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커가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커가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 차은정 기자
  • 승인 2006.03.10 00:00
  • 호수 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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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서 첫발 뗀 새내기 총각선생님 서하영
   
▲ 5학년 1반 남학생들과 서하영 교사
드디어 5일 만에야 반 아이들 이름을 다 외웠다. “선생님, 이름 못 외우면 제가 꿀밤 먹일 거에요” 이럴 수가. 제자한테 야단을 맞았다. 충격 받은 새내기 교사는 그 날부터 출석부 들고 출퇴근하며 열심히 아이들 이름을 외웠다. 요즘 하루하루가 즐겁기만 한 서하영(24세) 교사의 이야기다.

대학졸업한 지 이제 3주나 됐을까. 우스개 소리로 ‘졸업장의 잉크도 안 마른’ 졸업생이 서천초등학교 5학년 1반 담임을 맡았다. 앳된 얼굴에 선한 미소를 가진 총각선생님이다. 아이들이 보기에도 ‘새내기’ 티가 나는가보다. 서 교사가 조금 걱정스럽게 말한다. “아직 제가 애들을 잘 못 다뤄서 그런지 애들이 절 만만하게 보는 것 같아요”

인터뷰 도중에도 어디서 나타났는지 우루루 몰려온 5, 6학년 여학생들이 총각선생님을 놀려댄다. “선생님 모 하시는 거에요? 데이트해요?” “선생님, 누구에요? 여자친구에요?” “선생님, 제가 몇 반이게요?” 개구쟁이들의 질문 공세에 “애들아~”하며 몇 마디 못하고 말끝마다 이리저리 꼬투리 잡는 아이들 때문에 난처하기만 하다. 그래도 얼굴에 미소 가득한 총각선생님이다.

서 교사는 아이들의 든든한 도우미가 되고 싶단다. 정해진 틀에 맞춰 아이들을 조각하는 ‘조각가’가 되고 싶지는 않다. 아이들 내면의 잠재력을 믿기 때문에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커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다.

2학년 교생실습에서 만난 1학년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잊지 못하고 항상 마음에 담아두고 있다. 그 때 ‘선생님’을 부르며 자신을 따르는 아이들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단다.  “나도 아이들에게 삶의 보람과 기쁨을 줄 수 있겠구나” 하는 용기가 생기게 됐다.

‘정말 제대로 가르쳐 보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아이들 덕분에 스스로 반신반의했던 ‘선생님에 대한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처음 학교에 출근하던 날, 제일 먼저 출근해 교실에서 반 아이들을 맞고 싶었다. 교실에 들어서는 아이들 손을 하나하나 잡으며 “안녕. 내가 네 담임선생님이야” 하며 눈맞춤을 하고 싶었는데 그만 실패했다. 너무 일찍 온 탓에 교문이 잠겨있던 것이다.

그래서 어찌어찌 시간을 보내다 보니 늦었다고, 아이들이 모두 교실에 앉아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아쉬운 마음을 내비친다. 한편으론 새내기 교사의 안타까움이 다른 사람에겐 웃음이 터지게도 한다. ‘교육청 앞에 있는 육교만 봤더라면 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에.

서 교사는 가능하다면 서천에 뿌리를 내리고 싶다. 집은 군산이지만 4년 간 학교(공주교대)와 집을 오가며 서천을 들러서 그런지, 왠지 모르게 친근함이 느껴진다고 한다. 내년 군 입대 후 다시 ‘선생님’이 되면 그 땐 더 작은 학교에서 아이들과 올망졸망 지내고 싶은 마음이 있단다.

학부모총회 때 학부모들을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스럽다는 총각선생님. 열정 가득한 이 총각선생님 덕에 5학년 1반은 행복한 일 년을 보낼 거라고 은근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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