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가 꿈이었지만…”
“간호사가 꿈이었지만…”
  • 차은정 기자
  • 승인 2006.02.10 00:00
  • 호수 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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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나들목 지킴이 문명숙 씨
좁은 요금소 안에서 행복 느껴
   
보이는 건 탁 트인 도로뿐인 고속도로를 달리고 달려 심신이 피로해졌다 해도 나들목 요금 수납원의 싱그러운 미소와 ‘안녕하세요’ 한마디에 기분이 좋아질 때가 있다.

빠른 손놀림과 정확한 계산, 지도를 외울 것 같은 길 안내 능력 말고도 요금 수납원이 필수적으로 갖춰야하는 것은 서비스 정신. 이런 서비스 정신을 바탕으로 나들목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기분 좋은 미소’를 전하는 사람이 있다.

올해로 근무한지 3년이 된다는 서천나들목 요금 수납원 문명숙(43세) 씨다. 명숙 씨는 3교대 근무를 하기 때문에 하루 중 7시간은 좁은 요금소 안에서 보낸다. 계속 요금소 안에 있으면 답답할 것도 같은데 본인은 전혀 그런 걸 느끼지 않는단다.

“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라고 느끼는 소박함 때문이다. 그래서 직장 동료들은 명숙 씨를 ‘밝고 명랑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런 명숙 씨지만 물론 근무 중 언짢은 일이 생길 때도 있다. 고객들이 ‘요금이 비싸다’고 불만을 토할 때가 그렇다. 요금 받고 거스름돈 주는 일이 업무일 뿐이지, 이럴 때는 조금 억울하기도 하다.

명숙 씨가 가장 좋아하는 글귀는 “내게 능력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걸 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학창시절 담임선생님이 명숙 씨에게 읽어준 구절인데 이 말을 가슴에 담고 낙천적으로 살려고 노력한다.

어려웠던 시절엔 겨울에 집 안의 행주가 얼 정도로 힘들게 살기도 했다. 간호사의 꿈을 접고 대학진학을 포기해야만 했던 건 아직도 아쉬움이 남는다. 꿈을 포기해야만 했던 그 때의 어려움이 생각났을까. 명숙 씨 눈가에 눈물이 비쳤다.

예쁜 딸을 셋이나 둔 행복한 엄마이기도 한데, 혹시 딸아이 중에 엄마의 못 이룬 꿈을 이뤄줄 아이는 없을까. 명숙 씨가 웃으며 “그래서 얘기를 해봤는데 싫다고 하네요.” 한다.

그래도 명숙 씨는 딸들과 있을 때가 제일 행복하다. 이제는 컸다고 고등학교를 다니는 맏딸이 살림을 많이 도와주는 편이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아이들과 여행을 다니고 싶어요” 수많은 여행객들을 만나는 직업이지만 정작 자신은 여행다운 여행을 못해봐서 일까,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은 없지만 어디든 아이들과 함께라면 좋을 뿐이다.

아들 셋인 집안에 막내딸로 태어난 명숙 씨는 부모님과 오빠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오빠들 등에 많이 업혀 지냈는데 그만 오빠 등에 업히다 땅에 떨어졌다고. 그 때 척추에 이상이 생겨 여러 번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성장장애로 보통 키 보다 작다.

때로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을 가진 사람들도 만나지만 명숙 씨는 신경 쓰지 않는다. “생활하는 데 크게 불편을 느끼지 않고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생각들은 중요하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명숙 씨. 오늘도 좁은 요금소 안에서 명숙 씨가 바라보는 세상은 아름답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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