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회’를 벌써 잊었나
‘일진회’를 벌써 잊었나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6.09.29 00:00
  • 호수 3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순영
국회의원(민노당)

우리는 과거의 기억을 먹고 산다. 그래서 과거는 현재와 미래를 밀고 가는 기관차 역할을 한다. 하지만, 때로는 과거의 경험이 현재와 미래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경우가 있다.

밥보다는 햄버거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밥 굶던 옛날이야기를 하면서 “우리 땐 보리죽도 없어서 못 먹었어”라며 “밥 먹어”라고 말해보라. 안 통한다. 요즘 아이들의 관심사이자 걱정거리인 비만문제, 건강문제를 조목조목 이야기해야 좀 말이 먹힌다.

사회가 다양하게 변화되면서 우리 아이들의 사고와 행동도 백인백색으로 매우 많이 바뀌었다. 학교폭력 문제만 보아도 이의 원인 진단과 해결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

성적, 가정, 이성, 친구, 매스컴, 게임, 인터넷 등 아이들 정서에 영향을 주는 환경요인도 매우 다양한 요즘 시대에 ‘교사라면 애들 상담은 기본 아닌가?’라고 옛날 생각을 들이대는 것은 어떤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 별로 없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해가 갈수록 심각해져 가는 학교폭력 문제에 대해 경찰청이 나서서 경찰다운 ‘집중신고기간’과 ‘일진회 소탕작전’을 벌일 때 아이들의 미래와 교육을 걱정하는 시민단체, 국회의원, 학부모들은 ‘교육적인 해결책’을 주문했고 그래서 발표된 작품이 바로 ‘전문상담교사의 양성과 1학교 1인 배치’였다.

2005년 10월, 김진표 전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겸 부총리는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향후 5년간 상담교사 3,372명을 임용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2006년 3월에 교육부는 전문상당교사 배치를 목적으로 5월부터 양성과정 운영을 시작하여 내년까지 전문상담교사 2,530명을 배출하겠다고 발표했다.

국가의 교육을 총괄하는 정부의 정책 발표가 여염집 아이들의 말보다도 가볍다고 느껴진다면 그건 분명 문제 있는 것이다. 상담교사 선발 계획 발표를 앞두고 “100명도 안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아직도 구체적 선발계획은 짙은 안개 속에 감추어져 있다.

1,000명을 뽑겠다고 발표를 했으면 1,000명을 뽑는 것이 옳다. 행여 예측 못 할 상황이 발생해 계획이 시정되더라도 그 차이의 정도가 10-20% 정도여야지, 50%가 넘어가면 그건 심하게 표현해 사기에 해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문상담교사 양성과 배치에 어떤 예측 못 할 상황이 발생했을까? 아무리 두리번거리고 곰곰이 생각해보아도 없다. 공무원 정원과 예산문제는 구구단이 곱셈에 기본이듯 정부가 정책 발표할 때 염두에 둬야 할 기본사항이기에 이를 예상 못 했다고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학교폭력문제를 실제로 경험한 교사와 학부모들은 절망하지 않을 수 없다. 제대로 된 예방책이 최선인데, 이를 학교에서 전문적으로 고민하는 사람이 없었거니와 사건 발생 후엔 병원치료와 처벌밖에 달리 지혜로운 방법을 찾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상담교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전문상담교사는 교사와 학생, 교사와 학부모를 이어주는 징검다리이며 학교와 사회를 연결하는 연결통로가 될 것이다. 또한 치열한 경쟁에 상처받은 학생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학교폭력과 집단따돌림 등 각종 청소년 문제에 힘들어 지친 학생들이 머무를 수 있는 편안한 쉼터 역할을 전문상담교사들이 담당하게 될 것이다.

1학교 1인 전문상담교사 배치는 예산(돈)과 정원(인력)이 여유 있을 때 천천히 해야 할 일이 결코 아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