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하는 게 좋아서…”
“운전하는 게 좋아서…”
  • 차은정 기자
  • 승인 2006.01.27 00:00
  • 호수 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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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운전 10년째 강태하 씨
노동조건 힘들지만 보람도 있어
   
▲ 버스 운전석에 앉아있는 강태하 기사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만으로 행복한 사람이 있다. 체불임금이 천만원을 넘어서고 빚 걱정에 갑갑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닌데도 말이다. 토끼 같은 자식이 돈 때문에 다니던 학원도 그만뒀다니 그 마음이 오죽하랴. 그래도 “운전하는 것 자체가 참 재미있고 좋다”고 말한다.

버스운전 10년째에 접어들었으니 지겹기도 하련만, 항상 미소를 잃지 않는 서부교통 버스기사 강태하 씨(35)의 이야기다.

강태하 씨는 서부교통에 입사하기 전에 가스배달 차, 사료 차, 학원차, 구급차 등을 운전한 경력이 있는 ‘베테랑 기사’이다. 열여덟에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거의 운전으로 생계를 이어왔다고 한다. 독자로 태어나 집안의 기둥 역할을 해야 하는 강 씨에게 취업은 중요했기 때문이다.

강태하 기사는 서천읍과 동백정 노선을 맡고 있다. 사람을 대하는 직업인만큼 즐겁게 일하려고 해도 가끔은 그럴 수 없을 때가 있다. 만취한 승객이 차내에서 소란을 피우거나 몇몇 승객이 양심을 속이고 요금을 덜 내는 경우가 그러하다.

이런 일로 스트레스가 많으면 “음악을 들으며 스트레스를 풀고 마음을 달래기도” 하는 것이 안전운전을 위한 그의 노력이다. 특히 “기분 푸는 덴 뽕짝이 최고”라고 덧붙인다.

그러나 월급이 밀릴 때는 음악을 들어도 풀리지 않는 갑갑함이 있단다. 요즘같이 경기가 어려운 때 “빨리 회사가 정상화되고 임금을 제대로 받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고, 경제적 어려움은 계속 쌓여만 가기 때문이다.

체불임금이 늘어가면서 부인도 일을 하게 됐다. 다행히 “월급 제대로 못 받아온다고 타박하지 않고, 노동조합 활동을 지지해주는 편”이라고 한다.

강태하 기사는 “노동자가 일한만큼 대접받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노조 조끼를 입고 다니며 때론 빨간 머리띠를 두르고 ‘투쟁’을 외치지만, 그도 “일한만큼 받아야 살 수 있는 한 가정의 가장”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동료 기사들 앞에서 힘들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다들 힘든 건 똑같은데요 뭐”라는 말 속에 ‘힘들다’는 말보다 더 진한 울림이 있다.

올해도 설 연휴 내내 근무를 한다. 다행히 독자에다 기독교 신자라 차례상 차리기 같은 명절 준비에 큰 책임과 부담감은 느끼지 않아도 되지만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하는 건 늘 아쉬움이다.

강태하 기사는 항상 “좋은 날이 올 거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다만 좋은 날을 기다리며 “열심히 살 뿐”이다. 물론 체불임금을 받으면 제일 먼저 빚을 갚아야 하는 형편이다.

다만 “고향에서 일하니까 좋고 부모님 같은 분들 모시고 다니니까 좋죠”라는 강태하 기사의 소박함 덕에 오늘도 버스는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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