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농촌파출소 부활소식이 반가운 이유
<기자수첩>농촌파출소 부활소식이 반가운 이유
  • 이후근 기자
  • 승인 2006.03.03 00:00
  • 호수 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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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애써 농사지은 농산물을 도둑맞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스로 재산을 지키려는 주민들의 방범의식부족도 문제지만 범인 검거도 쉽지 않아 도둑맞은 주민이나 도둑을 잡아야하는 경찰이나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서천경찰서 한 관계자는 “많은 양의 농산물을 털어가면서도 딱히 사건해결의 단서가 될 만한 물증조차 남기지 않는 등 이들의 범죄수법이 날로 지능화돼 가고 있으며, 고속도로 개통 등 교통여건마저 좋아 범죄양상이 광역화되고 있지만 범인 검거는 실적이 별로 없다”며 어려움을 털어놨다.

경찰서에서는 이에 대해 방범폐쇄회로TV 증설 등을 대안으로 내놓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예방차원에 그치는 일이고 실제 최근 발생한 쌀 도둑 사건도 주민의 신고에 의해서 사건발생이 알려진 경우다.

결국 각 지구대 경찰력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상시 순찰을 돌고 있지만 주민의 생활안전과 직결되는 범죄정보를 얻는 데는 실패한 것이다.

일선 경찰관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거 파출소체제의 장점인 지역정보수집기능이 복원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결국 지난 2003년 10월 파출소를 없앨 당시 ‘각종 강력범죄에 초기 현장대응력 강화와 인력의 효율적 활용’을 강조하며 도입했던 지구대방범체제가 오히려 농촌지역에서는 범죄예방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등 부작용이 유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현상은 지구대 설치로 관할구역이 넓어지고 외진지역이 많은 우리군과 같은 농촌지역부터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의 범죄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도 늘어만 가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경찰에서는 이런 문제에 대한 반성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아산시 선장과 충북 제천시 금성·옥천군 이원 등 농촌지역 일부 치안센터를 파출소 형태로 전환하는 시범사업을 실시 중에 있다. 또 시범사업결과에 따라 농촌지역부터 전면적인 시행도 검토 중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반가운 얘기다. 일선경찰들도 내부적인 속사정도 있겠지만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시범사업이다 뭐다 할 것 없이 이미 많은 부작용이 드러난 지구대체제를 하루라도 빨리 폐지하고 파출소를 복원시켜야 옳다고 주장하고 있다. 백번 지당한 말이다.

경찰은 더 이상 지구대방범체제에 연연해하지 말고 하루 빨리 복원시켜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검찰로부터의 수사권독립 못지않게 국민의 경찰로서 해야 할 일이다.

순찰차를 타고 책임구역을 날마다 돌면서도 지역주민과는 한가로운 대화조차 제대로 나누기 어려운 지구대가 폐지돼 자전거를 타고 관할 구역을 순찰 돌던 파출소 경찰관들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또 한 가지 아무리 시스템과 효율성이 강조되는 시대를 살고 있지만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를 경시한 제도는 그리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해준 것도 파출소 부활소식이 반가운 이유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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