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사무감사에 부쳐
행정사무감사에 부쳐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6.09.15 00:00
  • 호수 3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147회 서천군의회 정례회가 한창이다. 이번회기의 사명은 ‘행정사무감사’이다.

단 5일 동안 한해의 행정과 현재 연계된 과거사, 지난해 지적사항 중 해결되지 않은 사안까지 살피려면 만만치 않은 일이다. 군의원 수가 9명으로 줄었으니 더욱 그렇다. 행정집행의 시작과 과정, 결과를 속속들이 파헤치기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래도 역할을 감당해 내지 않으면 안 된다. 행정집행에는 예산이 따르는데 군이 얼마간의 예산을 쓰겠다고 요청한 것에 군의회가 승인해줬다. 행정이 잘못됐다면 군의회의 책임도 뒤따르는 것이다. 이는 꼭 누구의 책임을 묻자는 것만은 아니다. 부족한 예산을 군민다수의 삶의 질 향상과 서천군 발전에 최대한 효과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여러 가지 평가를 보건데 서천군은 예산을 잘 집행한 축에 끼지 못해왔다. 마을회관 하나 짓는 것부터 설계변경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마을회관 짓는 일은 40년 가까이 해온 행정이건만 아직도 설계변경을 해야만 지어지고 있다니 기막힐 따름이다. 설계변경 대부분이 사업비 부풀리기의 관행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관행, 언제까지 관행을 두고 볼 것인가. 이런 일들을 일일이 주민들이 나서서 밝히고, 바로잡기 어려운 까닭에 군의원을 뽑아 세웠다. 이들에게 법이 허용하는 주권을 이양한 것이다.

만약 군의회가 역할을 다했다면 군행정이 아무리 잘 못을 했다 해도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감사청구를 한다거나 주민소송을 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1991년 4월 15일에 제1기 군의회 개원식을 가졌으니 15년의 역사다. 15년 동안 주민들의 바람을 충족하지 못한 게 사실이고 보면 관행을 타파해야할 의회가 관행에 젖어 온 것 또한 사실이다.

제5기 의회를 바라보는 마음에 불안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제도적으로나 여러 가지 정황을 살펴볼 때 분면 새롭게 탄생한 의회임에는 틀림없다. 그렇기에 주민들이 5기 군의회에 거는 기대 또한 색다르다.

3기, 4기 의회 행정사무감사 때 지적된 내용이 바로잡아지지 않아 또다시 대상으로 지목된 것도 있다. 한번도 아니고 서너 차례 지적한 사안들, ‘시정하겠습니다’ 약속한 공직자가 자리를 뜨면 고만인 행정으로 이 같은 비생산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선 정책·행정실명제 등을 최대한 이용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이제는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공무원들의 입에서 ‘시정하겠습니다’나 ‘제가 부임한지 얼마 안돼서 아직 파악을 못했습니다’라는 형식적인 답변대신, ‘제가 맡고 있는 한 책임지겠다’는 확신에 찬 답변과 또 책임 있는 실천을 이끌어 내야겠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랄 수 있겠는가. 그러니 의회가 권위를 갖기 위해서는 스스로 떳떳해야 한다. 권위는 검은 양복과 졸라맨 넥타이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읍·면 소규모 사업비을 편법적으로 의원재량사업비로 사용하는 일, 업무추진비 등의 집행도 바로 잡아야한다. 나아가 섣부른 타협을 배제한다면 제5기 서천군의회는 만족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이번 행정사무감사에 필요한 자료에 요청한 의원 이름이 명시되지 않았다. 과거사를 보건데 관련 부서에서 해당의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하는 통에 제대로 감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에서 기인한다고 한다. 지금까지의 일을 생각하면 씁쓸한 사연이지만 이런 식으로라도 5기 의회가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 반가울 따름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