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바꾸면 ‘서천 쌀’ 지킬 수 있다!
생각을 바꾸면 ‘서천 쌀’ 지킬 수 있다!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6.02.24 00:00
  • 호수 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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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권승/서천군농업경영인연합회장
1. 한국농업과 서천농민의 현실

지금도 생존해 계신 중학교 은사님께서는 재미있는 말씀을 자주 해주셨는데 한번은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6.25때 부산까지 밀려났던 때, 맥아더장군이 전선을 시찰하게 되었고, 전선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한 초병에게 귀관은 언제까지 이곳을 지키고 있을 것인가? 하고 물었다고 한다.

이때 이 초병은 큰소리로 “예! 나의 상관(중대장)님의 철수명령이 하달 될 때까지 전선을 지키겠습니다” 라고 대답했단다.

이 말을 들은 맥아더 장군은 조국을 지키고자 하는 병사들의 강한 의지를 확인하고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하여 절대적으로 불리했던 전선을 대역전의 발판으로 삼게 되었다는 것이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 한국농업과 서천농민의 현실을 뒤돌아보자. LCD, DVD, 휴대폰, 자동차를 수출한다고, 하나 둘, 농산물시장 다 내어주면서 ‘우리의 농산물은 지키겠다’고 떠드는 현 정부와 녹음기 틀어 방송하며 부산까지 도망쳤던 이승만 정권의 상황과 비슷하지 않은가?

국민을 지켜줘야 할 정부와 국회는 대책이 우선이라는 농민들의 절규와 처절한 몸부림을 뒤로 하고 압도적인 찬성으로 ‘쌀협상비준안’을 통과시켰다.

농업을 천직으로 알고 살았던 나는 눈물이 앞을 가려 주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마음을 추스르며 냉정하게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해본다.

2. 농민 동지 여러분 서천농산물은 우리가 지켜야합니다.

몇 년 전, 중국과 일본을 다녀올 기회가 주어졌다. 꼭 다녀오고 싶었던 터라, 그곳에 가면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할 것인지 메모를 해 두었다.  첫날 중국에 도착하여 견학을 했는데 역사 깊은 곳 빠르게 성장하는 대륙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야! 땅도 무진장 넓구나…’

우리와는 비교도 안 되는 아주 넓은 도로 위에 대형차량들이 아주 큰 트레일러를 매달고 무, 배추 등을 가득 싣고 수 킬로미터나 쭉 늘어서 있는 것이 아닌가. 저 많은 농산물들이 한국을 비롯한 세계각지로 수출된다고 생각하니 기가 막혔다.

‘농사를 지어야할까 말아야할까’ 마음을 정리하지 못하고 비행기 안에서 내내 마음이 착잡했다.  중국에서 돌아온 이틀 후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일본은 산천이 수려하고 자연경관이 잘 보존되어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일본의 농가를 직접 견학하는데 우리와는 별반 다른 것이 없는 것처럼 보였으나, 하루 이틀 지내며 내면으로 들어가서부터는 95년도에 우루과이라운드 협정을 체결한 후, 한·일 양국의 대처법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본은 국민과 함께 꾸준히 준비하여 개방 5년 되던 해 1999년 완전관세화로 전환해 버렸다. 밥맛이 우수한 두가지 품종을 육성하고 시비량도30%이상 줄여 식미치(쌀 밥맛을 나타내는 척도) 6.5%, 완전미율 93%를 생산하여 일본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춰 놨다.

외국의 값싼 농산물이 아무리 판을 쳐도 자국쌀을 소비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식용으로 들어오는 수입쌀 중 10%밖에 소비가 안 된다니 얼마나 부러운 일인가?

3. 늦었지만 지금부터 시작합시다.

2004년 가을 장항 물량장 행사에서 농산물을 판매하게 되었다. 막상 농산물을 판매하려니 내 놓을만한 디자인 포장된 상품하나 없었다. 1996, 2001, 2003, 2004, 2005년 단보당 생산량 전국 1위를 달성한 우리군에서 “이 쌀이 맛있는 서천쌀입니다” 하고 자신 있게 내 놓을 수 있는 디자인 포장재가 없어 아쉬웠다.

벼1가마당 1,000원 더 받는 재미로 외지의 중간상들에게 다 팔아 버리고 지역의 RPC에서는 벼가 모자라 품질이 떨어지는 외지의 벼를 사다가 서천쌀 포장지에 넣어 판매를 하니 도시 소비자들이 느끼는 서천쌀의 이미지는 불을 보듯 뻔하지 않은가.

이런 일들이 계속 반복된다면 서천쌀의 미래는 기약할 수가 없다. 서천쌀은 한국쌀이라는 등식이 성립될 때까지 많은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4.생각을 바꾸면 서천쌀도 경쟁력 있습니다.

우리 농업인은 고품질 쌀 생산기술을 습득하고 실천하며, 농협은 브랜드개발과 유통 판매를,  행정기관과 의회는 생산시설 지원, 소득보전직불제 확대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

농업기술센터는 선진농업기술도입을 위한 현장지도를 강화하고, 지역 소비자는 지역농산물을 애용해야한다. 이런 체계가 확립된다면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본다.  10년 유예를 받았다고 정부를 믿지 말고 이제는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야한다.

의무수입량 7.96%되는 2014년까지 아무런 대책 없이 간다면 우리쌀은 돌이길 수 없는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하루라도 빨리 관세화로 갈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야하는데 앞으로 4년 안에 우리의 준비여하에 따라 우리쌀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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