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금강하구둑 개설 그 이후 <제2회>
<기획취재> 금강하구둑 개설 그 이후 <제2회>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6.09.22 00:00
  • 호수 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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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금강하구둑 때문에 장항이 죽었다’고. 따지고 보면 장항만이 아니다. 이처럼 금강하구둑 개설은 충남 서천과 전북 군산을 중심으로 금강을 사이에 두고 살던 사람과 동식물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이 국토발전 기반조성, 수자원 확보라는 명목으로 건설된 금강하구둑이 과연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 주었는지 살펴보기로 한다.<편집자주> ▲ 정박중인 준설선. 금강 하구둑 밖으로 쌓이는 토사 준설비용은 연간 130여 억원으로 우리나라 준설예산의 절반을 차지한다.
하구둑 개설에 따른 금강의 어제와 오늘


고인 물은 썩는다
지난 8월초 대전과 충남북 주민 400여 만 명의 젖줄인 대청호에 녹조 비상이 걸렸다. 장마철 집중호우로 오염물질이 다량 유입된 데 이어 일조량 증가에 따라 식물성 플랑크톤인 녹조류가 급속히 번식한 것이다.

대청호 전역에 조류주의보가 내려지고 황토가 호수에 살포됐다. 주민들은 썩어가는 호수에서 풍기는 악취로 인해 논밭에서 일을 할 수 없을 지경이라며 고통을 호소했다. 이러한 대청호에서의 ‘녹조와의 전쟁’은 해마다 겪는 일이 된지 오래다.

강물은 하류로 내려오며 더 큰 몸살을 앓는다. 하구둑으로 강 하구가 막혀버렸기 때문이다.
금강 하류 연안의 평야지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홍수를 조절하며 산업단지에 공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금강 하구둑은 길이 1,841m, 갑문 20개이고 1억 3,000만 톤을 담수할 수 있다.

둑 위로 난 4차선 도로는 전북 군산시와 충남 서천군을 잇는 교량 역할도 하고 있다. 또한 갈대숲이 어우러진 금강호는 새로운 자연경관을 낳으며 많은 겨울 철새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1994년 담수호 금강호가 탄생하면서 이러한 혜택은 전북과 충남의 6개 시·군이 누리고 있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액수의 수질 개선비용을 쏟아 붓고도 금강호의 수질은 개선되지 않고 있어 담수호 금강호는 차츰 재앙덩어리로 변해가고 있다.

▲ 토사로 매몰되어가는 장항항. 간조시에는 입항조차 어렵다.
금강하구둑 존재이유
환경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7월 금강호의 총인(T-P) 농도는 0.165(mg/L)였다. 이는 지난 2003년도의 0.122보다 더 악화된 수치이며 화학적산소요구량도 2003년 6.5에서 7.2로 더 높아져 금강호의 수질이 더욱 나빠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총인 농도는 강이나 호수의 부영양화를 나타내는 지표로 0.150보다 높은 수치이면 5급수로 분류하고 있다.

이미 금강호는 영산호의 전철을 밟아 5급수로 전락하고 있는 과정에 있다. 영산호와 함께 금강호는 ‘고인물은 썩는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영산호처럼 강 하구에 자리잡고 있는 금강호로 대전광역시를 관통하는 갑천 등 수많은 지천에서 쏟아져 나오는 생활하수와 축산폐수 등이 유입되고 있다. 또한 토사와 함께 오니층(汚泥層)이 두텁게 쌓여가고 있어 이들을 준설해내지 않는 한 수질개선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강호 물을 연간 5억톤씩 새만금호로 빼돌려 새만금호의 수질개선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된 바 있었다.

금강호의 수질개선이 불가능하다면 오는 2008년 완공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인 ‘금강2지구 대단위 농업종합개발사업’은 대폭 수정이 불가피하다.

