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등명 법등명-自燈明 法燈明’
‘자등명 법등명-自燈明 法燈明’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6.10.27 00:00
  • 호수 3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귀를 닫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야기 하는 것은 피차 답답한 일이다. 군정에 대해 논하다 결론적으로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이 ‘나 군수 우리 같은 사람들 말 안 들어요’이다.

요즘 방송3사가 앞 다투어 고구려를 배경으로 한 사극을 선보이고 있다. 신하는 예외 없이 ‘간신(姦臣)과 충신(忠臣)으로 나뉜다. 그 종말이 어찌 되는지 역사가 잘 말해준다. 나소열 군수도 충신들에게 둘러싸여 있다면 세간의 이 평을 정확히 들었을 터이다.

주민이나 지인들이 뭔가 걱정이 되고 억울하고, 또 뭔가 잘 못된 모양새를 보았기 때문에 군수나 실무자에게 하소연과 불만, 더러는 고언(苦言)을 하겠다. 소규모 주민 숙원사업들은 눈에 보이기 때문인지 잘 들어 주는 편이나, 정책적인 것은 꽉 막힌다. 마치 모든 것이 완벽하게 잘 이뤄지고 더러는 다 이룬 듯한 태도이다.

인사, 노인, 장애인, 여성, 농업, 교육…, 완벽하게 제도권에 들어온 사람들의 얘기만 반영한다. 서로 눈과 귀를 어둡게 하는 이들이 마주 않아 내린 결론처럼 보인다.

세상을 떠나면서 ‘다 이루었다’라고 말한 이는 오직 예수뿐이라 했다. 예수도 ‘속죄 제물’이라는 뚜렷한 생의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 아니었을까.

‘고타마 시타르다’, 성불한 이후 석가 종족(宗族)의 모니(聖者)에서 석가모니가 된 그의 유언은 ‘자등명 법등명’이다. ‘신을 등불삼아 밝아지고 불법을 등불삼아 밝아지라’라는 뜻으로 보겠다. 근자 이 유언을 잘 지키다 간 사람으로 성철스님을 뽑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일생동안 남녀의 무리를 속여서 하늘 넘치는 죄업은 수미산을 지나친다. 산 채로 무간지옥에 떨어져서 ……”라고 유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잘 못 읽으면 그가 사람들에게 사기나 쳐서 지옥에 떨어진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속뜻은 자신은 불심을 쫓아 본을 보여 왔는데 사람들이 착각하여 성철스님 자신을 쫓으니 결국 사람들을 속인 꼴이 되었다는 것으로, 석가모니의 유언과 상통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공자는 논어 헌문편에서“子曰 不怨天하며 不尤人이오(자왈 불원천하며 불우인이오)”했다. 세상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한탄했지만 그러나 “하늘도 사람도 원망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죽기 전 마지막은 7일간 자는 듯 침묵한 것으로  유명하다. 하늘의 뜻을 알았으니 무슨 말이 필요했겠는가.

장항국가산업단지 문제를 놓고 벌이는 서천군의 행정, 나소열 군수의 움직임은 사뭇 군민들을 속이는 모습이다.

장항국가산업단지 대책위 발대식이 지난주에 있었다. 해야 할 일인지 하지 말아야할 일인지도 다수의 주민들과 논의된 바 없이 소수 논리에 소수 주민들이 동조하고, 다수 주민들의 무조건적 군의 지시 협조로 이뤄졌다.

성철스님의 사람들을 속인 꼴이 됐다는 뜻이나, 7일간 침묵한 공자나, 다 이루었다고 말한 예수의 공통점은 자신의 사명을 잘 알고, 어리석은 사람들을 현혹한 것이 아니라 진리로 가르쳐 하늘과 통했다는 점일 것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향 같이 들리겠지만, 한 지도자의 가치관이나 철학이 세상을 바꾸는 것을 생각하면 그렇지만도 않다.

바라기는 하늘과 통하기는커녕, 사람과 사람사이의 말조차 단절된 채 일방적인 협조(?)를 강요하는 대신‘자등명 법등명’하고, 크고 작은 배움을 통해 하늘(백성)과 통하는 지도자를 섬기는 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