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툰은 ‘새마을운동 부대’인가
자이툰은 ‘새마을운동 부대’인가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6.10.13 00:00
  • 호수 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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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 국회의원

이라크에 다녀왔다. 4박 6일의 빡빡한 일정이었다. 자이툰은 훌륭했다. 이라크 북부 아르빌 쿠르드족에게 자이툰은 마치 구세주와 같았다. 쿠르드족 마을 아이들은 한결같이 ‘꾸리(코리아), 꾸리(코리아)’를 외치며 대한민국 군인들에 환호했다.

민사작전(대민봉사활동)은 에이 플러스 학점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자이툰은 학교를 지어주고 쿠르드 문맹퇴치에 앞장섰다. 태권도를 가르쳐 쿠르드인들에게 희망을 심어 주었다. 마을 입구는 말끔하게 단장되었고, 부대 영내 병원 간호장교들의 극진한 의료활동은 아르빌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다.


자이툰 사단장은 이러한 활동을 실제 ‘새마을 운동’이라 했다. 그러나 자이툰 부대가 새마을 운동을 하기 위해 그 극심한 ‘파병반대’를 무릅쓰고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자이툰 부대의 명칭은 전후(戰後) ‘이라크 평화 재건 사단’이다. 명칭부터 바꿔야 한다. 정부가 내걸었던 파병 목적 즉 이라크 전후 재건에 참여하겠다던 공언은 온데간데 없다. 아르빌은 전쟁이 없었으니 말이다. 자이툰은 새마을 운동만 하고 있었다.

한국은 미국의 돈을 받지 않고 세금을 들여 파병한 아홉 개 나라 중 하나이다. 부대의 1년 예산은 1,700억 원이 넘는다. 이중 90%는 자이툰 부대원들의 월급 등 경상비다. 10%만이 아르빌 대민 봉사활동비로 쓰여지고 있었다. 기형적인 예산편성이다. 고작 10%의 예산을 활동비로 쓰자고, 90%의 경상비를 지출해야 하는가?

이라크 파병을 결정할 때 정부 논리는 이라크 전후 재건사업에 주동적으로 참여해 경제적 실리를 취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르빌에 거주하는(정확히 자이툰 영내) 주민들은 자이툰에 분노했다. 부대 밖 활동의 엄격한 통제에 대한 분노였다.

아르빌은 1년 전에 비해 도시가 30% 정도 팽창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이러한 부분에서는 터키가 실리를 챙기고 있었다. 우리는 동참은 커녕 남의 떡만 쳐다보는 꼴이 되었다. 아르빌은 안전하다고 하면서 자이툰 부대 밖으로는 경제활동을 통제하고 있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라크에서 30년 째 사업을 하고 있다는 김석태씨는 자이툰이 주둔하면서 오히려 상업상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또한 자이툰 부대는 이라크 치안유지 활동에 힘쓰겠다고 했다. 그러나 자이툰은 실제 아르빌 평화유지에도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쿠르드 자치공화국 수비대(바르자니)의 외곽 경호 속에서 새마을 운동을 하고 있다. 이것이 파병의 목적인가?

결론적으로 자이툰 부대는 목적과 다른 활동만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막대한 예산만 축내고 있는 것이다. 차라리 전쟁이 없는 다른 어려운 나라를 도우러 자발적 ‘새마을운동 부대’ 파병을 하라. 더 성과가 클 것이다.

어떠한 국익도 경제적 실리도 챙기지 못하는 이라크 파병은 ‘들러리 파병’일 뿐이다. 그것도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면서 말이다. 연말 정부의 이라크 파병 연장 동의안이 제출되지 않기를 바란다. 만약 미국 눈치 때문에 또다시 국회로 연장 동의안이 날아오면 국회는 이를 부결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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