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기차여행
노무현 대통령의 기차여행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6.11.03 00:00
  • 호수 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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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노무현 대통령 내외의 간만의 휴일 나들이 장소는 장항산업단지 예정지인 장항읍 백사마을 갯벌이었다.

노무현 식(式) 의리는 나소열 군수와의 인연으로 서천에 두 번씩이나 모습을 나타냈다.

한번은 ‘노풍’이 고조되던 대선후보자 신분으로 지방선거전에서 밀리는 수도권 유세를 뒤로하고 새벽같이 헬기로 날아와 나소열 군수 지지연설을 하고 돌아간 것이다.

그리고 국회의원 신분으로 한국청년지도자연합회의 초청강연에 참석하고 기산면 월기리 마을회관까지 찾았던 것은 여차저차 제외하고 이번이 대통령 두 번째 서천방문이다.

대통령 내외에게는 장항선 열차를 타고 와서 없어질지도 모르는 장항역에 내린 것도 먼 훗날 추억거리가 될지 모르겠다.

그리고 아직 자연산 해산물이 존재하는 금강하구둑이며 철새가 넘나드는 풍경을 즐기며 찾은 횟집에서의 오찬도 별미였을 것이다.

대통령의 방문에 맞춰 추가 연출된 노란색이 걸린 거리를 달리며 대통령 출마 당시 ‘노짱’의 팬클럽 ‘노사모’의 열광을 회상했을지도 모르겠다.

좋게는 솔직 담백해서 군더더기가 없다고 하고, 나쁘게는 대통령이 채신머리없이 툭 내뱉는 말이 문제라고 한다.

이런 노 대통령이 이번에 서천을 방문한 계기를 설명한 나소열 군수의 말에 의하면 나소열 군수와의 의리에 일종의 돌출 행동이 돋보이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도 사람인데 얼마든지 개인적 의리고 오랜 지기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자기가 세운 사람들의 보고서를 믿을 수가 없어서 ‘갯벌에서 조개가 나는지 안 나는지 직접 확인하려고 왔다’는 것은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갯벌 3곳을 팟는데 조개가 하나도 안나왔다고 했다. 갯벌 여기저기서 조개를 캐다보면 옆 사람은 무진 캐 담는데 내가 캐는 곳에는 빈껍데기만 나오는 수도 있고, 철에 따라, 물길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게다가 갯벌이 통째로 죽어서 조개의 씨가 말랐다 치자, 그 원인을 찾고, 책임소재를 찾아야 하는 것이 해양수산부 장관 출신 대통령이 해야 할 일 아니던가.

이 얼마나 웃지 못 할 대통령의 모습이란 말인가.

나소열 군수를 비롯해 노 대통령의 방문을 장항산단 착공의 청신호로 호도하는 사람들은 대한민국 대통령 노무현을 이렇게 우스운 사람으로 비하하고 있다.

여기에 때맞춰 군의원들은 산단추진위가 서울 한번 찾아가 달라고 사정사정해 마지못해 다녀와 놓고, 노 대통령이 왔다간 후 혹시나 산단이 착공되면, 그 공이 나 군수의 몫이 될까 우려했는지 당장에 릴레이 단식투쟁에 나섰다.

어쨌든 나 군수는 대통령의 방문으로 장항산단 계획이 추진되든 폐기되든 홀가분하게 됐다. 이뤄지면 대통령을 불러온 공로가 인정될 것이요, 폐기돼도 대통령까지 불러 내렸으니 할 만큼 했다고 인정받을 것이다.

이쯤해서 ‘니 노무현을 아러?’라고 묻고 싶다. 지금으로써는 아무도 그 속을 모른다.

비서관도 당황할 정도로 갑자기 ‘이번 일요일에 서천 한번 가자’했다니까. 이렇게 가볍게 기차여행 한번 다녀간 것으로 서천군이 들썩이는 걸 노무현 대통령은 아는지 모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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