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군의회 훼손당할 ‘위신’ 남아있는가?
서천군의회 훼손당할 ‘위신’ 남아있는가?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6.11.24 00:00
  • 호수 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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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1월 21일은 서천군의회에 있어서 역사적인 날이다. 개회이래 처음으로 경찰관들이 의회 본회의장을 엄호하고, 이상만 의장은 의안 상정을 하면서 지방자치법규 중 ‘서천군의회회의규칙’을 처음으로 적용한 날이다.

군의회가 군민들을 향해 엄포를 놓으며 철저하게 나소열 군수의 손아귀에 놀아난 날이기도 하다.

이러한 공포분위기를 조성한 것은 ‘서천군 국책사업 유치활동 지원에 관한 조례안’ 상정이다. 내용상 군수가 발의해야 할 조례안이지만, 의원 3명의 공동발의로 상정됐다.

군의회는 민의를 대표하는 기관이라는 엄청난 특혜를 등에 업고 있어서 ‘주민의견 수렴’ 절차가 필요하지 않다. 결국 군의회는 군수가 원하는 또는, 그 치적을 등에 업고 입신양면하자는 군의회 인자들에 의해 ‘의원 발의’라는 간단한 절차를 이용해 헌납했다.

이 조례는 물론, 이미 유치된 장항국가산업단지 조기착공 위원회와 맥락을 같이 하는 대책위원회의 편법지원에 대한 합법화를 배경에 깔고 있다. 나아가, 군이나 군의회가 민의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일에 어용민간단체를 조직해 악용할 소지도 담고 있다. 자신들의 뜻을 민의로 포장해 활용하기에 적법한 조례를 제정하고 만 것이다.

또 선거직 공무원들의 목을 쥐고 있는 일반인이 악용할 소지도 다분히 담고 있는 악법이다.

문제는 이 조례가 무슨 목적에 의해, 누구를 위해 만들어졌느냐가 아니다. 민주주의의 꽃인 지방자치, 그 속에서 민의를 대변한다는 군의회가 저지른 만행이 문제인 것이다.

제148회 임시회의 9일째 되는 마지막 날, 19개 안건이 상정됐고, 그 중 가장 많은 의안을 다룬 총무위원회 소관 의안 9건이 일괄 상정됐다. 방청석이 술렁이자, 의장은 예의 ‘서천군의회회의규칙’ 중 78~81조 규정을 인용해 방청객 중, 일반주민을 협박했다.

이미 밖에는 아침부터 서천경찰서 수사과 형사들이 진을 치고 있었고, 회의장 안에는 경찰서 소속 카메라가 3대 자리 잡고 있었던 상황이다.

의회의 권한을 인정하지 않는 바는 아니지만, 의견이 다른 주민들의 목소리조차 경찰력을 동원해 틀어막은 것이다. 민주국가 대한민국이 경멸하는 공산체제에서도 형식적인 토론은 있는 법인데 서천군의회는 이 것조차 거부한 채 주민들이 준 권력을 남용했다.

의장이 낭독한 내용 중에 “의회의 위신을 손상시키는 행위”를 하는 자에 대해 출입을 제한하고 어길 시에 법에 따라 처벌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서천군의회에 훼손당할 ‘위신’이 남아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소신은 온데간데 없고 의회의 화합을 내세우며 유치원생 소풍가듯 떼 지어 다니는 의회, 집행부 견제하고 주민들이 준 권력으로 알아서 군수 가려운 곳 긁어주는 의회, 뒤에선 장항산단 안 된다더니 대통령 다녀가고 군수가 그 공 독식할까 봐서인지 앞 다투어 악법까지 만들어 바치는 의회, 민의를 대변하랬더니 쓴 소리하는 지역 주간지는 배제하고 꼼수가 맞는 몇몇 기자들과 만찬을 즐긴 의회가 아닌가. 이런 의회가 위신을 찾는다는 것은 정구죽천(丁口竹千), 가소(可笑)롭기 그지없는 일이다.

20억 원, 아니 은근슬쩍 끼어 넣은 재량사업비까지 합치면 30억원이다. 거금을 들여가며 이런 의회를 존치시켜야 하는 것인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으로, 혹 떼려다 혹 붙인 주민들만 안쓰러운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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