 더 도움을 주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자신의 부족함 때문에 죄송한 마음 뿐이란다.
원식이의 효 실천은 3개월 간의 병원생활에서 지극한 간호로 주위 환자들뿐 아니라 보호자들에게 감동을 주기도 했다. 오랜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식사수발을 비롯하여 대소변 받기, 물리치료 등 헌신적인 간호로 어머니의 수족이 된 것. 원식이가 간호를 시작할 때 어려웠던 것은 대소변 받는 일이었는데 어머니를 위한 일이라면 무엇은 못하겠냐는 마음으로 현실을 기쁘게 받아들이며 일상에 임했다. 지성이면 감천이었을까? 어머니는 완치는 아니지만 빠른 쾌유를 보이셨고 조기 퇴원을 하게 되었다.
“엄마의 빠른 쾌유를 위해 마사지를 해줄 때 마른 몸을 보며 가슴이 아프다”는 원식이는 어머니의 재활을 위해 나들이를 자청하는데 주위사람들의 반응에 속이 상할 때가 있다. 걱정이 돼서 하는 말들이나 시선으로 오히려 상처를 주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 그러나 부모님께 물려받은 쾌활한 성격과 티 없이 맑은 모습으로 친구들에게 인기를 한 몸에 받는 원식이는 모든 것을 가슴에 안는다.
앞으로 “부모님께 지금까지 늘 하던 마음 그대로 하겠다”는 원식이는 효의 실천을 구호로만 그치는 현시점에서 진정한 효를 몸소 보이며 실천하는 청소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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