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태풍이 휩쓸고 간 공직사회
5·31 태풍이 휩쓸고 간 공직사회
  • 백채구 기자
  • 승인 2006.06.01 00:00
  • 호수 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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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도장 받는 일에 민원업무 쯤은 뒷전(?)

   
이번 ‘5·31 지방선거’에는 유력 후보에 대한 일부 공무원이 자신의 고유 업무보다는 출마자 활동에 더 관심을 쏟았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일례로 서천장날 이었던 지난달 22일, 서천 특화시장에서 이번에 한나라당 도지사 후보 이완구 당선자가 선거 유세차 왔을 때, 서천경찰서 오용대 서장이 이례적으로 현장에 나왔다. 오 서장은 이날 이완구 당선자를 만나 악수를 하고 갔다.

이에 대해 경찰관계자는 선거폭력을 대비한 후보자들의 안전 확보를 위해 현장 지휘를 나왔던 것 뿐, 일부러 인사하지는 안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오 서장은 이 당선자가 충남지방경찰청장 출신으로 전관예우 차원에서 이완구 당선자에게 인사한 것인지 몰라도 타 후보 선거 유세장에는 참여치 않아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또 선거 때마다 거론되는 공직기가 해이나 근무태만도 여실히 드러났다.

선거기간 동안에 일부 공무원들이 자주 자리를 비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정체모를 출장이 잦은데 대해 의구심이 제기되기도 했다.

공직사회 특성상 충성경쟁 양상이며 승진이나 향후, 좋은 자리에 대한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겠느냐는 이야기다. 확실한 눈도장을 받는 일이라면 민원업무 쯤은 뒷전으로 미뤄 놓는다.
이 같은 공무원들의 줄서기와 근무기강 해이는 곧바로 주민들에게 전가된다. 선거 때 마다 줄서기와 눈치 보기, 편 가르기, 직무 소홀로 근무기강 이완을 자초한다면 그 피해는 주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을 지키도록 법률에 명시돼 있다.

이제 ‘5·31 지방선거’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선거의 결과를 두고 각 정당과 언론들은 한나라당의 완승, 열린우리당의 참패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선거 본래 의미와 기능을 놓고 볼 때 이번 선거의 결과는 한 마디로 ‘중앙정치의 완승’이면서 동시에 ‘지방자치의 참패’다. 이로써 한국의 지방자치는 부활된 지 불과 10여년 만에 최대 위기에 빠졌다.

이번 투표에서 유권자들은 특정 후보자에 대해 합리적 검증이나 냉철한 판단 없이 중앙정치바람을 타고 표를 주는 성향이 뚜렷이 나타났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해 시행되고 있는 지방선거가 원래의 좋은 취지가 사라지고 상하 좌우 줄서기기 용으로 전락 한다면 오히려 지역발전의 발목을 잡는 일이다.

무엇보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을 제한한 규정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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