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민·사회단체를 말한다 <19>
해병전우회 편
기획-시민·사회단체를 말한다 <19>
해병전우회 편
  • 이후근 기자
  • 승인 2005.06.10 00:00
  • 호수 2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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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 혼’으로 지역을 가꾼다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대한민국 성인 남자라면 누구나 통과의례처럼 군 복무라는 시기를 감당해내야 한다. 남자들 술자리에 가면 군대 얘기를 빼놓으면 곧 파장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으니 그 시기의 경험들은 우리들 삶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지고 보면 누구나 통과의례처럼 치러내야 하는 군 복무이기에 별로 특별한 경험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현역시절의 경험과 전우애라 일컬어지는 그들만의 유대감을 전역 후에도 유별나게 강조하며 튀는(?) 이들을 우리주위에서 가끔 만날 수 있다. 해병대, 특전사 등 특수 군 출신들일수록 이런 현상은 두드러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해병대 출신들은 확실히 유별난 구석이 많다.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해병대의 철통같은 일체감을 강조하기 위해서 만들어지고 사용되고 있는 말이다. 또 시골 어느 읍내에 가든 붉은 바탕에 앵커가 그려진 “해병전우회” 사무실이 없는 데가 없고 얼룩무늬 위장복에 팔각모를 쓴 늙은 예비역이 교통정리를 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가끔은 그 유별난 점 때문에 주위의 비아냥도 가끔은 듣는 때도 있지만 그들 또한 우리 지역에서 늘 얼굴 맞대고 몸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이웃들이다.


현재 해병전우회 조직은 공식적으로는 사단법인 “해병전우회중앙회”를 필두로 광역시·도별 연합회와 시·군별 지회로 구성돼 있어 전국을 망라하고 있다. 서천군에는 서천군지회(지회장 정철영)가 해병전우회의 공식인 셈이며 장항에도 장항해병대전우회(회장 서형달)가 만들어져 있다. 회원은 서천, 장항 각각 50여명 정도 가입해 있으며 월 정기모임 등을 통해 자체사업 논의와 친목을 다지고 있다.


군 작전상 해병대가 가지는 특수한 지위 때문에 해병대는 시기를 달리하며 군 조직 내 위상에 부침이 있어왔다. 이에 따라 해병전우회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12·12군사쿠데타 이전 서천 해병출신들은 ‘서해구락부’라는 이름으로 모여 왔었지만 정부의 방침에 따라 해산할 수밖에 없었고, 이후 82년경 서천, 장항 해병전우회가 각각 독자적으로 조직돼 활동해 오다 최근에는 양 지역 단체 간 통합에 대한 회원들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어 통합논의가 진행 중 이라고 한다.


‘몸으로 때우는 봉사활동’

 

5·16, 12·12 두 번에 걸친 군사쿠데타에 이은 군사독재정권 시기를 거쳐 온 우리 국민들에 군사문화는 억압적인 국민통제수단으로 비춰져 왔다. 더구나 전역 후에도 삼군의 최강 해병대임을 강조하며 강렬한 소속감을 나타내는 해병전우회 회원들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시선 또한 곱지만은 않았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조금은 남다른 군 복무시절의 경험을 사회생활에 연장해 성실히 살아가려는 평범한 생활인들이 대부분인 서천군의 해병전우회 회원들은 묵묵히 그 존재의 의미를 다하려 노력해왔음을 회원들은 강조했다.


이런 노력들로 인해 해병전우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시키고 사회 일부의 비아냥에도 불구하고 자기 정체성을 확립해 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해병정신’이라는 그들만의 언어로 표현되는 특유의 유대감과 자발성은 해병전우회라는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게 한 요인이었던 것 같다. 실제로 서천, 장항 해병전우회 회원들은 공히 자발성을 강조했다.


지역의 우범지역을 찾아 범죄예방활동을 펼치는 기동순찰대 운영, 주요 행사마다 이뤄지는 교통정리 봉사활동, 인명구조 활동, 환경정화활동 등이 해병전우회가 지역민들과 함께 펼치고 있는 주요 사업들이다. 이런 사업을 성과 있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회원들의 자발적 참여는 필수 요소이다. 회원들은 전우회의 이런 요구들에 묵묵히 응해왔고 이것은 또한 단체의 훌륭한 전통으로 남아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단체 재정의 거의 대부분을 회원들의 정기회비로 충당해오고 있고, 특히 서천군지회의 경우는 특별회비, 찬조금 등으로 사업비의 거의 대부분을 충당해오고 있다고 한다. 물론 평범한 생활인들인 회원들에게는 전우회의 이런 요구가 적지 않게 부담이 될 수도 있는 문제이지만, 전우회 회원들의 표현처럼 ‘몸으로 때우는 봉사활동’은 해병전우회를 나타내고 있는 긍정적인 이미지이다.


시대정신의 변화를 절감하며 몸으로 봉사해 온 서천 해병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사회단체보조금심의에서의 탈락, 9월에 예정돼 있는 충남도연합회 차원의 행사를 둘러싼 군의 처사 등이 그 원인이라고 한다.


늘 묵묵히 행사장 한 구석, 어둔 골목길을 지키며 우리의 이웃으로 살아가고 있는 해병전우회 회원들에게 지역주민들의 애정 어린 관심이 좀 더 필요할 때이다. 회원들의 강한 애국심을 특별한 자랑으로 삼는 해병전우회가 순수함을 간직해 그 역할을 다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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