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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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5.10.14 00:00
  • 호수 2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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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6주년 특별기고
김동윤 / 뉴스서천독자평가위원장

   
참 좋은 세상에서 살고 있다.

아침 일찍 자가용을 타고 집을 나서면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 당일로 도착해서 볼일을 보고 그 날로 돌아올 수 있으니 말이다.


처음 가보는 곳이라도 도로에 세워져 있는 표지판이 목적지까지 잘 안내해 준다. 비록 주마간산(走馬看山)격이지만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낯선 지방의 풍광이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 준다.


그러나 가고자 하는 곳이 지명과 관계없는 명소이거나 시설 기관일 때는 미리 안내도(로드맵)를 충분히 익힌 다음 출발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목적지 근처까지 와서도 찾아가기가 의외로 힘든 경우가 있다.


몇 해 전 음성 꽃동네를 찾아간 일이 있다. 사회복지시설로 매우 유명한 곳이기 때문에 별 준비 없이 길을 나섰다. 그러나 음성군 관내에 들어와서 삼거리나 사거리를 만날 때마다 한참씩 차를 세우고 망설이다 출발하기를 여러 번 반복했었다.


길을 물어볼 만한 사람도 만나지를 못해서 차를 천천히 몰고 가는데 마침 맞은 편에서 시골 처녀가 타박타박 걸어오고 있었다. 반가워서 차를 세우고 꽃동네를 물었더니 조금만 더 가면 쉽게 눈에 띌 것이라고 일러준다.


안도의 숨을 쉬면서 조금 가다 보니 화살표 밑에 ‘꽃동네’, 밑에 7km라 쓰여 있는 통나무로 깎아 만든 표지목이 눈에 띈다.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그것은 주님의 은총입니다.”

1976년 9월 최귀동 할아버지와의 만남으로 인하여 오웅진 신부가 깨달은 말씀으로, 의지할 곳 없어 굶주리고 병들어 길바닥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하여 꽃동네를 건설해 온 얘기는 너무나도 유명한 얘기다.


마침 그 날은 꽃동네 성당에서 오웅진 신부가 직접 미사를 집전하는 날이어서 수많은 방문객들로 붐볐다.


모든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아오던 오웅진 신부가 꽃동네 운영에 모종의 의혹이 있지 않나 하는 얘기가 있어 꽃동네를 떠났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봉사하고자 하는 마음이 지나쳐도 그것은 과욕이다!”하고 말한 현대판 인도의 성자 바바 하리다스의 말이 다시금 되새겨지게 한다.


어떠한 경우라도 과욕은 역시 금물인가?

우리 서천군이 ‘관광서천’을 표어로 내걸고 추진하고 있는데다 서해안 고속도로가 개통된 이래로 우리 고장을 찾는 손님들이 늘어가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어떤 손님들은 서천에 들어와서도 춘장대나 동백정 가는 길을 물어 오신다. 그 분들도 우리들의 음성 꽃동네 여행 때처럼 안내도(로드맵)를 충분히 숙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대개 장항 쪽에서 남전 도로를 타고 오시는 분들이나, 하구둑을 통해서 국도를 따라 오시는 분들이 옥산 삼거리에서 서천 시내로 들어와 길을 묻는 일이 많은 것 같다.


4번 국도를 타고 오다가 계동 외곽 도로 입구에 설치된 춘장대 표지판을 보고 외곽 도로를 따라오신 분들이나, 남전 도로를 타고 오시는 분들이 모두 옥산 삼거리 표지판 앞에 이르게 되면 잠시 망설이다가 서천 방향으로 들어서게 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옥산 삼거리 표지판에는 종천, 보령 방향과 서천으로 가는 방향만이 표시되어 있는데, 춘장대나 동백정으로 가려면 종천, 보령 방향으로 좌회전해서 가면 되는 것을, 춘장대나 동백정이 서천군에 있다는 정도만 알고 계신 분들이 우회전해서 서천으로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일단 서천 방향으로 들어서게 되면 옥산리를 거쳐 남산리로 접어들게 되는데, 그때서야 잘못 들어온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게 되어 그곳에서 길을 물어 되돌아가거나 아니면 서천 시내까지 들어와서 동백정, 춘장대 가는 길을 묻게 되는 것 같다.


우리 고장의 지리를 잘 모르는 외래객들을 위해서 옥산 삼거리에 춘장대, 동백정을 잘 찾아 갈 수 있도록 안내판을 따로 세워줄 수는 없을까? 머뭇거리기 쉬운 갈림길 앞에 안내판이나 표지판을 세워준다면 이는 관광서천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 아닐까?


인생은 나그네 길이라고 한다.

그러한 뜻에서 인간은 한평생 세상 관광에 나선 여행객이라 할 수 있으리라! 그렇다면 우리네 여행길에도 관광지도(로드맵)와 표지판이 필수적이라 할 것이다.


인생행로의 로드맵과 표지판! 그렇다!

우리네 선조들께서는 후손들의 여행길을 위해서 참으로 훌륭한 로드맵과 표지판을 마련해놓으셨다. 바이블, 코란, 불경, 유교 경전 등은 참으로 훌륭한 로드맵이요 표지판이라 하겠다.


그 밖에도 각 분야 위인들의 전기도 매우 훌륭한 표지판으로 손색이 없으리라.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로드맵이나 표지판이 있어도 거들떠보지 않거나 무심히 지나쳐 버린다면 무슨 소용이 있으랴!


해동의 공자 퇴계 선생께서는 반듯이 되새겨 보도록 이런 시조를 남겨 놓으셨다.

 

“고인도 날 못 보고 나도 고인 못 뵈

고인을 못 봐도 예던 길 앞에 있네

예던 길 앞에 있거든

아니 예고 어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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