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을 장승처럼 지키고 싶어요"
"농촌을 장승처럼 지키고 싶어요"
  • 최현옥
  • 승인 2002.05.12 00:00
  • 호수 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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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여장군 나미숙씨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 등 운전하며 논농사 박사로 자리매김
농촌기피시대 이정표 역할 톡!톡!

마을 입구에 서서 지하를 지키며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고 나그네들의 이정표 역할을 하는 수호신 지하여장군!
척박한 농촌에서 지하여장군처럼 땅을 지키며 가난과 고통을 벗고 우뚝 솟아나 미소를 짓는 나미숙씨(48·마서면 남전리)를 찾았다.
"정말 무서운 것 없이 열심히 일했슈. 그래서 우리 남편은 나보고 소()래유"
22년 전 시집을 오면서 남편(50·김오현)을 도와 농사일을 해온 나씨는 마을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열심히 땅을 지키며 살아가는 아낙네다. 그녀의 부지런함과 성실한 모습에 동네 사람들은 대농을 부탁했고 지금은 자신이 장만한 논까지 합하면 일년에 3만평을 짓는다.
땅만을 믿고 지켜온 그녀는 논농사 박사다. 학위가 주어지지 않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볍씨 담그기부터 모 키우기와 이양하기를 비롯 탈곡까지 그녀의 손이 안가는 일은 없으며 정말 어느 농군 못지 않은 솜씨로 남전의 땅을 주름잡는다.
그녀의 주특기는 모심기. 남편이 일꾼을 사서 이앙을 하려던 것을 노임 때문에 자청한 후 자신의 등치보다 몇 배나 큰 트랙터, 콤바인, 경운기 등 못 다루는 기계가 없게 되었다. 그녀의 성실함과 기계 다루는 노련미는 마을에서 인정을 받았으며 타동네 옥남, 백사까지 소문이 나 대농을 부탁하는 집이 늘면서 하루에 보통 25마지기의 논에 모를 심었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힘 하나는 장사 였슈. 몸이 편찮은 아버지를 대신하여 지게질이며 벳 가마니 나르기 등 농사일은 몸에 익은 상황이였쥬"라며 농사일이 그렇게 싫거나 힘든지 몰랐단다. 하지만 "여자의 몸으로 남자 일을 해내는 게 그렇게 쉬운 일만은 아녀유"라며 나씨는 눈물을 보인다. 특히 물이 많아 발이 깊게 빠지는 논의 경우 맨몸으로도 다리 하나 움직이기 힘든 상황에서 이앙기를 운전하려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또 나씨가 겁이 없고 소탈한 성격이지만 농기계 운전의 노련한 솜씨를 갖기까지 많은 사고의 위험에 처하기도 했다.
실제로 매일 계속되는 고된 농사일에 과로로 쓰러질 번 한 적도 있으며 구불구불한 농로를 운전하다 차가 뒤집어질 것 같은 위험에 처한 적도 있다.
남편의 비유대로 소처럼 열심히 일한 그녀, 요즘은 몸이 아프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신경통에 시달린다. 얼마 전 목이 너무 아파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은 결과 목 디스크 진단을 받았지만 농번기가 시작하는 시기라 치료받을 엄두도 못 낸다.
그녀는 종종 "애잇 이거 집어 치워버리자"하다가 아침이면 다시 옷을 주섬주섬 입고 논으로 향하는 것은 "그것들이 우리를 지켜주는 터전이며 거짓말 없이 노력한 대가만큼 돌려주기 때문이다"며 미소를 짓는다.
"모자리 앞둬서 논 투들러 가야혀유"라며 농사일에 굵어진 팔뚝으로 트랙터의 운전대를 잡는 나씨는 3D업종을 기피하는 젊은이와 단순히 농촌이 싫다며 시집오는 기를 꺼리는 여성들에게 땅을 지키는 지하여장군처럼 이정표로 우뚝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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