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연수기>본받을 것만 본받자.
<일본연수기>본받을 것만 본받자.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6.01.27 00:00
  • 호수 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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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받을 것만 본받자.

정종숙 / 충남애니메이션고등학교 교사

4년 전 일본어를 배우며 꼭 다녀오고 싶던 일본이었다. 부푼 마음으로 배에 올라 3시간 만에 도착한 후쿠오카는 이국적이란 느낌은 별로 없었다.

처음에 일본은 모든 항을 열어 서양과 교역을 했으나,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천주교를 전파하면서 일본 정부와 대립할 때 포르투갈인은 천주교인(반란군)을 도와 입항이 거부됐고 네덜란드인은 정부군을 도와 유일하게 나가사키항에 입국이 허용됐다고 한다. 조선이  쇄국정책으로 신문물을 받아들이지 않아 겪어야 했던 아픈 역사가 실감났다.

하우스텐보스는 17세기 네덜란드 풍의 거리 왕궁이다. 사세보에서 간척사업으로 산업단지를 조성하려다 지하수가 부족해 부적합하자 세운 테마공원이다. 이곳을 방문하면서 그 깨끗함에 놀랐고, 한국인이 많아 한국어 표지판, 한국말에 능숙한 일본인이 많았다.

동남아와 중국을 가도 한국관광객이 대부분이니 한국이 아시아를 먹여 살리는 것 같아 가슴이 뿌듯했다.

두 번째로 방문한 나가사키시의 원폭기념관 및 평화공원은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갈구한다는 메시지를 던져주는 평화공원이란다. 하지만 아시아 전역에서 무참하게 행했던 만행, 아시아 역사왜곡,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오늘날 일본의 모습이 떠올라 씁쓸했다. 그래도 한켠에 희생당한 2만 한국인을 위해 세운 추도비를 보면서 위로를 받았다.

일본을 둘러보며 느낀 점을 열거해보면, 첫째로 거리가 정말 깨끗하다. 둘째로 조용히 얘기하고 거리에서 싸우는 사람이 없다. 셋째로 질서의식이 몸에 배인 것이다. 넷째로 환경보전을 우선시한다. 후쿠오카시내를 관통하는 강과 바닷물이 말할 수 없이 깨끗하고, 도로도 자연을 보존하는 위주로 굽이지게 좁게 냈다.

다섯째로 일본은 조화술의 귀재이다. 서양 것의 좋은 점만 일본의 것과 융합해 독특한 것을 만들어 내는 기술이 있다. 여섯째 자연과 싸우는 지혜가 대단하다. 건물의 철저한 내진설계, 좁은 국토를 넓히는 간척사업, 화산폭발과 지진에 대비하는 대피훈련이 체계화 돼있다. 

그밖에 일본은 노숙자는 있으나 거지는 없단다. 철저히 공짜가 없는 나라라 노숙자도 밥벌이를 한단다. 또, 일본의 학교에서도 공부하기 싫어하는 학생이 많지만, 공부 잘하는 학생들만 수업을 받는다. 못하는 학생은 목수일, 오토바이수리, 요리, 미용 등의 손기술을 배운다.

일본을 이해하려면 종교를 알아야 하는데, 일본에는 800여 신이 있고 최고의 신은 천왕신이다. 사람들이 신사에 가서 기도하는 것이 생활화 돼있다.

한편 오늘날의 일본은 장기 불황, 전통적 가족과 가정의 붕괴, 학교의 붕괴 등 많은 문제점이 있기도 하다. 잘 먹고, 돈 잘 쓰고, 뭐든지 대단하게 꾸미고, 부수고 다시 짓고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나라가 한국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일본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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