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여는 푸른 신호등
새벽을 여는 푸른 신호등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6.11.24 00:00
  • 호수 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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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지 환
여의도통신 대표기자

“마쓰시다 전기가 무엇을 하는 회사라고 생각하나?”

생전의 마쓰시다 고노스케가 어느 날 회사 복도에서 만난 직원에게 이렇게 물었다. 세계 초일류 기업의 총수이자 일본 경제의 기적을 일군 전설적 인물로부터 직접 질문을 받은 그 젊은 직원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답했다.

“세계 최고의 전기 상품을 생산하는 회사입니다.”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던 마쓰시다 고노스케가 잠시 후 입을 열었다.

“아니야. 마쓰시다는 좋은 사람을 만드는 회사라네.”

매주 목요일 오전 7시가 되면 소공동 롯데호텔 세미나실에서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고민하는 일군의 사람들이 함께 아침을 연다. 지난 32년 동안 한 회도 거르지 않고 1478회(11월 16일 기준)나 진행해온 이 의식은 그 ‘성실성’만으로도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당대의 석학, 성공한 CEO, 장관이나 기관장, 유력 정치인, 주요 나라의 대사,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매주 한 명씩 초빙되어 그들의 성공철학을 들려주고, 청중과의 질의와 응답을 통해 진지한 토론의 시간도 갖는다. 인간개발연구원(회장 장만기)이 주관하는 이 모임(정식 명칭은 인간개발경영자연구회)은 우리나라 최고 귄위와 역사를 자랑하는 조찬강연으로 평가받고 있다.

강연 말미에는 이 연구소의 명예회장이기도 한 저명한 경제학자 조순 전 경제부총리가 학식과 경륜을 바탕으로 총평을 한다. 장만기 회장이 ‘클로징 리마크(Closing Remark)’라고 애칭을 붙인 이 총평을 듣기 위해 일부러 참석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실제로 앞에서 소개한 마쓰시다 고노스케 이야기도 2004년 8월 12일 열린 인간개발경영자연구회에서 조 전 부총리가 손욱 삼성인력개발원 원장의 강연이 모두 끝난 뒤 했던 총평 중 한 대목이다.

여기서 ‘좋은 사람을 만드는 회사’ 이야기는 국가든 회사든 조직이든 사람을 어떻게 개발하고 활용할 것인가에 그 미래의 성패가 달려 있다는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목요일 새벽이면 어김없이 청중석을 가득 메우는 ‘새벽형 리더들’은 대한민국 희망을 준비하는 ‘푸른 신호등’인 셈이다. 이 명품 공부모임의 슬로건은 그래서 “좋은 사람이 좋은 세상을 만든다(Better People Better World)”이기도 하다.

필자는 3년 전에 우연히 이 조찬강연을 취재하러 갔다가 인연을 맺은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빼먹지 않고 보도해 왔다. 그러던 차에 조순 전 부총리와 장만기 회장과의 공저 형식으로 그 결과물을 단행본으로 발간하게 됐다. 이 모임의 목격자와 기록자가 된 인연으로 책을 엮는데 공동저자로 참가하게 된 것은 개인적으로도 큰 영광이고 기쁨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시간이 없다’는 변명은 거짓말이다. 시간은 물과 공기처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저질이 된다. Busyness(바쁨)와 Business(사업)는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하다. 유한킴벌리(직원 1인당 연간 360시간 교육)와 장성군(공무원 1인당 연간 130시간 교육, 참고로 한국 공무원 평균 32시간, 싱가폴 공무원 평균 100시간)처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평생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이 조찬강연에 강사로 참석했던 어느 리더십 전문가의 간절한 제안이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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