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새·다
김·새·다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6.11.10 00:00
  • 호수 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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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 하면 한산세모시, 장항제련소가 떠오른다고들 한다. 그리고 최근 군이 홍보에 맞지 않는 ‘어메니티 서천’을 가장 잘 대변하는 것이 ‘철새도래지’이다.

그리고 철따라 바다에서 나는 먹을거리와 연계된 축제이다.

정확히 파고들어 바다에서 나는 것 중 단일품목으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리는 것이‘김’이다. 보통 년 간 3,000억의 수익을 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모두 자연에서 얻어지는 것들이다.

그래서 서천은 ‘김·새’이다. 좋지 않은 어감처럼 정말 김이 샌 거라면‘새·김’으로 하자. 서천에서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가슴깊이 새겨지자는 의미로 말이다.

그런데 난감하다. 이토록 주민 다수의 생계수단이 되는 것들이 장상산단 착공이라는 것에 발목을 잡히거나, 소지를 가지고 있다.

해마다 해왔고 올해 대대적으로 기획했던 ‘철새탐조’계획이 백지화됐다. 핑계야 조류독감 운운하지만, 장항산업단지 착공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이앤알(ENR)의 폐자동차소각 사업 관련‘폐기물처리사업계획불가처분취소’에서 서천군이 폐한 원인도 장항산단을 유치하려는 서천의 이중적 태도 때문에 폐소한 사례이다.

맹목적으로‘장항산단 착공’에 목매며 여타의 정책들이 보류되는 등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일, 두 가지 의미 있는 일이 진행됐다. 하나는 서천군농업기술센터에서 있은 ‘김 공동브랜드 및 신상품디자인 개발사업’보고회를 겸한 어민들의 토론회였다.

김 생산이나 가공에 종사하는 어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며 함께 서천의 ‘명품김’을 만들어 경쟁력을 키우자는 의도이다.

그러나 김 생산어민들은 장항산업단지가 조성되면 김 생산은 끝이라고 주장하는 쪽이다. 장항산단 착공을 위한 방파제 공사가 이뤄지면, 그야말로 김 산업은 김샌다.

그래도 이 마당에 이에 굴하지 않고 김명품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기특할 뿐이다. 또 하나는 서천군청 회의실에서 열린 서울대학교 환경공학대학원 학생들의 과제발표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신활력사업의 일환으로 서울대 환경대학원과 서천군이 3년 계약으로 ‘산학 협약’을 맺었고, 장항읍의 부활을 소재로 한 학생들의 연구 중간발표가 진행된 것이다.

이날 대학원생 4개 팀은 갯벌을 유지하는 쪽에서 장항을 활성화시키는 대안이 거름장치 없이 학술차원에서 순수하게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자리를 같이한 나 군수와 군 관계자들이 당혹스러워 하는 기색이 영력했다.

학생들이 장항산단 착공의 찬·반이 첨예한 대립구도를 모를 리 없다. 만약 이들이 서천군의 입장을 배려해 연구물을 내 놓았다면 이미 순수학문을 연구하는 학생들이라고 보기 어울 것이다.

학생들의 순수한 학구적 소견이 침해 받지 않기를 바란다. 

장항산업단지 착공 추진은 원하면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것 때문에 서천군이 별도로 가져가야할 사업들이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

군이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추진했던 ‘철새탐조투어’가 지난해에는 조류독감 확산우려로 무산됐다. 올해는 군산시와 정반대로 일찍이 계획을 포기했다.

20년 전, 충남·서천의 무지 속에 전북·군산의 장기적 안목으로 금강하구둑이 막혔듯, 군산은 이제 다시 철새라는 아이템을 선점하려하고 있다.

충남도와 서천군이 산단에 미쳐 있는 사이에. 이로 인해 20년 후, 군산은 노래하고 서천은 통곡할 일이다. 금강하구둑이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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