이 사업은 금강하구둑의 완공에 이어 총 6천742억원을 투입, 취입보 1개소, 양수장 11개소, 배수개선 8개소, 용수로 610㎞, 경지정리 4,738ha, 대 구획재정리 16,251ha를 확보하는 사업으로 현재 농림부는 오는 2008년까지 공사를 마무리 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으나 현재 60% 정도 공사가 진척된 점을 감안하면 기한 내 공사완료는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오랫동안 영산호의 수질 오염 현황을 추적해 온 광주과학기술원 김준하 환경공학과 교수는 “생활용수나 음용수를 확보하기 위해서 담수호를 조성한다면 모를까 농업용수 확보라는 명분으로 거대한 담수호를 조성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정책”이라며 “농업용수 확보라는 명분으로 영산강 하구를 막아 거대한 호수를 만들었던 25년 전의 역사적·정책적 실수를 새만금에서 반복하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 군산항의 어항 기능이 상실되자 국비와 민간자본 1300억원을 투입하여 축조중인 비응항 영산호보다 수질오염 심각한 금강호전남도는 지난 6월 광주·전남발전연구원 컨소시엄에 ‘영산호 수질개선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는데 이 연구용역의 주요 과제에는 영산강하구둑 배수갑문 개방을 통한 해수 유통 여부가 포함돼 있다. 용역 결과 영산강 수질 개선을 위해 해수 유통이 불가피한 것으로 결론이 날 경우 영산강 하구둑은 지난 81년 축조 이후 25년만에 전면 개방되는 것이다. 지난 91년 완공 이래 영산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썩어가는 금강호의 앞날을 영산호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수질오염 외에 금강하구둑이 불러온 또 하나의 심각한 재앙은 토사퇴적으로 인한 문제이다. 해방 이후 금강유역의 산들도 산림파괴로 민둥산이 되어 호우 때에 많은 토사가 강으로 유입되었다. 현재에도 각종 개발로 토사유출이 계속되고 있다. 토사퇴적으로 강변 지하수위보다 강바닥이 약 2~3m 높아져 주변 농경지와 비슷하게 되었다. 그 결과 갈수기에는 지하수가 하천에 모이지 않고 도리어 댐에서 방류한 물도 지하로 침투한다. 지금 금강은 갈수기 때는 강바닥이 드러나 실개천이 되고 하천에는 물이 말라 대부분 건천으로 변한다. 또 홍수 때는 강바닥 상승으로 강물 수위가 월등히 높아 농지 도로 교량 등 침수피해가 자주 발생한다. 이제는 조금만 가물면 물이 부족하고 비가 내리면 침수피해가 수시로 발생한다. ▲ 준설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금강하구
동고서저의 한반도 지형은 대부분의 큰 강들이 서해로 흘러들도록 하고 있으며 하류 부분에서는 경사가 지극히 완만한 특징을 갖도록 하였다. 그리하여 밀물 때가 되면 바닷물이 강을 거슬러 올라갔다가 썰물 때 급히 빠지며 쌓인 토사를 먼 바다까지 끌고 내려가 인근 해안에 부려놓아 드넓은 갯벌이 발달하였다. 부여의 규암포까지 조수가 드나들었다 한다.

강하구가 둑으로 막히면서 하루에 두 번씩 어김없이 일어나던 이러한 자연현상이 차단되었다. 이로 인해 갈 곳을 잃은 토사가 하구둑 안쪽에 쌓이기 시작했다. 금강호 전역에 이러한 토사퇴적이 누적되어가며 호수는 점점 얕아져가고 있는 것이다.

충남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하구둑 안쪽에 쌓이는 토사량은 연간 80만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에 없던 모래톱이 금강호 안에 군데군데 생기고 하중도(河中島)를 형성하기도 하였다.

금강호에 접한 전북 익산시 웅포 주민들은 “웅포대교에서부터 마치 나팔모양으로 강폭이 넓어져 토사 퇴적이 심각하다”며 “금강하구둑 수문만 열면 곧바로 강바닥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하류의 이같은 심각한 토사퇴적현상은 논산·부여군의 중류지역 저지대의 물 빠짐을 나쁘게 하여 여름철 호우 시에 농경지 침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한 중류지역의 쇄굴현상은 강바닥을 더욱 완만하게 하면서 강물의 흐름을 느리게 할 뿐 아니라 토사 퇴적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정부에서는 물 부족에는 댐건설을, 침수에는 제방 쌓기를 주된 정책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금강의 문제는 하천의 구조가 비정상이 된 데 주원인이 있으므로 “강바닥을 지하수위보다 깊게 파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며 그 이전에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토사유입을 차단해야 한다” 말하고 있다.

▲ 군산내항 앞에 있는 해양신도시 부지. 유속을 떨어뜨려 토사퇴적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골칫덩이 토사퇴적토사퇴적 현상은 하구둑 밖에서도 심각하다. 공사를 시작하면서 하구둑이 생기면 거센 조류가 토사를 몰아와 강어귀에 부리는 일이 없어질 것이므로 군산과 장항 항구의 준설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기대하였다. 그러나 그 반대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장항·군산항의 박지 및 항로상의 토사퇴적양만 해도 연간 220만㎥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반해 준설양은 약 100만㎥에 그치고 있다.이로 인해 군산내항은 물론 장항항의 기능도 상실되어가고 있다. 서천수협에 따르면 장항항의 경우 연간 30억원에 이르는 준설비용을 투자하고 있으나 사실상 준설만으로는 수심확보가 어려워 이미 어항 기능을 상실한 상태라 한다. 장항항을 이용하는 어선은 100여 척에 이르고 있으나 간조시 입항조차 어려워 서면에 위치한 마량항이나 홍원항을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에 장항항과 마주하고 있는 전북 군산항의 경우 내항의 토사매몰로 어항기능이 상실되자 군산시 소룡동 비응도 동남측 해상에 국비와 민간자본 1300억원을 투입, 방파제, 호안, 물량장 시설과 배후부지 41만㎡에 이르는 다기능 복합어장인 비응항 개발사업을 올해 말 완공 계획으로 추진하고 있다. 국토의 균형발전과는 어긋나는 대목이다.군산과 장항의 항구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준설비용으로 매년 드는 비용은 연간 130여억 원으로 우리나라 준설 예산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하구둑 축조 이전에는 한 번 준설하면 2~3년 정도는 유지됐다고 한다. 그러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국민 혈세를 쏟아 붓고도 매년 20cm 이상 토사가 쌓여가고 있어 이대로는 앞날을 기약할 수 없게 되었다. ▲ 군산내항에 정박 중인 100톤급 안팎의 안강망 어선. 줄잡이가 필수품이다.
<뉴스서천 기획취재단 / 프리랜서 허정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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