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가?
우리는 지금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가?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5.03.04 00:00
  • 호수 2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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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천수 / 자유기고가
일본 시마네현의 의회에서는 독도의 날을 제정하고, 한국주재 일본대사는 독도가 일본의 땅이라고 말하고, 친일매국노의 후손들은 나라 팔고 갈취한 땅에 소송 걸고 승소하여 배부른 부자로 살아가는데, 도대체 지금이 어느 시대인가?

애국지사를 추모하는 사당에 친일파가 쓴 현판이 설치되어 있고, 친일파가 그린 영정이 전시되어 있어 애국과 매국의 경계마저도 불분명한 지금은 독립된 대한민국인가?

선배화가의 친일 행적에 관한 글을 썼다는 이유로 재임용에서 탈락한 교수가 있는가 하면,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가 독립군 잡는 친일파였다는 것이 세상에 알려졌는데 그의 업적(?)을 기리는 기념관을 만든다고 하니 그 현판과 영정은 누가 쓰고 그려야 하는가?

일본은 전쟁에서 패배하였는데도 남북이나 동서로 분할되어 관리되지 않았고, 식민지 치하에서 고생한 우리나라가 대신 남북으로 분단되고 민족상잔의 고통까지도 겪어야 했다. 이렇게 힘들게 살아온 우리나라인데 아직도 일본제국주의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과거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올해가 해방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해방된 이후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군법이 지배하는 시대에서 보냈다. 그래서 사실을 사실이라 말하지 못하며 살아왔고, 상식대신 명령이 지배하는 문화에 익숙해져서 살아왔다.

학교에는 대대장, 연대장이 있고, 국민교육헌장이라는 개발 민주주의를 암송해야 했으며, 등하교 길도 향도의 인솔에 줄을 맞추어 행진하고,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다가도 국기가 내려가면 모두 멈추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해야했다.

아직도 그 시대를 벗어나지 못한 것인가? 박정희가 죽은 지 벌써 26년이 되었는데 아직도 박정희 망령을 추종하는 몇몇에 의해 과거청산이라는 우리민족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작업이 지연되고 방해받아야 되겠는가?

이러다가 전두환, 노태우마저도 우상화되고 추모사업이 진행되지나 않을지 모를 일이다. 3월 1일에 있었던 박정희가 쓴 충의사 현판 철거는 일어날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이 일을 청와대는 “마음에 들지 않는 문제가 있더라도 법적 민주적 절차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일을 청와대는 사적인 행동으로 폄하해서는 안 된다. 이번 일이 일어나게 된 것은 과거청산에 지지부진한 정부와 의회에 있다. 따라서 정부와 의회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하고 과거청산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 절차적으로 옳지 않은가?

이제 3월이다.
산과 들은 푸른 새 옷으로 갈아입고, 겨우내 움츠렸던 사람들의 마음 속에도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로 벅차오는 봄이다.

과거는 미래를 비추는 등불임을 다시 되새기며, 후손들이 살아갈 미래는 봄같이 환하고 생동감 넘치는 시대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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