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 복용과 음식
한약 복용과 음식
  • 뉴스서천
  • 승인 2002.03.07 00:00
  • 호수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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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원에 가면 약을 먹을 때 어떤 음식은 먹지말고, 이런 음식들만 골라 먹으라고 하는 것 때문에 한약을 복용하고 싶어도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흔히 닭고기, 돼지고기, 술, 밀가루 음식이 그렇고, 맵고 짠 음식, 커피, 담배 같은 기호식품 심지어 무나 녹두도 입에 오르내린다. 기본적으로 이런 걸 다
가려야 되는 줄 아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한약 때문에 가리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소화능력과 병의 성질 때문에 가리는 것이다.
닭고기, 돼지고기는 우리가 즐겨 먹는 음식이지 괴상하고 꺼리는 음식도 아니다. 밥도 삭이지 못하여 죽을 먹어야 할 사람에게야 이런 육류를 당분간 금하는 것은 말할 여지도 없겠으나 영양이 부족한 사람으로서 위장이 괜찮을 때는 가릴 이유가 전혀 없다. 또한 살찌기 싫은 사람은 알아서 많이 먹지 않을 것이니 이것도 각자가 할 일이다.
술은 흥을 돋구는 성질이 있어서 소량을 마시면 약이 전신에 퍼지는 것을 도와주기도 한다. 다만 폭주를 하거나 다음날 곤할 정도로는 마시지 말라는 것이다.
밀가루 음식이라는 것도 다분히 기호에 관계되므로 좋아하기도 하고 소화에도 지장 없을 때는 구태여 가리지 않는다. 빵 먹고 속이 편치 않은 사람이야 말하지 않아도 안 먹을 테니까. 다만, 밀가루는 차가운 성질이 있어서 속이 차서 소화가 잘 되지 않는 사람은 피해야 하는 것이다.
무, 녹두 등도 아주 순한 식품이지 그 자체가 약과 상극되는 무슨 성질이 있어서 머리가 센다든지, 약 효력이 없어진다든지 하는 게 아니다. 다만, 무의 작용이 맺힌 것을 흩어버리는 성질이 있어서 약에 많이 사용되는 숙지황 등의 약효를 감소시키기도 한다고 한다. 이전에 생게와 참기름을 같이 먹으면 죽는다느니 하는 등의 일본미신이 유행하던 때를 연상해보자.
그러므로 음식을 가린다는 것도 고혈압이나 당뇨병, 신부전 환자에게 식이요법을 하듯이 그런 차원에서 말하는 일종의 식이요법이다. 수십 년 전 우리나라에 장티푸스가 탈을 많이 내던 시절, 두어 달을 고생하여 겨우 나을 무렵인데 하도 배가 고파서 텃밭의 무를 뽑아서 씹어 먹은 게 위장을 딱 정지시켜 버려 죽은 사례가 있다. 같은 경우에 미음을 먹어야 될 사람이 비빔밥을 먹고 역시 죽은 예도 있다. 위장기운을 봐가며 식사해야 된다는 것을 실감나게 하는 이야기다. 배가 고파서 허기진 사람에게는 좋은 고기보다 숭늉 한 그릇이 더 좋을 때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식사 습관이나 소화에 문제가 없고 그 병에 음식이 직접 상관이 없는 사람은 한약 복용 중에 가릴 음식도 없는 것이 원칙이다.
백록당한의원
김영권(02-692-3373)

<건강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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