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으로 만이라도 시인해야
입으로 만이라도 시인해야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6.09.22 00:00
  • 호수 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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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에 대해 마음으로 뉘우쳐 반성하는 것을 기독교에서는 ‘회개(悔改)’라 한다.
회개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멋진 일이다. 그래서 자신의 잘 못을 빨리 인정하는 것에 대해 용기 있는 행동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지난주부터 군의회가 서천군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했다. 수천가지 업무 중에 중요하거나 문제가 있을 법한 사안 100가지를 선택해서 실시했다.

일단 100가지 항목에 들어간 사안들 대부분이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고 실제로 감사 결과를 보면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감사(監査), 있는 그대로를 살피는 일이다. 쌍방의 입장차이가 크면 때로 고성이 오가기도 한다. 이번 감사를 지켜본 사람들이나 재선 이상 군의원들의 평은 비교적 군의원들의 질의 수준이 향상됐다는 것이다.

반비례적이랄까, 상대적으로 군행정에 대해서는 매우 비관적인 평이 많았다. 이미 상급기관의 감사 결과 ‘문제 있음’으로 지적된 사안들에 대해 문제의식 없이 담당자 문책이 억울하다는 태도로 비춰지기도 했다.

한 업체에 대한 지나친 특혜를 지적하면 오히려 특혜를 줄만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업체 대표에 대해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에 버금가는 칭송을 늘어놓는다. 결국 군의원으로부터 “표준정원 82명이나 넘치는 668명의 서천군 공무원들은 손놓고 외부업체 대표가 일을 다 하는가, 군수 이하 모두 집에 가서 쉬시면 어떻겠느냐”는 질타를 받기도 했다.

또, 건축법이 있고, 오폐수 처리시설 기준이 있어 군민들이 살집을 짓자 해도 정하조 등 규정을 따지는 판에 군청이 불법 건물에 오폐수처리 기준을 턱 없이 지키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서천군립노인병원 위탁, 또 증축 설계변경 과정도 석연치 않았고, 대중교통 정책도 업자에게 끌려 다닌다는 지적이었다.

지적되는 문제들에 대해 담당 실·과·소장들은 쉽게 인정하지 않았고 변명하기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지난해 지적된 사안이 제대로 처리되지 못해 올해 또다시 감사대상에 오른 일을 보건데 마지못해 ‘시정하겠다’고는 답변했지만, 진정으로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특히 모시세계화사업단의 ‘기계모시’ 사업은 군에서 외부업체에 맞긴 두개의 용역에서도 부정적인 평가가 나왔고, 군의회에서도 지속적으로 타당성과 실효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던 부분이다.

또 올해도 의원들이 본질의와 보충질의를 하면서 그 인력과 재원으로 ‘전통모시 문화를 지키는 게 어떠냐’고 했지만 담당자는 수긍을 하면서도 사업추진을 고집했다.

도대체 수년째 수십억원의 예산을 투자하고 앞으로도 사업의 실효성이 불투명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왜 그토록 집착하는지 그 속내가 궁금해진다.

이런 경우 입으로라도 확실히 잘못을 시인했으면 하는 게 바람이다.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 ‘네, 네’만 하다가 얼버무리고 만다면 내년에도 우리는 똑같은 질의를 접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의원들의 책임도 있고, 행정사무감사가 단 5일이라는 짧은 시일에 이뤄져야하는 것도 문제다.

어떻게든 책임을 모면하려고 하는 상태를 집요하고 핵심을 찌르는 질의로 맞서 입으로라도 시인하도록 해야 하겠다. 입으로 시인하면 은연중에라도 책임감이 표출된다는 게 심리학자들의 말이고 보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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