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층 이상은 하늘에 맡겨라
6층 이상은 하늘에 맡겨라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6.11.17 00:00
  • 호수 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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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은 제44회 소방의 날이었다. 소방대원들의 노고는 자타가 공인하는 바이다.
복지, 여가활동 등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소방대원들의 활동 영역이 날로 넓어지고 있다. 큰 산불화재부터 교통사고, 또 자질구레한 생활안전까지 많은 부분에서 소방대를 의지하고 있다. 이들이 군민 안전을 최 일선에서 책임지고 있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매우 큰 허점이 있다. 근본적으로 위정자들의 안전불감증에서 출발하는 허점이다. 서천군 2개의 소방파출소에서 보유한 소방사다리차는 기존 아파트 6층까지 밖에 못 올라간다. 지금까지 화재가 발생하지 않아 그 이상의 장비를 쓰지 않은 것은 천만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알지 못하는 가운데 불현듯 급습하는 것이 재난이고 보면 언제까지 요행을 바랄 순 없다.

한마디로 이 허점 때문에 만의 하나 군내 7층 이상의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속수무책인 것이다. 옆 동네 군산이나 부여소방서에서 달려와 주길 바라야 한다. 그도 아니면 그야말로 하늘에 맡겨야할 처지에 놓인 것이 서천군민들의 현실이다.

소방통계상 초기진압에 실패할 경우 대형화재로 급속하게 진행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아찔하기만 하다. 고층 아파트 건설 사업을 승인해 줬다면 그 곳에 사는 주민들에 대한 기본적인 안전 대책이 따라야하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주무부서는 예산이 부족해서라는 게 일관 변명이 전부이다. 그러나 소방예산을 꼼꼼히 살펴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군의회에서도 몇 번 지적됐지만 의용소방대 피복비나, 필요이상의 의원소방대 운영이 그 것이다. 더욱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목적이 분명하지 않은 여성의용소방대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당사자들은 쥐꼬리 만하다고 하겠지만, 당연히 운영비나 활동비를 지원하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조직은 5·6공의 관변단체보다 더 막강한 조직력을 과시하는 수준에 와있다. 때문에 의용소방대에 소속돼 있는 일부 대원들도 문제가 있다고 시인한다. 결국 위정자들은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재난 대책보다는 표심을 잡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서천소방관서의 장비부족은 고가 사다리차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3면이 바다와 강으로 둘러쌓였지만, 변변한 고무보트 하나 없고, 교통사고 수습의 필수인 유압장비도 없다. 그래서 어느 땐 발만 동동 구르거나 내 목숨을 담보로 사고현장에 맨몸으로 뛰어든다는 것이다.
이처럼 이들은 오늘도 취객의 전화나 장난전화에도 ‘대민봉사’라는 압력을 받으며 출동할 것이다.

대부분의 군민들은 모를 것이다. 소방대원들의 유니폼은 여름이나 겨울이나 똑같다. 당연히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다. 또 소방파출소 전화 회선이 단 하나라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군청에 가면 최 말단 9급까지 책상마다 일반전화든, 행정전화든 따로 놓고 근무하고 있다.

소방의 날, 너나할 것 없이 형식적이고 생색내기 위한 표창장 수여에 앞서 소방관들의 최소한의 처우개선과 이들이 현장에서 필요한 장비를 마련해 주는 것이 급선무 일 것이다. 이는 결국 소방관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안전을 지키는 첫 출발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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