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NGO를 기다리며
정통 NGO를 기다리며
  • 공금란 기자
  • 승인 2006.06.22 00:00
  • 호수 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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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지인을 만났다. “서천 정 떨어져서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취재현장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이 이와 비슷한 말을 한다. 기자역시 이런 마음이 굴뚝같다. 특히 이런저런 사안을 확인하기 위해 군청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날이면 더욱 그렇다.

‘다 털고 떠나…?’ 생각이 여기에 미치면 내가 떠나면 좋아라 할 사람들 얼굴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사명감이 닳고 닳으면 나중엔 오기로라도 버텨야지 하며 마음을 다잡기 일쑤다.

서천 살기 좋은 고장이다. 동으로 가면 금강이 펼쳐있고 넓은 들판은 충분한 먹을 거리를 제공한다. 서로 가면 바다가 있어 사시사철 술안주 걱정 없는 곳, 그래서 외지 벗들에게 “서천와! 안주 참 좋아”라고 자랑도 한다. 사람들은 현재 위치에서 희망을 찾을 수 없을 때 다른 희망을 찾아 떠나기 마련이다.

서천에 인구가 줄었다면 희망이 없다는 증거이다. 그러나 기자가 서천에서 희망을 상실해 가는 것은 다른 이들과 조금은 다르다. 먹고 살 걱정,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남편의 이직 등은 아니기 때문이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조직, 사람을 만났을 때 그렇다. 특히 분명히 잘못된 행정을 지적하건만, 여전히 딴청을 부리듯 하는 공직자를 만나면 기분이 한 없이 상하고 ‘서천 정말 희망 없다’라는 생각에 이른다.

올 들어 주민이 감사청구를 신청한 7건이 모두 ‘문제 있음’으로 나왔다. 그 외 대부분의 사업들이 걸면 걸릴 것이라는 ‘참으로 기분 나쁜 예감’이 든다. 무엇보다 무조건 뻔한 잘못을 해놓고 날부터 세우는 공직자를 만나면 그날은 냉수를 많이 찾게 된다. 상대가 속을 못 차리니 기자라도 ‘냉수 먹고 속 차리기’위해서.

서천군청에 들어가는 길은 언제나 적진을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같이 언성을 높여도 ‘가재는 게 편’이라 이런 저런 험담을 늘 안고 살게 된다. 가끔은 억울하지만 참고 있노라면 정의는 이기게 마련이니 참는 데까지 참아볼 작정이다.

그러나 19일, 흥림지 변 보안림과 관련해 ‘감사청구 하려면 해요’라는 그 당당한 공무원, ‘감사 그렇지 엊그제 보니 그것도 물방망이니까…’ 이럴 땐 화가 나다 못해 절망을 하게 된다.
기자도 이런데 힘없다는 일반 주민들은 얼마나 억울할까.

이런 생각은 지역에 진정한 NGO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많은 독자들이 심각한 현안에 대해 속으로 끙끙 대고 그냥 지나친다. 마주 앉으며 함께 흥분하고 욕도 하지만 정작 주체가 되는 군청에 민원성 전화한통 못 돌리는 그런 순진한 주민들이 대부분이다.
단 두 명의 기자가 ‘양심적인 사람들이 절망하지 않는 서천을 만들기’란 당초 불가능 한 것이다.

그래서 적어도 환경에 대한 기사가 나면 환경단체가, 교육에 대한 기사가 나면 학부모 단체가 ‘옳소’하고 맞장구를 쳐주는 그런 서천을 오늘도 간절히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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